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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늪의 내간체를 얻다

늪의 내간체를 얻다
-송재학(1955~)

 
시아침 11/17

시아침 11/17

너가 인편으로 붓틴 보자(褓子)에는 늪의 새녘만 챙긴 것이 아니다 새털 매듭을 풀자 믈 우에 누웠던 亢羅(항라) 하늘도 한 웅큼, 되새 떼들이 방금 밟고간 발자곡도 구석에 꼭두서니로 염색되어 잇다 수면의 믈거울을 걷어낸 褓子(보자) 솝은 흰 낟달이 아니라도 문자향이더라 바람을 떠내자 수생의 초록이 눈엽처럼 하늘거렸네 褓子(보자)와 매듭은 초록동색이라지만 초록은 순순히 결을 허락해 머구리밥 사이 너 과두체 內簡(내간)을 챙겼지 도근도근 매듭도 안감도 대되 雲紋褓(운문보)라 몇 점 구름에 마음 적었구나 한 소솜에 遊禽(유금)이 적신 믈방울들 내 손등에 미끄러지길래 부르르 소름 돋았다 그 만한 고요의 눈씨를 보니 너 담담한 줄 짐작하겠다 빈 褓子(보자)는 다시 보낸다 아아 겨을 늪을 褓子(보자)로 싸서 인편으로 받기엔 어름이 너무 차겠지 向念(향념) 

 
 
낯선 한글 표기와 한자어에 놀라지 말고 천천히 새겨 읽어야 한다. 시인은 일부러 조선시대 여성들의 한글 문체인 내간체의 표기 방식을 활용해 기막히게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완성했다. 보자기를 보낸 여동생에게 언니가 보내는 답장 형식이다. 여동생은 그 보자기에 무얼 싸서 보냈나? 그건 늪의 풍경이다. 자매지간에 마음과 마음을 헤아리는 품격이 마치 고요한 초록 늪의 그것과 닮았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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