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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항지진 이재민 800명과 흥해체육관서 1박2일, 밤새 여진 초긴장

15일 오후 포항시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여진에 놀란 북구 주민들이 흥해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있다. [ 매일신문 제공]

15일 오후 포항시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여진에 놀란 북구 주민들이 흥해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있다. [ 매일신문 제공]

"자는데 자꾸 여진이 느껴져 대피소인데도 불안해서 눈물이 다 났어요."
"집에 갈 수가 없는 이 현실이 꿈인지 생신지 믿기지 않습니다."

지진 진앙지 인근 대피소 흥해실내체육관 시민 800명 대피
밤새 30차례 여진 계속…느껴질 때마다 시민들 놀라
일부 시민들 지진트라우마 호소…복통·가슴통증 등
대피왔던 대학생 9명은 일일자원봉사자로 변신

포항 지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인 시민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포항 지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인 시민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16일 오전 6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된 사람들이 아침밥을 먹기 위해 체육관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바깥 기온은 2.7도. 추위에 두꺼운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맨 이들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했다. 한 아이가 순진한 표정으로 "엄마 이제 집에 못 가"라고 했다. 전날 일어난 규모 5.4 지진으로 800여 명의 시민이 이곳에서 밤을 보냈다. 밤은 매우 길게 느껴졌다. 동이 틀 때까지 아기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한숨 소리만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두 딸과 함께 대피소를 찾은 박선희(47)씨는 "그래도 대피소가 제일 안전할 거라 생각해서 이리로 왔다"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흥해중학교 3학년 남정현(15)양은 "수업 끝날 때쯤 지진이 나서 엄마가 데리러 오셨다"며 "바로 대피소로 왔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흥해읍 약성리에서 온 김모(77)씨는 기자를 붙잡고 "큰 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간밤에 있었던 30여 차례의 여진으로 진동이 느껴지자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깬 시민들도 있었다. 낯선 환경에 잠을 이루지 못해 내내 우는 아기를 달래는 아기 엄마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미안해하자, 어르신들은 "괜찮다"며 아기 엄마의 등을 토닥였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민이 서로를 위로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대도중학교로 대피한 이재민에게 응급구호품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대도중학교로 대피한 이재민에게 응급구호품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지진트라우마를 호소하면서 응급약을 찾는 시민들도 많았다. 대부분 두통, 소화불량 등이었고, 가슴이 계속 뛴다고 했다. 실제 어렵사리 잠을 청하는 시민들을 위해 체육관 측에서 실내 등불을 하나씩 끄자 사람들은 저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항시약사회에서 나온 이문형(46) 흥해우리약국 약사는 "인근 약국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얘길 듣고 진통제, 소화제, 청심환 등을 챙겨왔다"며 "밤새 3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와서 진정이 되지 않아 가슴통증 등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질서를 지키며 하루를 보냈지만, 한쪽에선 고성도 오갔다. 대피소인 체육관의 자리가 부족해서다. 전날 오후 늦게부터 북구 일대의 시민들이 모두 모이면서 체육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두 딸의 손을 잡고 온 한 남성은 "당장 갈 데가 없는데 여기도 자리가 없다고 하면 되느냐"라며 "구석이라도 좋으니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결국 이날 실내체육관 농구장 밑까지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담요가 부족한 사태도 있었지만, 구호 물품은 계속 들어왔다. 
 
대피를 왔던 대학생들은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날 포항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학생 11명은 교대로 포항시자원봉사자 티셔츠를 갈아입었다. 3학년 이슬기(21) 학생은 "집이 서울이어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지진 이후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해서 왔다가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것 같아서 자원했다"며 "추운 날씨에 컵라면 하나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자원봉사자도 대피소로 모여들었다. 조영혜(57)씨는 "뭐라도 더 돕자 싶어 나왔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포항 지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포항 지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여기저기서 구호물품도 쏟아졌다.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에서는 제일 먼저 담요 1000장을 보냈다. 포스코에서 도시락 250개, 적십자에서는 구호세트 1000개를 보내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GS리테일 포항지역점에서는 직원 18명이 나와 GS리테일에서 제공한 물, 초코과자 각각 5700개와 귀마개, 무릎담요 등 방한 용품 각 300개씩을 들고 날랐다. 모두 1600만원어치다. 박정현 GS리테일 영업팀장은 "안 그래도 지진으로 갈 곳을 잃어 힘든 분들이 물품 부족으로 힘들어 할 것 같아 물품도 드리고 봉사도 할 겸 직원 전체가 왔다"고 말했다.
오전 7시 자원봉사자들이 아침밥을 마련했다. 백경서 기자

오전 7시 자원봉사자들이 아침밥을 마련했다. 백경서 기자

포항시 공무원도 가세했다. 흥해읍사무소 직원 45명과 포항시 공무원 수백여 명이 이날 밤새 시민들과 함께했다. 체육관 인근 흥해읍사무소에는 이날 밤새 "집에 물이 샌다" "집이 무너질 것 같아 무섭다"는 등의 신고가 들어왔다. 불안한 주민들은 직접 찾아와 "급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모두 처리를 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안전한 곳에 계시라"며 시민들을 다독였다. 
 
박성대(57) 흥해읍장은 "진앙지인 흥해읍에서뿐만 아니라 북구 양덕동 등 일대 주민들이 모두 이리로 와 대피소 공간이 부족해 걱정하고 있다. 시민들이 최대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인근 학교 등 추가 대피공간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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