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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회 여진에 잠 못드는 800명, 영하 가까운 날씨에 덜덜

지진 피해를 본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이 16일 대피소로 가기 위해 생필품을 챙겨 아파트를 나서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 1536명은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등 15개 대피소에 분산 수용돼 있다. [연합뉴스]

지진 피해를 본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이 16일 대피소로 가기 위해 생필품을 챙겨 아파트를 나서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 1536명은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등 15개 대피소에 분산 수용돼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6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된 사람들이 아침밥을 먹기 위해 체육관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바깥 기온은 2.7도. 추위에 두꺼운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맨 이들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했다. 한 아이가 순진한 표정으로 “엄마 이제 집에 못 가”라고 했다. 전날 일어난 규모 5.4의 지진으로 800여 명의 시민이 이곳에서 밤을 보냈다. 밤은 매우 길게 느껴졌다. 동이 틀 때까지 아기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한숨 소리만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두통·소화불량·가슴통증 계속 호소
약사가 약 챙겨오고 의료원선 봉사
지진 피해 경주, 담요 1000장 보내

어린이집선 자전거 헬멧 씌워 대피
경주 학습효과로 곳곳 신속한 대응

어린 두 딸과 함께 온 박선희(47)씨는 “대피소가 제일 안전할 거라 생각해서 왔는데, 여진이 계속 느껴져 여전히 무섭다”고 했다. 김모(77·흥해읍 약성리)씨는 “큰 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밤에 여진이 발생하자 일부 주민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15일 오후부터 16일 오전까지 4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낯선 환경에 잠들지 못하는 아기가 계속해서 울자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르신들은 “괜찮다”며 당황한 아기 엄마의 등을 토닥였다. 고3 수험생은 대피소에서 공부하다 결국 이날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민들은 위로하며 밤을 지새웠다.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도 많았다. 두통·소화불량 증상을 보이거나 가슴이 계속 뛴다고 호소했다. 이문형(46) 흥해우리약국 약사는 “진통제·소화제·청심환 등을 챙겨 왔다”며 “밤새 3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와 가슴통증 등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엔 선린대병원과 포항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봉사활동을 왔다. 오후 3시 기준 대피소에 있는 800명 중 100명 정도가 진료를 받았다. 성민경 선린병원 의사는 “2명은 고열과 고혈압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대피를 왔던 대학생들은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포항대 응급구조학과 학생 11명이 주인공이다. 3학년 이슬기(21) 학생은 “기숙사에 사는데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해서 왔다가 함께 자원했다”며 “날씨가 춥다. 주민들이 컵라면이라도 드시고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호 물품도 이어졌다. 지난해 지진 피해를 보았던 경주에서 제일 먼저 담요 1000장을 보냈다. 포스코에서 도시락 250개를 보냈고 흥해읍사무소 직원 45명과 포항시 공무원 100여 명도 함께했다. 대피소 인근에 사는 주민에게서 “집에 물이 샌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직원들은 “곧 처리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안전한 곳에 계시라”고 말했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1346명의 이재민이 10개 대피소로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주 지진 학습효과로 대피 과정은 비교적 신속히 이뤄졌다. 진앙지 인근 흥해읍의 한동대에서는 지진 발생 10분 만에 교내 학생(4000여 명)의 90%가 약속된 대피 장소인 운동장에 모였다. 이 학교는 강의동과 기숙사 외벽이 크게 파손되고 학교 전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급박한 상황에 놓였지만 총학생회가 주도한 신속한 대피로 인명 피해는 경상자 2명(찰과상)에 그쳤다.
 
진앙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흥해초등학교에서도 경주 지진 이후 실시한 재난대피 훈련법에 따라 학생·교사 100여 명이 무사히 부서진 건물에서 탈출했다. 부산시 동구에 있는 기업은행 직장어린이집은 지진이 발생하자 낮잠을 자던 원생 20여 명을 깨우고 자전거용 헬멧을 씌워 어린이집 공터로 대피시켰다.
 
포항=백경서·최은경·이은지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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