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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강대국의 각축 부추기는 한국 ‘균형 외교’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트럼프의 이번 아시아 순방국 중 한국에서 나올 결과가 가장 불확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에 상당히 좋은 결과를 안겨줬다. 트럼프의 한국 국회 연설은 인권과 대북(對北) 억지에 집중했다. “외교가 실패하면 북한을 예방 공격하겠다”는 이전의 위협이 연설에서 빠졌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난했지만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위협은 하지 않았다. 그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날씨 사정으로 취소됐지만 DMZ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을 실망하게 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아부’가 통한다는 걸 다른 정상들로부터 배운 듯하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향후 한국의 전략적 행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발단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낳은 한·중 갈등을 한국 외교부가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는지 여부였다.
 
처음엔 한국 외교부가 개가를 올린 듯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에 가하던 경제 압력을 아무런 조건 없이 줄인다는 한국 정부 주장과 달리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이 세 가지 조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첫째, 추가 사드 배치는 없다. 둘째, 한·미·일 군사동맹은 결성하지 않는다. 셋째,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은 중국의 주장을 즉각 부인하지 않고 머뭇거려 워싱턴의 의심과 우려를 낳았다. 한국 외교부는 “발표문에 없는 그 어떤 약속도 중국 측에 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처음엔 워싱턴도 안도했지만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 측이 3국 공동 연합훈련을 거부하는 바람에 서울에 대한 워싱턴의 의심은 더 깊어졌다. 베이징 주장대로 한국이 중국에 세 가지를 구두로 약속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글로벌 포커스 11/17

글로벌 포커스 11/17

이러한 해석은 현재 워싱턴과 도쿄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팽배하다. 아마 베이징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실제로 어떤 합의를 했느냐’는 문제와 별도로 이번에 형성된 내러티브는 네 가지 이유로 한국에 위험하다. 첫째, 중국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확인했다. 베이징 강경파들이 미래에도 유사한 압력을 툭하면 가할 길을 서울은 터주었다. 둘째, 서울은 한·미·일 국방 협력 강화를 반대함으로써 대북(對北) 압력 수위를 높일 미국의 전략 수단을 무력화했다. 동시에 중국이 평양에 압력을 가할 필요성을 줄였다.
 
셋째, 한·미 정상이 이룩한 대북 공조 강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서울에 대한 새로운 의심을 싹트게 했다.
 
넷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에게 문 대통령과 유대를 강화할 것을 촉구해 왔지만 앞으로 일본은 미·일 협의에서 한국을 옹호할지 주저하게 될 것이다.
 
미국 잘못도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4국 협의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강조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은 한국의 위치를 애매하게 만든다. 유용하지만 문제도 있는 구상이다. 이 개념을 만들어낸 건 일본 외무성, 그리고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앨프리드 머핸(1840~1914)과 조지 케넌(1904~2005)이다. 한국은 반도 국가라 해양 전략과 대륙 전략을 모두 구사해야 한다. 한국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처음부터 명시적으로 포함됐어야 한다. 일본·호주·인도 사람은 이 구상에 호의적이다. 반면 한국 학자와 관리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내의 강경좌파와 중도파, 정부와 야당, 중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상대로 ‘균형 외교’를 추구했을 때 열강의 각축은 오히려 심해졌다. 그 결과 강대국들은 1592년, 1894년, 1904년, 1950년 한국을 침략했다.
 
영국이나 일본 같은 섬나라에는 오판이 어느 정도 허용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훨씬 더 취약하다. 한국의 전략 그 자체보다 ‘강대국들이 한국의 전략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지난 2주 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주변 강대국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진 않을지 경계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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