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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연구는 공상과학 아니다” 일침 놓은 앤디 스와츠 교수

앤디 스와츠 미국 피츠버그대 물리및재활의학·바이오공학·신경생물학과 교수. 문희철 기자.

앤디 스와츠 미국 피츠버그대 물리및재활의학·바이오공학·신경생물학과 교수. 문희철 기자.

“장기 기초과학연구에 투자하지 않으면 뇌의 비밀은 절대 풀리지 않을 겁니다.”
앤디 스와츠 미국 피츠버그대 물리및재활의학·바이오공학·신경생물학과 교수는 뇌 연구에서 한국이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과학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인류가 뇌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2008년 원숭이 뇌에 탐침을 꼽아, 원숭이가 의수(義手)를 이용해서 스스로 마시멜로를 섭취하게 했다. 2012년엔 전신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확장했다. 인공팔을 착용한 이 환자는 뇌파를 이용해서 생각만으로 의수를 움직여서 초콜릿을 벗겨 먹었다.
 
이처럼 뇌 연구 성과를 이룩한 비결에 대해 앤디 교수는 “장기 투자의 산물”이라며 공(功)을 국가와 학계에 돌렸다. 십수 년 이상 꾸준한 지원이 없었다면 성과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등 뇌와 관련이 있는 수많은 공상과학(SF) 영화·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뇌 연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앤디 스와츠 교수는 “뇌 연구는 SF가 아니다”며 “이런 기대를 품고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지나친 기대보다는 뇌공학이 어떻게 뇌신경 손상 환자들을 도울 수 있을지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공팔을 움직이는 실험으로 그가 이해하고자 했던 건 뇌 신경세포와 팔의 관계다. 여기서 그는 뉴런의 활동과 팔의 움직임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델을 수립했다. 2008년엔 원숭이 뇌였지만, 2012년엔 이 모델을 인간에 적용해서 성공한 것이다.
 
앤디 스와츠 미국 피츠버그대 물리및재활의학·바이오공학·신경생물학과 교수. 문희철 기자.

앤디 스와츠 미국 피츠버그대 물리및재활의학·바이오공학·신경생물학과 교수. 문희철 기자.

 
최근 그가 주력하는 연구는 뇌파 자체를 이해하는 일이다. 인간의 뇌를 자극해서 인공팔을 움직이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여전히 뇌에서 발생한 신경세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런 신호 자체를 해독(decode)해 보이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는 팔과 관련이 깊은 신경세포에 관심이 많다. 실험에 참여했던 팔 마비·손상 환자들은 하나같이 앤디 교수에게 “팔의 기능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일정 수준 이내에서 인공팔을 조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상인처럼 공예를 한다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등 능숙한 손재주를 회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려면 신경세포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뇌파 해독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뇌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디 교수는 “비록 모든 뉴런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알게 되는 날은 매우 먼 미래가 되겠지만, 뇌가 어떻게 정보를 전송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지 원리만 정확히 이해해도 뇌 연구는 상당히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뇌 연구계에도 중요한 의제를 던졌다. 한국 뇌 연구 기술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 대비 다소 뒤떨어진 상황이다. 앤디 교수는 뇌 연구를 기술분야와 과학분야로 대별하면서, “신호전송·원격측정·인공보철 등 뇌 기술 분야에서 정보통신(IT) 강국인 한국이 세계 뇌공학계에 상당히 큰 충격과 빠른 진보를 일궜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뇌 공학자들은 매우 강력한 유대관계를 가진 공학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다른 국가가 ‘라이벌’이라고 느낄 정도로 훌륭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뇌 과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뇌 과학은 인류가 한 번도 파헤쳐보지 않은 분야가 많다. 따라서 창의적인 생각과 격려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는 뇌 과학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뇌 과학이 깊은 생각과 시행착오, 인내를 요구하는 분야기 때문이죠.”
 
대안으로 그는 다양한 분야와 영역·기관에서 근무하는 한국 학자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양한 국가에서 창의적인 분위기나 기관에서 훈련을 받은 한국 학자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공동작업 한다면 한국 뇌과학이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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