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료진 50명 투입
2대1 생체 폐 이식 국내 첫 성공
폐 생체이식은 현행법상 불법
희귀 폐고혈압 딸 병세 악화되자
부모가 탄원, 정부서 일시 허용
복지부 “법 개정해 합법화할 것”
![생체 폐 이식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교수(왼쪽)와 수혜자 오화진씨 가족. [사진 서울아산병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6/3659af63-17d2-4500-81d7-ec435d261caa.jpg)
생체 폐 이식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교수(왼쪽)와 수혜자 오화진씨 가족.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은 15일 “국내 최초로 생체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으려고 기다리는 300여 명의 말기 폐부전 환자가 생체 이식을 활용할 길이 열렸다. 국내 법에는 뇌사(腦死)자의 폐만 이식할 수 있다. 지난해 89명이 이식받았다.
화진씨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차고 체중이 불어나며 몸이 붓기 시작했다. 폐고혈압이라는 희귀병이었다.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폐동맥 압력이 올라 심장과 혈액을 주고받기가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심장도 망가져 급성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환자는 지난해 7월 심장이 멈춘 적이 있고 재발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1년 생존 확률이 70% 미만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이번 수술로 기적 같이 살아났다.
이번 수술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장기이식법에는 신장·간·골수·췌장·췌도·소장 등 6개만 생체 이식을 할 수 있다. 뇌사자 이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화진씨의 병세가 날로 악화돼 지체할 수 없었다. 2014~2017년 7월 아산병원 환자 68명이 폐 이식을 기다리다 32명이 숨졌다. 폐 이식 대기 기간이 약 4년이나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6/3b052b6b-7d52-4c09-8065-d6ac853210fb.jpg)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가 움직였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이식윤리위원회를 열어 수술을 사실상 허용했다.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사후에 법령을 개정해 생체 이식 대상 장기에 폐를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 생체 이식은 미국·일본에서는 합법이다. 일본은 1998년 이후 매년 10건 이상 수술한다. 5년 생존율이 89%에 달한다. 화진씨 수술에 일본 교토대 의대 히로시 다테 교수를 비롯한 의사 2명이 참관하면서 수술을 도왔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교수는 “환자가 수술 전에는 복수가 차고 몸이 부어 있었고, 심장이 컸는데 지금은 이상 증세가 사라졌다”며 “폐 생체 이식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폐 생체 이식이 모든 환자에게 해당하는 게 아니며 ▶폐섬유증 ▶폐기종 ▶폐동맥고혈압 ▶미세 기관지가 막히는 질환 ▶소아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폐암 환자는 이식 후 사용하는 면역억제제 때문에 암이 재발할 위험이 커 폐 이식 대상에 넣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