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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사일 전쟁의 미래···지금 사우디에선 '실화'다

내 돈 주고 미국 사드 사서 배치한다, 미사일 방어 위한 사우디의 선택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미국 국방부가 지난 11월 8일 공개한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면. 그리스의 나토 기지에서 이뤄진 훈련이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패트리엇을 구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사가 제작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도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지난 11월 8일 공개한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면. 그리스의 나토 기지에서 이뤄진 훈련이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패트리엇을 구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사가 제작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도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긴급 뉴스가 타전됐다. 수도 리야드의 동북부 상공에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향해 날아오던 미사일을 사우디 방공군이 요격했다는 소식이다. BBC방송은 요격된 미사일 파편이 공항 주차장까지 날아왔다고 전했다. 이 뉴스는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32)가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에 가렸지만, 중요도에선 ‘숙청’ 못지않다. 
미국의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인 패트리엇. 2015년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한 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탄도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패트리엇에 요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인 패트리엇. 2015년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한 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탄도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패트리엇에 요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방부는 이 미사일이 리야드에서 1200㎞나 떨어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BBC방송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예멘의 사바 뉴스는 이 미사일이 후티 측이 자체 개발한 부르칸 H2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서방 정보당국은 후티 반군이 장거리 미사일을 자체 개발했다기보다 이란으로부터 완제품을 공급받았거나 부품을 조달받은 뒤 조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후티 반군이 북한과 미사일 협력을 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 기관포 사수의 모습[EPA=연합뉴스]

후티 반군 기관포 사수의 모습[EPA=연합뉴스]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은 처음이 아니지만, 심장부 민간공항까지 날아온 것은 최초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기 전날에도 사우디로 미사일을 날렸다. 하지만 리야드에서 200㎞ 떨어진 지점에서 요격돼 뉴스의 눈을 피했다. 
기관총과 RPG-7으로 무장한 후티 반군. [EPA=연합뉴스]

기관총과 RPG-7으로 무장한 후티 반군. [EPA=연합뉴스]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미사일을 처음 발사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 6일이다. 사우디가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 내전에 개입하기로 결정한 직후의 일이다. 예멘에선 2014년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수니파인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 정부를 공격하면서 내전이 발생했다. 사우디는 2015년 수니파 연합군을 조직해 하디 정권을 지원하면서 내전에 개입했다. 
 
후티 반군들이 폰카메라로 기념촬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후티 반군들이 폰카메라로 기념촬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우디는 예멘이 발사한 모든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우디의 주유엔대사인 압둘라 날무알림은 “후티 반군은 사우디를 대상으로 1700건의 도발을 자행해 민간인 500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타격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발언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까지 예멘은 사우디 등을 향해 57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는 이 가운데 40발을 요격했지만 17발은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는 조금 다르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사우디와 예멘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이 요격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은 100개가 넘으며 이 중 90개 이상이 요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15일 예멘 수도 사나공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을 받아 일부 시설이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

지난 11월15일 예멘 수도 사나공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을 받아 일부 시설이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

 
산업이 별로 없는 나라답지 않게 후티 반군의 미사일 능력은 상당하다. 지대함 미사일로 미국 해군과 수니파 연합군의 함선도 공격해 미 해군이 SM-2 미사일로 요격한 적도 있다. 후티 반군은 내전에서도 미사일을 전술용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750km 거리의 정부군 지휘소에 탄도미사일을 명중시켜 중장을 포함한 고위 장교들을 폭사시켰다. 후티 반군은 지난 3월 20일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 패트리엇 포대 공격까지 시도했다. 
지난 10월 5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살만 사우디 국왕(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0월 5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살만 사우디 국왕(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사일과 요격 미사일 간의 ‘창과 방패의 전쟁’이 강대국 간이 아니라 중동 사막의 사우디와 예멘의 후티 반군 사이에서 불붙고 있다. 그만큼 미사일이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했다는 이야기다. 미사일의 위협이 이젠 일반적이 됐다는 의미도 된다. 탄도 미사일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을 코앞에 둔 우리로선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미군이 지난 2015년 11월 1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사우디는 150억 달러를 들여 이를 구매하기로 했다.

미군이 지난 2015년 11월 1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사우디는 150억 달러를 들여 이를 구매하기로 했다.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의 대결이 갈수록 격화하자 사우디는 대담한 결정을 했다. 미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사들여 실전에 배치하기로 했다. 공항이나 군 기지 등 시설 방어용인 패트리엇과 비교할 수 없는 첨단무기체계다. 200km 작전반경에서 최고 150km까지 방어할 수 있어 하나의 지역을 지킬 수 있다. 문제는 150억 달러에 이르는 도입비용과 미국의 승인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9월초 사드의 사우디 판매를 승인했다. 사드를 사들여 자국에 배치하는 최초 사례다.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사우디가 수십억 달러를 주고 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사우디가 수십억 달러를 주고 구입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도 들여오기로 했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은 지난 10월 5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S-400 구매에 합의했다. S-400의 구매 규모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20억~40억 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의 동맹인 사우디는 러시아와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우디는 미사일 방어라는 안보 목표를 위해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러시아 무기체계를 사기로 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사드와 러시아의 S-400을 동시에 보유하는 나라는 처음이다. 사우디의 안보실용주의다. S-400은 러시아 외에 인도와 중국이 도입을 결정했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도 관심을 보인다.
중국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동펑-21(DF-21) 탄도 미사일. 최고 속도 마하 10으로 적의 방공망을 뚫고 항공모함이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사우디는 2007년부터 이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동펑-21(DF-21) 탄도 미사일. 최고 속도 마하 10으로 적의 방공망을 뚫고 항공모함이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사우디는 2007년부터 이를 운용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88년 중국에서 DF-3 미사일을, 2007년에는 DF-21 탄도미사일과 각각 들여와 실전에 배치했다. DF-21은 1700km 범위의 지상목표물, 군함을 마하 10의 극고속으로 타격하는 가공할 무기다. 사우디는 미국, 러시아, 중국과 모두 미사일을 거래하는 나라는 사우디밖에 없다.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사우디가 수십억 달러를 주고 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사우디가 수십억 달러를 주고 구입하기로 했다.

 
군에선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한반도의 미사일 전쟁의 미래를 보려면 자금의 예멘을 보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미사일을 전술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예멘 전선과 미사일 방어를 위해 외교정책도 바꿀 정도인 사우디의 선택은 우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로 날아가는 미사일에는 이란으로 전달된 북한 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멘과 사우디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반도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0월 5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살만 사우디 국왕(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좀처럼 웃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얼굴에 웃음이 흐른다. 이날 사우디는 수십억 달러를 들여 러시아의 방공시스템인 S-400을 구입하기로 했다.[EPA=연합뉴스]

지난 10월 5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살만 사우디 국왕(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좀처럼 웃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얼굴에 웃음이 흐른다. 이날 사우디는 수십억 달러를 들여 러시아의 방공시스템인 S-400을 구입하기로 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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