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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언제까지 대피소 생활?"…이재민 1797명 주거대책은?

"날은 계속 추워지는데 대피소는 너무 불편하고, 벽이 금 간 집에 가서 잘 수도 없고…. 도대체 언제까지 여기서 살아야 합니까?"
 
1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후 집단 대피소 중 하나로 지정된 곳이다. 지진으로 주택에 균열이 생기거나 수도·전기가 끊긴 이재민들이 임시 거처로 이곳에 머물고 있다. 포항에 마련된 집단 대피소 6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 16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이 이재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이 이재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이재민 수는 1797명. 
 
이 중 1000명 가까운 이재민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며칠째 묵고 있다. 좁은 공간에 100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식사나 수면은 물론 건물 안팎을 드나드는 데도 큰 불편이 따른다.
 
잠을 청하려고 누워 있으면 머리맡으로 사람들의 발이 지나다니는 것은 물론 시장통 같은 대피소 바닥에 앉아 식사를 급하게 떼우고 있다. 일부 신경이 예민해진 이재민들끼리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식사 때마다 길게 줄을 서 배식을 받아야 해 끼니를 거르는 이재민들도 많았다.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흥해읍에 사는 박선희(47·여)씨는 "지진 당시 집안 가구가 다 넘어졌다. 그대로 집에서 나와 지금 집이 엉망일 것"이라며 "그래도 대피소가 안전한 것 같아서 있는데 북적이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편한 집단 대피소 생활을 견딜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집이 지진으로 크게 부서지면서다. 작게는 외벽에 균열이 일어난 경우부터 크게는 금방이라도 건물이 붕괴될 것 같은 경우까지 다양하다.
 
흥해읍 대성아파트도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물 중 하나다. 이 아파트는 5층짜리 6개 동(260세대)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2개 동에서 균열과 파손이 발생했고, 1개 동은 바닥이 들려 뒤로 넘어갈 듯 '피사의 사탑'처럼 4도 정도 기울어져 위태로운 상태다.
지진 발생 사흘쨰인 17일 큰 피해를 본 대성아파트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 우상조 기자

지진 발생 사흘쨰인 17일 큰 피해를 본 대성아파트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 우상조 기자

 
기자가 건축 전문가들과 동행해 이 동에 들어가 보니 발을 뗄 때마다 트램펄린을 탄 듯 바닥이 일렁이는 느낌이었다. 실제 바닥이 튀어나오거나 패여 고르지 않았다. 한쪽으로 경사가 져 둥근 물체를 놓으니 저절로 굴러갔다. 에어컨은 앞으로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세워져 있었다. 복도와 집 안 벽마다 심하게 금이 간 모습이 보였다.
 
건물 점검에 나선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이 금 간 틈에 손을 넣어보더니 "엇, 철근이 보이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심하게 부서진 1층 외벽 틈에서도 철근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자세히 살피니 양쪽에 끊어진 철근이 보였다.
지진 발생 사흘째인 17일 포항시 대성아파트 E동의 철제 현관문이 우그러져 있다. 우상조 기자

지진 발생 사흘째인 17일 포항시 대성아파트 E동의 철제 현관문이 우그러져 있다. 우상조 기자

 
자리를 옮겨 북구 장성동 필로티(Piloti·벽이 없는 1층 기둥들) 구조의 다세대주택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건물을 보자마자 "부서질 만한 건물이 부서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출입구가 있는 벽이 한구석으로 너무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필로티 구조의 건물은 지진이 났을 때 힘이 중심에 가해지지만 저항 역할은 벽이 맡기 때문에 뒤틀리며 흔들린다.
 
기둥이 파손된 필로티 건물 몇 곳을 돌아본 박정우 범구조엔지니어링 소장은 "당장 세입자를 받기 위해 임의로 보수하는 곳이 있는데 매우 위험하다"며 걱정했다. 
필로티 방식(1층에 기둥이 있고 빈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 건물)으로 지어진 경북 포항시 장성동 다세대주택의 기둥이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16일 인부들이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필로티 방식(1층에 기둥이 있고 빈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 건물)으로 지어진 경북 포항시 장성동 다세대주택의 기둥이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16일 인부들이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진구 한국지진공학회 부회장은 "지진 파동은 매우 복잡하게 오기 때문에 필로티 구조 같은 비대칭 건물은 내진설계를 했다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고 있던 주택에선 불안해서 살 수 없고, 집단 대피소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살기엔 불편한 상황이다. 이중삼중으로 고통 받는 셈이다.
게다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파에 마냥 집밖에서 지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된 포항시민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포항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재민 주거 지원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세우기로 했다. 대피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들의 주택을 대상으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생활이 가능한지 여부를 가리고, 거주가 불가능한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임시 거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LH가 보유하고 있는 빈집에 이재민들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건물 정밀 안전진단과 임시 거처 확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할 세대 파악 등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17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이 17일 오전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이 시장은 "LH가 보유하고 있는 빈집의 위치와 원래 이재민들이 살던 곳의 위치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기존 생활 반경에서 가까운 곳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만약 LH가 보유한 빈집이 모자랄 경우 임대료 지원이나 임시 숙소 건립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대본은 지진 피해시설의 복구 여부와 관계없이 지자체 예비비 등을 활용해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할 방침이다. 주택의 경우 전파(완전이 파손) 900만원, 반파(기둥·벽체·지붕 등 주요 구조부 50% 이상 파손) 450만원을 지급한다. 주택 피해 이재민을 위해 국토부·복지부 등과 협조해 LH 임대주택(1500가구) 등 지원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17일 대성아파트를 찾아 "LH (보유분) 빈집 160채에 이재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신진호·최은경·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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