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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의 寫眞萬事]메디나충, 회충, 미사일 그리고 북한

 기생충이란 종류를 불문하고 혐오스럽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섬뜩한 녀석을 꼽으라면 단연 메디나충이 으뜸이다. 과거 아프리카나 중동의 일부 주민들이 고인 물을 식수로 마시다가 물속의 물벼룩을 같이 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물벼룩의 체내에 잠복해 있던 메디나 유충이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성충이 되면 무려 1m 정도까지 자라는 메디나충은 번식할 때가 되면 주로 인간의 다리 부근으로 이동해 피부를 뚫고 머리를 내밀어 유충을 밖으로 내보낸다. 메디나 성충이 뚫고 나오는 인간의 피부엔 수포가 만들어지고 이때 숙주인 인간은 수포 부근이 마치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통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포가 있는 부위를 물에 담그게 되고 이 틈을 이용해 메디나충은 물속에 자신의 유충을 분사한다.  
 
수포를 뚫고 머리를 내미는 메디나충

수포를 뚫고 머리를 내미는 메디나충

성충 암컷 메디나충은 약 1m 정도까지 자란다.

성충 암컷 메디나충은 약 1m 정도까지 자란다.

막대에 감아 메디나충을 빼내는 치료

막대에 감아 메디나충을 빼내는 치료

 
 이집트에서 탈출한 유대민족이 광야를 떠돌다 ‘불뱀(fiery serpent)’에게 시달리는 이야기가 구약성서 민수기에 등장하는데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 불뱀이 메디나충이라고 추정한다. 병원 로비에 걸려있는 의학의 상징 카두케우스는 뱀 두 마리가 지팡이에 휘감겨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뱀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메디나충이고, 번식을 위해 인간의 피부를 찢고 머리를 내민 메디나충을 지팡이에 돌돌 감아 몸 밖으로 빼내는 의술행위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카두케우스

카두케우스

 
 1986년까지만 해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20여개 나라에서 350여 만 명이 감염됐던 이 메디나충은 이제 물을 걸러 마실 수 있는 간단한 필터의 보급과 예방 교육으로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무려 3500여 년 간 인간을 괴롭혔던 기생충 한 종이 대단하다고 할 것도 없는 필터 덕분에 마침내 지구에서 사라질 신세가 되었다.
 
 최근 판문점 귀순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는 북한군 병사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수십 마리의 회충 등 기생충이 화제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2차 수술을 집도한 아주대 병원 이국종 교수는 “외과 의사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람에게서 이렇게 큰 기생충이 장관(소장과 대장)에서 나온 적이 없습니다. 저한테도, 한국 사회에서도 참 보기 드문 현상인데…”라며 놀라워했다. 키 170cm, 몸무게 60kg에 불과한 이 병사의 소장에선 길이가 27cm에 이르는 기생충이 발견되기도 했다. 장내에서는 또 기생충과 함께 소량의 음식물 잔해가 발견되었는데 대부분 옥수수였다는 이야기는 공포와 함께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아주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북한 병사.[연합뉴스]

아주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북한 병사.[연합뉴스]

 
회충

회충

 
 현재 남한에서 회충은 생물학적 연구 목적 등을 위해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할 만큼 희귀한 종이 됐다. 분변 봉투에 변을 담아가 학교에 제출했던 기억도 이제 호랑이 담배 피던 때만큼 아득한 옛 시절의 기억이 된지 오래다. 이 땅에서 멸종 직전인 회충이 아직도 휴전선 너머 북한 동포의 배 속에 수십 마리씩 자리 잡고 앉아 옥수수 등 안 그래도 보잘 것 없는 영양분을 가로채고 있다는 현실에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는다.  
 
 세상에, 구충제 값이 얼마라고,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은 허공으로 날려 보내면서, 도대체 구충제값이 얼마라고 그 지경이 되도록 제 나라 백성을 방치하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김춘식 중앙일보 포토데스크 부국장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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