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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민주화 30년 : 성찰과 과제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민주화 30주년과 촛불시위 1주년을 함께 맞는다. 촛불은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한 격렬한 반명제였으니 민주화 30년의 도정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30년 전 거리를 메웠던 꿈들은 지금 얼마나 달성되었을까? 1년 전 광장의 평화는 지금 나라의 안정과 개별 삶의 평안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30년 성년 민주주의를 객관적 지표를 통해 차분히 돌아보자.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성년 한국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상반되는 현실이다. 성년 민주 한국은 성취와 한계,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방대한 네 가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합지표들을 비교하며 우리가 온 길, 선 곳, 갈 길을 측량해 보려 한다.
 
먼저 국내총생산(GDP), 1인당 국민총소득, 외환보유액, 수출, 주가, 기업 규모, 첨단기술, 국제 경쟁, 정보기술(IT), 정보화를 포함한 ‘경제발전지표’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독재정권과 보수담론의 오랜 곡해와는 반대로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을 안내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역할지표’들은 너무 허약하다. 담세율, GDP 대비 공공지출, 세전·세후 지니계수와 세전·세후 빈곤율은 최하 수준이다.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공적 이전 비율 역시 꼴찌다. 중앙정부 고용 비중과 중앙정부 지출 역시 최하 수준이다. 국가 역할은 선진 민주국가들의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사적 개인소득이 곧 시민적·인간적 삶의 질이 되어 버리는, 국가 역할 부재의 불행한 현실이다. 국민 삶의 현실과 필요, 의사와 요구를 법률·정책·예산에 반영하는 통로인 의회의 규모·예산·권한 역시 최하·최소 수준이다.
 
그러니 ‘사회형평지표’ 역시 전 부문에서 형편없이 낮다. GDP 대비 전체 교육 공공부담 비율과 대학교육 공공부담 비율은 꼴찌이며, 평균과는 절반이나 차이가 난다. 평균투표율도 최하 수준이며 높은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노조조직률 역시 최하 그룹이다. 비정규직 비율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며 평균보다 두 배나 높다. 자영업 비율 역시 최고 수준이다. 인구 절반인 여성관리자 진출 비율은 꼴찌이며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역시 최하 수준이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반면 거리시위와 사회갈등지수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의원 숫자도, 투표도, 노조 조직도, 여성 대표성도 낮은 사회에서 거리시위와 갈등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대표의 규모도 권한도 작고, 투표율도 낮고, 노조도 조직돼 있지 못한데 국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기적이다. 자유도 복지도 시민이 제도에 참여(가 가능)한 만큼 가져간다. 게다가 한국은 의회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 의사가 전혀 비례적으로 대표될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제도 밖, 즉 거리에서 외치고 시위할 수밖에 없는 민의 왜곡 정치제도인 것이다.
 
국가역할지표, 국민대의=의회민주지표, 사회형평지표가 낮으니 국가의 존재 이유인 ‘인간존엄지표’가 낮을 수밖에 없다. 국가의 공적 역할이 이토록 낮고, 국민참여와 의견 전달을 보장하는 민주제도가 불비하며, 사회형평지표들이 최고 불평등을 보여주고 있으니 같은 국민,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자살률은 1등이고 출산율은 꼴찌다. 직계존속 살인비율, 직계비속 살인비율, 교통사고 사망, 산업재해 사망, 여성권한 척도, 노동시간, 남성 가사노동시간, 노인빈곤율 등 이 모든 지표에서 OECD 최하와 최악 수준이다. 조사를 할수록 ‘섬뜩하다’.
 
놀라운 점은 한 국가 내 서로 다른 차원의 각종 지표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다. 한 사회의 모든 삶은 연결돼 있다. 어떤 부분도 따로 접근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지금까지처럼 정치·선거·경제·교육·노동·복지를 따로따로 접근하다가는 한국은 더 나쁜 인간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는 최고 수준의 갈등을 노정하며 인간 문제의 민주적 해결에 실패해왔다. 전후 세계의 민주주의, 자유, (불)평등, 국가 발전, 인간 조건에 대한 OECD·국제통화기금(IMF)·국제비교연구의 통합지표는 모두 의회민주주의, 국가 발전, 사회경제 평등, 인간 존엄의 지표들이 함께 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지금 한국형 산업화와 민주화의 밝음이 낳은 어둠이 너무 깊다. 이제 어둠·그림자·부정·흑·악을 함께 보지 않는 밝음·빛·긍정·백·선의 일방적 추구는 교정돼야 한다. 출산절벽은 인간절벽이며 결국 생명절벽과 국가절벽으로 전화될 것이다. 백과 긍정만 추구하다가는 흑과 부정이 끝내 백과 긍정마저도 집어삼킬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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