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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아파트'는 괜찮나...주차장 기둥 무너진 포항 필로티 주택 보니

필로티 방식(1층에 기둥이 있고 빈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 건물)으로 지어진 경북 포항시 장성동 다세대주택의 기둥이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16일 인부들이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필로티 방식(1층에 기둥이 있고 빈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활용한 건물)으로 지어진 경북 포항시 장성동 다세대주택의 기둥이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16일 인부들이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4층 다세대주택. 지난 15일 규모 4.5의 지진으로 1층 주차장 기둥 8개 중 3개에 균열이 크게 생겨 현재 임시로 쇠기둥 15여 개를 받쳐둔 상태다. 이 건물은 필로티 형식으로 지어졌다. 경찰 5명은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폴리스라인을 치고 막았다. 
 
지진 당시 건물 안에는 한 명의 주민이 있었다.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도 여기에 거주하지만, 다행히 밖에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주택에서만 "균열이 발생한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두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경북 포항 강진 이후 '필로티' 구조로 설계된 주택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층 기둥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컸던 필로티 건물이 많아서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 1층 부에 가구(세대)를 넣지 않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건축 형식을 말한다. 2002년 '다세대·다가구 주택 1층 주차장 설치 의무화'를 계기로 확산했다. 지하에 주차공간을 두는 것보다 건축비를 아낄 수 있고, 개방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벽 없이 몇 개의 기둥만으로 건물 전체를 떠받치고 있어 좌우 진동이 심한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설업계에선 다세대·다가구나 도시형 생활주택(원룸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내진설계가 된 주택이 많지 않아서다. 내진설계란 구조물과 지반 등의 특성을 고려해 지진에 안전하도록 건물을 짓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주택 중 내진 설계된 비율은 8.2%(동 기준)에 불과하다. 그마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 46.6%로 높고, 다가구·단독주택은 4.4%에 그친다.  
 
국내에 내진설계 기준이 적용된 건 1988년부터다. 당시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로 제한한 뒤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했다. 지난 2월부턴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 이상인 건축물이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다. 내진설계의 기준은 규모 6.0 정도다. 
 
하지만 내진설계 기준이 제정되기 이전에 지어졌거나 현재 의무 대상이 아닌 건물은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원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이 소급 적용되는 게 아닌 데다 민간 건축물은 내진설계를 안 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 지진 위험에 노출된 실정"이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도시형 생활주택(원룸 등)도 필로티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지진 발생 때 피해가 우려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 가구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된 주택으로, 전용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도시지역에서만 지을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중 88.4%가 필로티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운 GS건설 건축설계팀 부장은 "도시형 생활주택도 내진설계 대상이지만 소규모 회사가 짓다 보니 실제 설계대로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구조적 설계 기준이 약했거나 부실하게 지어져 붕괴 등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지 필로티 건축 형식 자체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필로티 구조를 갖춘 아파트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신규 아파트든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아파트든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필로티 구조가 국내 아파트에 도입된 게 2000년 이후인데, 그 전인 1988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내진설계가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설계 측면도 마찬가지다. 문기훈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박사는 "필로티 부분에 철근 배근(철근을 설계에 맞게 배열하는 일)을 강화함으로써 지진 하중에 대한 저항성이 크게끔 설계한다"고 말했다.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을 시공할 때 다른 층수 아파트보다 철근을 수직, 좌우로 더 촘촘하게 넣는다는 얘기다. 박성운 GS건설 부장은 "일반적인 1층 아파트의 두 배 수준 하중을 견딜 수 있게끔 짓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모든 주택',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 지어지는 주거용 시설은 모두 내진설계가 적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미 지어진 주택 중 내진 성능이 없는 건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구조 검토를 한 뒤 필요하다면 기존 주택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지만, 민간 영역이라 금전 부담이 커 쉽지 않다"며 "우선 보유 주택의 안전진단을 받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시설 내진율 23.1% 그쳐=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공공시설과 민간시설 등이 피해를 보았다. 유독 학교건물의 피해가 컸다. 학교건물 가운데 내진 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이 3분의 1에 불과해서다.
 
16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공공시설물 내진 성능 확보 현황(2016년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10만5448개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3.7%(4611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학교시설은 2만9558개 중 23.1%(6829개)만이 내진 성능을 확보했다. 포항지역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 시설 328곳 중 내진 성능이 갖춰진 곳은 15곳(35.0%)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부터 새로 짓는 학교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교육환경 개선비·재해 특별교부세 등 매년 2500억원 이상을 투입, 유치원과 각급 학교의 내진 보강을 2034년까지 마치기로 했다.
 
황의영 기자, 포항=백경서·최규진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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