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지진으로 기둥에 균열이 간 필로티 건물 앞에서 건물 주인이 설계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백경서 기자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기둥 8개 중 3개가 부서진 필로티 건물
지진 당시 세입자 1명 건물 내부에…고3 수험생은 밖에 나와 있어
집 주인 "4개월 전 건물 사서 들어왔는데, 너무 황당…나도 피해자"
주택 앞에서 만난 건물주 최모(45)씨는 "황당할 뿐"이라며 "당장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빼달라고 한다. 너무 죄송한 일인데 나도 피해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지진으로 1층 주차장의 기둥이 붕괴된 필로티 건물. 백경서 기자

포항 필로티 건물에 진입 금지 라인이 쳐져 있다. 백경서 기자
최씨에 따르면 이 주택의 건축주는 지진 후 언론보도를 보고 황급히 달려와 쇠기둥을 설치했다. 최씨가 "아예 무너뜨려야 하는 게 아니냐"며 물었지만, 건축주는 "살릴 수 있다"고만 했다고 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건축주는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국토부와 포항시 측에서 다녀갔지만, 건물을 당장 철거해야 할지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최씨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국토부 직원 3명이 와서 건물을 살펴보고 최씨에게 "조사를 더 해봐야 하니 조치를 하지 말고 기다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 포항시 직원들은 현장을 찾아 최씨에게 "개인 소유의 건물이므로 건축주와 합의를 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여기에 이제 어떤 세입자가 들어오겠느냐"며 "주변 필로티 건물은 다 괜찮은데 여기만 이렇게 돼 결국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