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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할아버지 “나누며 사는 거지 뭐, 허허”

'빵 할아버지'로 불리는 모질상(70). [사진 용인시]

'빵 할아버지'로 불리는 모질상(70). [사진 용인시]

경기도 용인 토박이인 모질상(70·사진)씨의 별명은 ‘빵 할아버지’다. 밥보다 빵을 좋아해서, 동네 빵집을 운영해서도 아니다. 5년째 매주 금요일마다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주면서 얻은 별명이다.
 

용인 모질상씨 따끈따끈한 이웃사랑
5년째 금요일마다 홀몸노인에 배달
직접 가꾼 고구마·무·호박도 나눠
2000만원 칠순 축하금까지 보태

손이 큰 모씨의 온정은 빵에만 그치지 않는다. 구슬땀으로 손수 가꾼 호박·고구마·무를 나누고, 장학금도 쾌척한다. 나눔에 인색하지 않다. 자비로 홀몸노인 가정의 고장난 보일러를 고쳐주기도 했다. 이쯤 되면 용인시 처인구 중앙동 히어로다. 하지만 빵 할아버지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지난 9일 빵 할아버지를 만나봤다.
 
모질상씨가 빵 할아버지가 된 것은 2013년 6월부터다. 당시 신미영 중앙동주민센터 복지팀장과 홀몸노인들에게 무엇을 도와드리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면서 시작됐다. 모씨는 2003년부터 ‘중앙동을 사랑하는 모임(중사모)’이라는 민간 봉사단체를 설립해 활동해오며 중앙동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다. 중사모 회원들이 매월 낸 1만원의 후원금으로 중앙동 내 소외계층을 지원해왔다. 중사모 회원 수는 한때 40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개인 사정으로 봉사활동을 4년간 쉬었다. 몸이 근질근질하더라.(웃음) 나이가 들면 몸이 불편해 집에서 뭘 해먹는 일도 어렵게 된다. 홀몸노인들에게 반찬이나 도시락을 배달해볼까도 고심해봤는데, 냉장고에서 꺼내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씨는 매월 첫째·셋째 주 금요일에는 중앙동에 거주하는 75~90세 홀몸노인 35명을 일일이 찾아 일주일치 빵을 배달한다. 10여 년간 함께해온 빨간색 스쿠터를 타고 좁은 골목골목을 누빈다. 애마 스쿠터에는 보통 한 번에 250여 개의 빵이 실린다. 모씨는 홀몸노인의 손에 빵을 쥐여 주면서 막내아우나 아들처럼 친근하게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챙긴다고 한다. 홀몸노인들에게 빵 할아버지는 이웃 그 이상이다.
 
그는 나머지 둘째·넷째 주에는 노인 거주 지원 시설인 사랑의집을 방문, 빵을 전달한다. 매월 단체 생일상도 차린다. 이때는 빵 외에 부드러운 떡 케이크도 함께 준비한다. 사랑의 집에서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약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익힌 기계체조를 응용한 간단한 스트레칭 체조를 선보인다. 폼으로 든 기타 아래로 양다리를 찢는 묘기도 보여준다.
 
한 달에 들어가는 빵값만 70여 만원이나 된다. 전액 자비다. 모씨는 “서로 나누면서 사는 거지 뭐”라며 웃는다. 그는 지난달에는 중앙동에 고구마 150상자(한 상자 10㎏)를 기증했다. 또 올 5월에는 자식들이 마련해 준 2000만원의 칠순 축하금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용인시에 선뜻 내놨다.
 
모씨는 넉넉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포기하고 간 군대를 제대한 뒤 식료품 장사 등을 하며 죽기살기로 일했다.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이웃들에게 받던 온정이 떠올랐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생각에 나눔을 실천했다. 보건복지부 ‘2017 행복 나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빵 할아버지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구운 빵이 들려 있다. 늦가을 추위에 따스한 온기를 주는 빵이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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