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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학습효과? 포항 한동대생도, 부산 어린이들도 신속 대피

15일 포항 지진으로 건물 곳곳이 무너진 한동대학교에서 시설관리팀이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한동대학교]

15일 포항 지진으로 건물 곳곳이 무너진 한동대학교에서 시설관리팀이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한동대학교]

 
“평봉 필드(운동장)로 모여주세요! 팀별로 모여주세요!”

한동대 총학생회 주도로 4000여 명 무사히 대피
지진 10분 뒤 약속된 대피소 운동장에 90% 모여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전교생 대피 훈련 4회 실시
진앙 가까운 흥해초, 책상 아래 피했다 운동장으로
부산 한 어린이집은 맞춤제작한 유아용 헬멧 구매

지난 15일 5.4 강진이 닥친 지 불과 10여 분이 지난 오후 2시 40분. ‘STAFF(스태프)’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확성기를 든 총학생회 안내에 따라 교내 학생(4000여 명)의 90% 가 약속된 대피 장소에 모였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포항 북구 흥해읍의 한동대학교 모습이다. 
 
이 학교는 지진 순간 강의동과 기숙사 건물 외벽이 심하게 파손되고 학교 전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급박한 상황에 놓였지만 총학생회가 주도한 신속한 대피로 인명 피해는 경상자 2명(찰과상)에 그쳤다. 김기찬(27·경영경제학과 4) 한동대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 때는 우왕좌왕했지만 매뉴얼을 만들고 수차례 대피 훈련을 한 덕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난 뒤 운동장에 대피한 한동대학교 학생들. [사진 한동대학교]

지진이 난 뒤 운동장에 대피한 한동대학교 학생들. [사진 한동대학교]

 
어린이집·학교·회사 등 각지의 여러 기관에서 지난 경주 지진 때 학습한 대피법이 빛을 발했다.  
 
16일 아침 다시 찾은 한동대 캠퍼스는 텅 비어 있었다. 기숙사에 사는 재학생의 80%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서다. 4000여 명 학생이 짐을 챙겨 캠퍼스를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5시간 정도다.
 
김 회장이 지진을 처음 인지한 것은 2시 22분. 이때 진도는 2.2였다. 공지문을 쓰기 위해 바로 기상청에 문의했다. “다른 여진은 없을 것 같다”는 상담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이 요동쳤다. 학생회 사무실에 있던 학생들은 일제히 책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 진동이 멈추자 조끼와 확성기를 들고 약속된 학생식당 출구에 모여 각 건물에서 뛰쳐나온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30분 후 19일까지 휴교가 결정됐다. 
 
학생들을 귀가시키기 위해 교직원들이 기숙사 1차 안전점검을 한 뒤 4시부터 6시까지  기숙사 7동에 각 10명씩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 짐을 싸 나왔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해 평소 구성해 둔 팀과 기숙사별 소단위로 움직이고 각 팀장이 학생들 소재와 상태를 파악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기다리며 총학생회 안내를 따랐다.
한동대학교 페이스북에 올라온 총학생회에 고마움을 표하는 글. [사진 한동대학교]

한동대학교 페이스북에 올라온 총학생회에 고마움을 표하는 글. [사진 한동대학교]

 
총학생회는 포항 시내 버스회사에 연락해 3시간에 걸쳐 4000여 명 학생을 포항역과 버스터미널로 이송했다. 강의실 두 동에서 엘리베이터에 학생들이 갇혔지만 119에 곧바로 신고한 뒤 학교 시설관리팀이 출동해 20분 안에 5명이 모두 구조됐다.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었던 데는 매뉴얼과 구호 물품이 큰 몫을 했다. 총학생회는 자체 대피 매뉴얼을 만들어 수시로 익히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대피 훈련을 4회 했다. 또 올해 초 구급상자, 응급 구호 세트, 확성기, 경광봉, 안전모 등을 대량 구매했다. 김 회장은 “경주 지진을 겪어봤지만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며 “평소 익힌 매뉴얼과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진앙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초등학교에서도 경주 지진 이후 실시한 재난대피 훈련법에 따라 학생·교사 100여 명이 무사히 부서진 건물에서 탈출했다. 이 학교는 교실 천장 마감재가 떨어지고 외벽이 심하게 갈라져 뒤틀리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학교에는 유치원생과 돌봄 수업,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교사들은 규모 2.2 진동이 왔을 때 지진인 것을 감지하고 곧바로 교실로 올라갔다. 큰 진동으로 천장 마감재가 와르르 쏟아지자 아이들과 함께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긴 뒤 진동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줄을 서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정봉학(44) 흥해초 교사는 “우는 애들도 있어 당황했지만 평소 훈련하면서 대피법이 몸에 익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자마자 낮잠 자는 원생들을 깨워 공터, 파출소로 대피한 부산의 한 어린이집. [사진 부산경찰청]

지진이 나자마자 낮잠 자는 원생들을 깨워 공터, 파출소로 대피한 부산의 한 어린이집.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경주 지진 이후 구입한 헬멧이 제값을 톡톡히 했다. 부산 동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직장어린이집은 15일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낮잠을 자던 원생 20여명을 깨우고 헬멧을 씌워 어린이집 공터로 대피시켰다. 대피까지 걸린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 평소 원생들에게 지진과 화재 발생 시 대피 훈련을 정기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원생들은 평소 훈련한 대로 거부감 없이 헬멧을 쓰고 교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통로를 통해 어린이집을 빠져나왔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인 김모(38)씨는“어린이집에서 지진대피 훈련을 받은 아이가 집에 와서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더라”고 말했다.
 
이날 원생들이 쓴 헬멧은 지진에 대비할 목적으로 일부러 구매한 자전거 헬멧이다. 충격에 강한데다 가벼워 아이들이 쉽게 착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에 파는 헬멧은 어린 원생들의 머리에 맞지 않아 제조업체를 찾아가 맞춤 제작했다고 한다.  
 
어린이집 공터에서 5분간 머문 뒤 어린이집 교사들은 원생들을 데리고 골목 건너편에 있는 부산 동부경찰처 좌천파출소로 이동했다. 파출소가 최근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제대로 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좌천파출소에 10여분 간 머문 뒤 여진이 느껴지지 않자 어린이집으로 복귀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의 저층에 입주한 일부 공공기관과 공기업 직원들 역시 진동을 느끼자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대피했다.    

 
포항·부산=최은경·이은지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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