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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신 기회""고통만 유예될 뿐"…다시 찾아온 수험생들의 D-7

2018학년도 대입 수능이 연기된 16일 서울 중구 중림동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2018학년도 대입 수능이 연기된 16일 서울 중구 중림동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선생님, 혹시 교재 남은 거 있어요?" 16일 오전 서울 강남 대성학원 상담실에 학생 한 명이 들어와 물었다. 상담실 책상 위에는 남은 교재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여기 있는 거 보고, 마음대로 가져가~"
 
'수능 일주일 연기로 막판 최종 정리!'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입시학원들은 15일 밤 늦게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튿날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근처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이곳에서 만난 고3 수험생 학부모 강모(47·서울 대치동)씨는 "대치동 학원가 어머니 밴드에선 이미 어디 학원에서 어떤 강의가 꾸려지고 있는지 공유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수능 특강 문자. 김준영 기자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수능 특강 문자. 김준영 기자

 
같은 시간 서울 노량진 입시학원들 앞에는 차들이 하나 둘 정차했다. 자녀를 학원 앞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온 학부모들의 차였다. 학원 입구로 들어가는 자녀를 향해 부모는 창문을 열고 말했다. "차분히 해, 괜찮아! 화이팅!" 무거운 가방을 맨 채 고개로 까닥 인사를 건네는 자녀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학원 앞 흡연구역에서는 'N수생'들이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천재지변'으로 한 번 더 '수능 D-7'을 맞이한 수험생들의 표정은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에게는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다른 이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킨 '유예된 고통'이었다.
 
서울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에 적힌 공지사항. 여성국 기자

서울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에 적힌 공지사항. 여성국 기자

 
서울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하던 재수생 김중황(19)씨는 16일이 생일이었다. 원래 수능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생일 축하 겸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하늘이 준 예상치 못한 '생일선물'에 결국 다 취소했다.
 
김씨는 "처음 '수능 연기' 소식을 들었을 때 수험생 20명 정도 같이 있었는데 다들 '멘붕'이 왔다. 막 우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난 어이가 없어서 그냥 크게 웃었다"며 "전날 웬만한 문제집들을 다 버려서 오늘 오전에 밥 먹고 쓰레기장 가서 찾으려 한다. 남은 일주일 간 차분히 다시 훑어보며 수능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 연지은(19)씨는 아예 16일 하루 휴대전화를 꺼놓기로 했다. 친구들의 불평과 하소연 담긴 문자가 계속 날라와 집중이 되지 않아서다. 연씨는 "처음 뉴스를 보고 마치 영화 '트루먼쇼'를 보는 것 같았다. 일주일 연기가 아니라 D-7이란 심정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이 연기된 뒤 김명재(18)군의 같은 반 수험생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김준영 기자

수능이 연기된 뒤 김명재(18)군의 같은 반 수험생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김준영 기자

 
그럼에도 혼란은 쉬이 가시질 않고 있다. 고3 수험생 김명재(18)군은 "학교는 휴교인데 이미 신체가 수능에 맞춰져 있어 오전 5시에 눈이 떠졌다. 딱히할 게 없어 친구들과 PC방에 가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김군은 전날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보여줬다. 대화창엔 '실화냐''수능 밀당 오지네' 등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생리를 수능 뒤로 미루려 약을 먹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수능 보려고 군대 휴가까지 나왔는데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거냐""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등 밤새 걱정글이 쏟아졌다. 수능 연기가 발표된 직후에는 EBS나 대형 입시학원들이 '지진 특강'을 개설했다는 가짜 뉴스가 합성 사진과 함께 떠돌기도 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지진특강' 사진. 강사 얼굴에 배우 지진희의 사진이 붙어있는 합성사진이다. [온라인 캡처]

온라인에 올라온 '지진특강' 사진. 강사 얼굴에 배우 지진희의 사진이 붙어있는 합성사진이다. [온라인 캡처]

 
학원가에서는 수강생들을 안심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성학원은 수험생들에게 15일 밤 '입시에는 해마다 변수가 있었다. 동요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하라. 기존의 학습한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일괄 발송했다. 동영상 수강도 일주일 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입시학원들은 수능 직후로 예정됐던 입시설명회를 모두 연기했다.

 
홍상지·김준영·여성국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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