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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학교가 지진대피소였다니” …절반은 표지판 없어 코앞에 두고도 몰라

“이곳이요? 전혀 몰랐어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초등학교 운동장. 학부모들에게 “이곳이 ‘지진 대피소’인 것을 아느냐”고 묻자 눈이 커졌다. 운동장을 뛰어놀던 아이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학부모 강성미(39)씨는 “어제 포항 지진 뉴스를 접하면서 가족들과 ‘우리는 지진이 나면 어디로 가야하지?’하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대피소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시 옥외 대피소 역할을 하는 서울 중구 흥인초등학교의 정문. 올 9월 대피소로 지정됐지만 이를 알리는 표지판은 설치돼 있지 않다. 김상선 기자

지진 발생시 옥외 대피소 역할을 하는 서울 중구 흥인초등학교의 정문. 올 9월 대피소로 지정됐지만 이를 알리는 표지판은 설치돼 있지 않다. 김상선 기자

서울시는 올 9월 흥인초교를 ‘옥외대피소’로 지정했다. 중구에 있는 옥외대피소 45곳 중 하나로 운동장 2834㎡에 7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진은 재난 특성상 실내 보다는 건물 붕괴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개방형 옥외대피소로 먼저 피신한다. 학교 운동장이 대부분이다.  

서울에 지진 대피소 2200여 곳
서울시민 절반 이상 수용 못해
표지판 설치는 50%에도 미달
“학교가 대피소 지정 꺼리기도”
일본은 대피소 수백m 전부터
화살표와 그림으로 방향 안내


 
하지만 흥인초교 어디에도 대피소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없다. 학교 인근 주민 10명에게 물어봤지만, 이곳이 대피소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주민 황원미(40)씨는 “학교와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더 이상 지진이 남에 얘기 같지 않은데, 대피소를 코앞에 두고도 몰랐다”고 말했다.       
 
청운초등학교 운동장(7344㎡, 2200여명)은 종로구의 ‘옥외대피소’다. 교문 옆 담장에 붙은 노란색 표지판(가로 약 1m, 세로 30cm)은 맞은편 횡단보도에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지진 발생에 대비해 지정된 긴급 대피장소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지진 옥외 대피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정문 담장에 부착돼 있다. 이 학교는 운동장과 체육관 등 두 곳이 지진 발생시 긴급 대피장소로 지정돼 있다. 김상선 기자

지진 옥외 대피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정문 담장에 부착돼 있다. 이 학교는 운동장과 체육관 등 두 곳이 지진 발생시 긴급 대피장소로 지정돼 있다. 김상선 기자

주민 이옥주(67)씨는 “얼마전 청운초에 표지판이 붙기 전까진 지진대피소란 것을 몰랐다”며 “집 근처에 대피소가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지진대피소는 2200여 곳이다. 700여 곳에서 최근 세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표지판 설치는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유다.  
 
대피소 수가 늘었지만 약 1000만 명인 서울시민들을 수용하기에 부족하다. 서울의 옥외 대피소는 1700여 곳으로 400만 명가량 수용할 수 있다. 주거지가 파손된 이재민들이 거주하는 ‘실내구호소’는 560여 개로 63만명이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민의 절반은 들어가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내구호소의 경우, 수용률이 6% 정도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송준서 서울시 재난관리총괄팀장은 “대피소 지정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학교들이 대형 표지판을 설치하는 게 부담된다는 이유로 대피소 지정을 꺼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12월까지 모든 대피소에 표지판을 붙이고, 필요하다면 대피소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의 ‘대피소 격차’도 크다. 지진 대피소 수용률에서 종로구(204%)와 광진구(12%)는 약 17배 차이가 난다.       
 
채종길 서울시 상황대응과 주임은 “일본에선 대피소 지정 절차가 간단하다. 심지어 공무원이 사립학교에 대피소로 지정하겠다고 말로만 전달해도 바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고베대에서 지반공학박사을 받고 올 4월 서울시에 지진 전문가로 특채됐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대피소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서부터 화살표와 그림으로 대피소 방향을 표시한다.  
 
채 주임은 “일본엔 대피소 매뉴얼이 매우 구체적이다. 이를테면 ‘1학년 1반엔 노약자들이 간다’ ‘2반에선 배식을 한다’는 식이다. 지진에 있어서 일본의 상황과 한국은 많이 다르지만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진 설계도 시급한 과제다. 서울시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27.5%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노후 저층 주택 밀집지의 상황은 더 심각해 전체의 12.4%만이 내진 설계가 돼 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시 단독주택 상당수는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이다”고 말했다.   
 
임선영·홍지유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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