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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도로 새누리당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바른정당이 이번 주 유승민 대표를 내세움에 따라 대한민국 정치는 30년 전의 ‘1노(노태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체제를 그대로 닮아버렸다. 1987년 대선에서 겨뤘던 네 후보는 이듬해 총선을 통해 ‘대통령과 세 야당 대표’로 다시 맞붙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대표 역시 같은 모양새다. 그땐 3김이 차례로 대통령에 오르거나 공동정권 실세 총리였다. 지금 야 3당을 이끄는 세 대표의 꿈이 그런 모습일 게다. 잘만 버티면 차점자가 다음 권력을 거머쥔 게 우리 대선 역사였다.
 
겉모습은 닮았다. 무엇보다 대선 주자들 외엔 정당을 이끌 만한 인물과 자원이 없는 대안 부재가 그렇다. 여소야대의 의석 수 분포도 비슷하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치 환경과 정당 속성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 체제는 4개 정당이 지배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정당 역시 3김을 중심으로 강한 응집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지금의 세 야당 대표는 3김처럼 정당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보스 정치인이 아니다.
 
2중, 3중으로 꼬인 야 3당은 사분오열이다. 그러니 세 대표는 하루빨리 ‘홍준표당’ ‘안철수당’ ‘유승민당’을 만들기 위해 달려가는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총선도 아닌데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겠다며 당무감사 중이다. 대표에게 인사권과 정책주도권을 몰아준 국민의당 당헌·당규 개정도 맥락이 같다. 어쩌면 대선에 패배한 세 사람이 서둘러 정치에 복귀한 것 자체가 그런 판단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자기 사람을 심어야 밑천을 만들 수 있다.
 
3김은 그런 방식으로 성공했다. 개발도상국이 압축 성장하려면, 또 독재 체제에 저항해 민주화를 이루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절이었다. 중요한 건 3김 이후에도 통했느냐는 거다. 당 장악에 더 견고한 옹벽을 쌓고, 몸집을 한껏 불려가며 상대방 실수를 기다리던 ‘이회창의 도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진박 감별로 영남당에 더 올인했던 박근혜 정치도 무너졌다. 반대로 달리던 ‘바보 노무현’이 이겼고 자기를 내던진 노무현의 비극이 친노를 부활시켰다.
 
따지고 보면 정치 선진국의 리더십이 다르지 않다. 정치 고수 힐러리가 워싱턴의 이단아 트럼프에게 패한 것도 기득권 이미지 때문이다. 스웨덴에선 특권보다 책임이 많아 정치가 기피 1순위의 극한 직업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지역과 패권으로 다투며 몸집만을 키우는 1노3김 정치다. 이젠 잘 통하지도 않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무작정 거기에만 매달리니 무당파만 늘어간다.
 
40%에 달하는 무당파 대부분이 야권 지지자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지금 벌어지는 야권발 이합집산의 동력이다. 야권에서 떠난 건 맞다. 문제는 어떻게 다시 모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떠난 이유는 누구보다 야권이 잘 알고 있다. 권력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질려서다. 그저 웰빙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 같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연히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는 게 출발점이다. 그런데도 지위나 이익 따라 여전히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흔들리며 몰려가는 정치판이다.
 
탈당파 복당과 친박 청산을 맞바꾼 한국당은 이젠 대충 넘어가는 길로 완전히 갔다. 박근혜 빠진 도로 새누리당이다. 당명까지 바꿨지만 간판을 바꿔 단 게 전부였다. 그렇게 여러 번 다짐하고도 바뀌지 않는 건 그냥 편하게 야당 하자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지 않고서야 반성도 변신도 책임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옛날로 돌아가 표를 달라는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정치를 잘못해 나라는 망가뜨렸지만 그래도 나라 경영은 우리가 계속 맡겠다는 소리 아닌가.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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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