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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솟더라” 국내 첫 액상화 현상 발견에 커지는 불안감

액상화 지진 탓에 기운 것으로 추정된 포항 대성아파트 E동[연합뉴스]오른쪽은 1964년 발생한 일본 중북부에 위치한 니가타현 지진 때문에 기운 아파트. 강변에 위치한 아파트 8채 중 3채가 기울었다.

액상화 지진 탓에 기운 것으로 추정된 포항 대성아파트 E동[연합뉴스]오른쪽은 1964년 발생한 일본 중북부에 위치한 니가타현 지진 때문에 기운 아파트. 강변에 위치한 아파트 8채 중 3채가 기울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지반에 물이 빠져 내려 않는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포항 지진 진앙지 남쪽 1km에서 액상화현상이 관찰됐다. 이 현상으로 지반침하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액상화 현상은 지하의 모래층 혹은 이질층(미세한 고운 모래층)에 강한 진동이 오면 지하수와 함께 흔들려 흙탕물처럼 돼 표면으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사례는 많지만 우리나라 지진으로는 최초로 관찰된 것이다. 구조물 피해는 지진동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저지대나 강 주위 해안의 주거지역이나 도시지역에서는 이러한 액상화 현상으로 인한 지반침하로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포항 지진 진앙으로부터 1km 떨어진 논에서 보인 액상화 현상. 왼쪽 사진은 경재복 교수[사진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

포항 지진 진앙으로부터 1km 떨어진 논에서 보인 액상화 현상. 왼쪽 사진은 경재복 교수[사진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도 현재 포항 진앙 인근에서 액상화 현상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교수 연구팀 이성준(지질환경과학과·박사과정)씨는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진 발생 당시 ‘물이 부글부글 끓으며 솟아오르더라’는 주민의 증언을 확보했다. 그 전에는 밭 전체가 바싹 말라 있었고, 지진 후 지금까지 이 지역에 비가 온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 도시정비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액상화 현상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진동으로 인해 지반 알갱이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물이 올라온다. [사진 도쿄 도시정비국]

일본 도쿄 도시정비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액상화 현상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진동으로 인해 지반 알갱이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물이 올라온다. [사진 도쿄 도시정비국]

 
 액상화(液相化·liquefaction)라는 용어는 1950년대 일본 학계에서 나온 말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는 현재도 ‘액상화’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 도쿄 도시정비국도 홈페이지를 통해 액상화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반이 액체 상태로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진 발생으로 진동이 반복되면 지반 속 모래 알갱이는 뿔뿔이 흩어지는 반면, 지하수 압력은 커져 물과 모래가 분리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도쿄 도시정비국은 “기초 공사가 약한 목조 건물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액상화 모형 실험을 한 동영상. 플라스틱 통에 담긴 모래에 진동을 주자 물과 분리됐다. [사진 유튜브]

일본에서 액상화 모형 실험을 한 동영상. 플라스틱 통에 담긴 모래에 진동을 주자 물과 분리됐다. [사진 유튜브]

 
 액상화 현상은 1964년 발생한 일본 중북부에 위치한 니가타현 지진 때문에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깊이 34㎞ 진원에서 규모 7.5으로 발생한 지진으로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컬러 텔레비전이 대중화 시기였던 당시 강변에 세워진 아파트 8채 중 3채가 기울어진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면서 일본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인근 석유 저장소가 무너지면서 해안까지 번진 기름에는 12일 동안 불이 붙어 있었다.
 
 일본 지질학계는 이때부터 수분이 많이 함유된 퇴적암 층에서 일어나는 액상화 현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건물과 공장이 많은 지역은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지반에 물 침투를 막는 제방 보강 공사와 같은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포항 일대는 부드러운 퇴적층이 쌓여있는 연약한 지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진동이 증폭돼 단단한 화강암 지대인 경주보다 피해가 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필을 맞아 액상화 현상 대비를 강조하는 일본 언론[사진 NHK]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필을 맞아 액상화 현상 대비를 강조하는 일본 언론[사진 NHK]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는 일본에서는 최근 다시 액상화 현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림픽 직전에 도쿄 인근에 지진이 일어난다면 경기장 침하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NHK방송은 이날 ‘대지진 교훈이 준 액상화 대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를 방지하는 건설 기술을 소개했다. 지반 공사를 할 때 단단한 구조물 덩어리가 마른 뒤 또 다시 그 위에 덩어리를 입히는 식의 건설 방식이다.  
액상화 현상 피해를 막는 지반 공사 구조도. 단단한 암반까지 건물 뿌리가 내려가 있다.[사진 NHK]

액상화 현상 피해를 막는 지반 공사 구조도. 단단한 암반까지 건물 뿌리가 내려가 있다.[사진 NHK]

 이어 1964년 니가타 지진 이후 아파트나 빌딩을 지을 때 지하로 들어가는 지지대가 단단한 암반까지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침이 의무화됐다고도 소개했다.
액상화 현상을 방지하는 지반 공사 기법[사진 NHK]

액상화 현상을 방지하는 지반 공사 기법[사진 NHK]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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