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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엇갈린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용처’ 알았는지가 핵심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마지막으로 부임한 이병호(77) 전 원장만이 구속을 피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검찰 조사 및 영장심사에서 특활비가 청와대에 흘러간 사실관계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납 사실 자체를 뇌물로 규정하고 있는 검찰과 달리 법원은 범행 가담 정도와 의도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7일 오전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7일 오전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남 전 원장은 2013년 3월~2014년 5월,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2015년 2월,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지난 6월까지 각각 재직했다.
 
이 가운데 남 전 원장은 청와대에 특활비 상납을 시작한 인물로 지목돼, 다른 두 원장과 무게감이 다르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는 전날 영장심사에서 청와대의 요구로 특활비를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요구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대기아차그룹 등 대기업을 압박해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 26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관여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도 받고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의 경우 남 전 원장이 상납한 5000만원의 두 배인 1억원의 특활비를 매달 청와대로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정원장 임기를 마친 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점 등을 볼 때 검찰은 그가 상납금 전달 과정 전반에 대해 상대적으로 깊이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특활비 전용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단 점에서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헌수 전 기조실장의 건의에 따라 2014년 10월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경환 의원에게 1억원의 특활비를 건넸다"는 내용의 자수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이 돈이 국정원 특활비 가운데 특수공작사업비였다고 적시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중앙포토]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중앙포토]

 
이병호 전 원장은 가장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20억원이 넘는 특활비를 청와대에 건넸지만 구속을 피했다. 그는 영장심사에서 “청와대 상납이 이병기 원장 때부터 해오던 관행이라고 보고받았고, 이를 그대로 이어왔을 뿐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영장심사에서 갑작스럽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 상납을 요구했다”고 밝힌 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법원 입장에서는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태도로 인식돼 증거 인멸 우려를 희석시켰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영장심사를 진행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병호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네면서도 그 용처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과 달리 법원에서는 구체적인 용처를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청와대 요구로 특활비를 상납한 사실 자체만으로 ‘뇌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호 전 원장이 ‘진박 후보’ 경선 관련 여론조사 자금 5억원을 청와대에 건넨 것 역시 사전에 용처를 알지 못했다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정치관여 금지)가 성립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이병기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검찰 조사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이병기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앞으로 검찰 수사는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이유와 별도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특수활동비의 구체적인 용처 등에 대해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를 얼마나 규명하는지에 따라 향후 수사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 뇌물죄 성립 공방 등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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