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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결제 아직도 60일 … 상생결제 2·3차 협력사로 확대해야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거래대금 지급이 1~2주일만 늦어져도 회사가 휘청합니다. 말이 현금결제지, 길게는 두 달이 돼야 돈이 들어오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표인 김진형(54) 대표는 지난해에만 2번의 부도위기를 넘겼다. 실적도, 사업 규모도 점차 확장하는 분위기였지만 1차 협력사가 대금 지급 시점을 미루며 문제가 생겼다. 1차 협력사가 김씨 회사에 현금 결제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상 돈이 들어오는 건 60일 정도 돼서다. 이 기간에 돈이 말린 회사는 결국 연 15%에 달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충당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상황이 바뀐 건 지난 2월 반도체 생산회사인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상대로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서다. 상생결제시스템을 활용해 자금 융통이 용이해진 1차 협력사는 김씨 회사(2차 협력사)와의 거래대금 일자를 꼬박꼬박 지켜줬다. 김씨는 “상생결제 덕분에 1차 협력사도 우리에게 대금 지급일을 지켜주며 안정감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2차 이하 중소기업에는 상생결제가 도입되지 않아 항상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기업 간 거래에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크게 ▶현금결제 ▶어음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나뉜다. 현금결제의 경우 하도급법상 지급 기한이 ‘60일 이내’라는 점이 사실상의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어음은 거래대금을 지급하고 유통하는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대보증에 해당하는 배서가 가능해 원청업체의 어음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하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담대는 어음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결제수단이지만 하청업체 입장에선 상환청구권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환청구권은 ‘을’이 대금지급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갑’이 해당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은행이 을에게도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제도다.
 
상생결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채권을 발행하고 실제 대금 지급은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하청업체 입장에선 돈을 떼이거나 지급일이 늦어질 염려가 없다. 원청업체는 대금 지급일과 대금 규모를 미리 은행에 통보하고, 해당 일자에 대금을 은행 계좌에 입금하면 모든 대금 지급 업무가 끝나 거래 편의성이 증대되는 구조다. 중소기업은 경영 여건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상생결제시스템 확산이 1차 협력사에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부 권고에 따라 상당수 대기업이 1차 협력사와 거래 때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했지만, 1차 협력사 이하에선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비율은 낮다. 2013년 8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상생결제를 통한 거래 중 대기업-1차 협력사 간 거래액은 164조7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1차~2차 협력사 간 거래 규모는 1조9700억원(전체 거래액은 약 130조원), 2차~3차 협력사 간 거래액은 89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상생결제 도입으로 거래대금 지급과 관련한 갑을 관계는 해소됐지만, 그 낙수효과가 2차 이하 협력사에는 미치지 못한다. ‘병의 눈물’은 계속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생결제 병목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 상생결제 도입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혜택이 대기업·중소기업에만 집중됐다는 점을 꼽았다.
 
최연자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과장은 “중소기업-중소기업 간 상생결제 도입 때에는 세액공제 혜택이, 대기업이 상생결제를 도입할 때는 동반성장지수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혜택이 있지만 중견기업에는 이런 혜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견기업이 적극적으로 상생결제를 도입해야 그 낙수효과가 2차 이하 중소기업에도 내려가는 만큼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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