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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도시재생 선두 주자? 성수동 공장 아닌 완주 양곡창고

옛것을 무턱대고 허물고 부수는 ‘재개발’적 발상은 이젠 낡은 개념이다. 요즘은 오래된 것이 멋스럽다. 옛 공간을 허무는 대신 현대적으로 부활하는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등장하면서다. 영국 런던 화력발전소 자리에 들어선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 등이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국내에선 2013년 일찌감치 도시재생에 뛰어든 전북 완주가 있다. 덕분에 평범한 농촌 마을 완주는 젊은 여행자가 찾아오는 ‘힙’한 여행지로 거듭났다.
 

새 건물 세우는 대신 문화공간 개조
고택 주변엔 갤러리·카페촌 생겨
농촌마을이 ‘힙한’ 여행지로 탈바꿈

쌀 대신 문화 채우는 양곡 창고
 
전북 완주 오성마을에 있는 한옥체험관 아원. 사진에서 가운데 건물이 경남 진주에서 이축해 온 고택이다. [양보라 기자]

전북 완주 오성마을에 있는 한옥체험관 아원. 사진에서 가운데 건물이 경남 진주에서 이축해 온 고택이다. [양보라 기자]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만에 완주에 다다르자 너른 논밭이 드러났다. 완주는 일제가 수탈의 전초기지로 삼았던 지역이다. 완주 삼례읍에 자리한 양곡 창고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양곡 창고는 해방 이후 여전히 비료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로 활용됐다. 하지만 쌀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2010년부터 제 기능을 잃고 방치됐다. 지역 흉물을 처리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한 완주군이 2013년 부지와 창고건물을 매입했다.
 
완주군은 창고를 허물고 신식 건물을 세우는 대신 옛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는 별난 선택을 했다. 7명 예술가를 초빙해 창고건물을 개조해 줄 것을 의뢰했고, 이들은 ‘삼삼예예미미협동조합’을 결성해 오래된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가꿨다. 이것이 양곡 창고 자리에 2013년 6월 삼례문화예술촌이 개관하게 된 스토리다. 김미경 완주군 문화관광과 계장 말처럼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기도 전에 양곡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하기로 한 것은 드라마틱한 결정”이었다. 1세기의 역사를 가진 양곡 창고는 그렇게 살아남았고, 지금도 벽과 지붕이 본모습 그대로 보존됐다.
 
텅 빈 창고의 내부는 문화 콘텐트로 채웠다. 농협 마크를 떡하니 달고 있는 창고는 각각 갤러리·카페·목공방 등으로 변신해 놀이터로 쓰인다. 여행자는 창고건물을 누비며 카페에서 핸드드립을 배우거나 도마 등 간단한 목공품을 만들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이 문화예술시설을 접할 기회가 없는 군민을 위한 시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김 계장은 자랑했다. 20~30대 여행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삼례는 여느 도시와 같은 활력이 느껴졌다. 해마다 완주 인구(1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여행자가 삼례문화예술촌을 방문한다.
 
250년 된 한옥이 불러온 나비효과
 
일제강점기 양곡 창고 건물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 [양보라 기자]

일제강점기 양곡 창고 건물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인 삼례문화예술촌. [양보라 기자]

삼례문화예술촌이 관이 주도한 도시재생이라면 소양면 오성마을은 민간이 먼저 움직인 완주의 도시재생 사례다. 소백산맥 끝자락 종남산(663m) 골짜기에 조성된 오성마을은 원래 농업용수를 저장해 놓은 오성저수지 주변에 농가 몇 채만 덩그러니 있는 심심한 마을이었다. 전북 전주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전해갑씨는 30여 년 전 우연히 오성마을에 닿았다. 그리고 2002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마을 땅을 사들여 경남 진주에서 발견한 250년 된 한옥을 오성마을에 고스란히 이축했다.
 
고택이 드라마나 CF 촬영장소로 종종 활용되는 걸 보고 전씨는 아예 앞마당에 드라마 세트장으로 쓸 현대식 한옥을 새로 지었다. 아무것도 없던 나대지에 한옥이 쑥쑥 들어서자 완주군은 2013년 오성마을을 한옥마을로 육성하기로 하고 한옥 한 채 신축에 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전씨는 고택과 현대식 한옥을 묶어 ‘아원’이라는 이름의 한옥체험장을 2015년 개장했다. 현재 오성마을에는 모두 7채의 한옥숙박시설이 들어서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

오성마을에 닿기 전에는 ‘과연 이런 벽촌까지 사람들이 찾아올까’라는 의구심이 컸지만 막상 가보니 싹 사라졌다. 전주한옥마을이 인증샷을 찍는 젊은 여행자로 북적이고 부산한 여행지라면 오성마을은 가족여행자가 한옥과 어우러진 풍경을 보며 제대로 쉬어갈 수 있는 여행지였다.
 
고택과 신식 한옥도 멋스러웠지만 한옥 건물 사이에 지어진 현대식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창문의 높이가 낮아 바닥에 앉아야 창밖 한옥의 처마며, 종남산의 능선이 드러났다. 이 풍경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의 힘이 지속가능한 농촌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행정보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은 기차로 갈 수 있다. 전라선 삼례역에 내리면 된다. 삼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입장권 2000원. 전화로 예약하면 문화해설사가 무료로 안내해 준다. 070-8915-8121. 오성마을은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이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아원고택을 찍고 찾아가면 된다. 아원은 숙박이 가능하다. 1박 27만원부터. 조식 포함.

 
완주=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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