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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엿가락처럼 휜 필로티 건물엔 고3수험생 살아…주인 "나도 피해자"

포항 지진으로 기둥에 균열이 간 필로티 건물 앞에서 건물 주인이 설계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백경서 기자

포항 지진으로 기둥에 균열이 간 필로티 건물 앞에서 건물 주인이 설계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백경서 기자

"집에 지진이 났다는데, 고3 수험생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 아찔해 뛰어왔습니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기둥 8개 중 3개가 부서진 필로티 건물
지진 당시 세입자 1명 건물 내부에…고3 수험생은 밖에 나와 있어
집 주인 "4개월 전 건물 사서 들어왔는데, 너무 황당…나도 피해자"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난 15일 규모 4.5의 지진으로 1층 주차장 기둥 8개 중 3개에 균열이 크게 가 현재 임시로 쇠기둥을 10여 개를 받쳐둔 상태다. 이 건물은 필로티 형식으로 지어졌다. 필로티는 1층에 기둥이 있고 빈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을 말한다. 이날 경찰 5명이 건물 내부로 진입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주택 앞에서 만난 건물주 최모(45)씨는 "황당할 뿐"이라며 "당장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빼달라고 한다. 너무 죄송한 일인데 나도 피해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지진으로 1층 주차장의 기둥이 붕괴된 필로티 건물. 백경서 기자

포항지진으로 1층 주차장의 기둥이 붕괴된 필로티 건물. 백경서 기자

최씨는 현재 이 집 2층에서 거주하고 있다. 최씨는 2010년 지어진 4층짜리 건물을 4개월 전 구입했다. 최씨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고3 수험생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거주 중인 사람들이 걱정돼 차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포항 필로티 건물에 진입 금지 라인이 쳐져 있다. 백경서 기자

포항 필로티 건물에 진입 금지 라인이 쳐져 있다. 백경서 기자

다행히 이 건물 3층에 사는 수험생은 건물 밖에 나와 있었다. 최씨는 학생을 차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수험서 등 수능에 필요한 물품들이 집에 있지만 너무 위험해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지진 당시 건물 안에는 1명의 세입자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주택에서만 "균열이 발생한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최씨는 "혹시 사고라도 났으면 어찌할 뻔 했느냐"라며 "건축주는 1억원을 들여 이 집을 수리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에 따르면 이 주택의 건축주는 지진 후 언론보도를 보고 황급히 달려와 쇠기둥을 설치했다. 최씨가 "아예 무너뜨려야 하는 게 아니냐"며 물었지만, 건축주는 "살릴 수 있다"고만 했다고 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건축주는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국토부와 포항시 측에서 다녀갔지만, 건물을 당장 철거해야 할지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최씨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국토부 직원 3명이 와서 건물을 살펴보고 최씨에게 "조사를 더 해봐야 하니 조치를 하지 말고 기다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 포항시 직원들은 현장을 찾아 최씨에게 "개인 소유의 건물이므로 건축주와 합의를 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여기에 이제 어떤 세입자가 들어오겠느냐"며 "주변 필로티 건물은 다 괜찮은데 여기만 이렇게 돼 결국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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