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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데스 밸리’ 극복을 위한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

조명현 한국지배구조원 원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조명현 한국지배구조원 원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초대형 투자은행(IB)을 통해 혁신·신생기업에 자금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한가. 중소·혁신 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는데 자금 공급의 용도 제한이 필요한가.’ 최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초대형 IB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다. 초대형 IB 반대론자의 답은 이렇다. ‘초대형 IB를 도입하면 업종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자금 용도를 제한하거나 재검토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사실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모험자금 공급원인 초대형 IB가 시스템 리스크의 주범으로 폄하될 수 있다. 자금 조달 채널의 확대는 업무 권역 간 형평성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만은 ‘프레이밍 효과’를 주장했다. 인간의 의사 결정은 문제 제기의 방식, 인식의 틀(프레임)에 따라 달라짐을 실증했다. 프레이밍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초대형 IB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8월 이후를 복기해보자. 기업 자금 공급의 주축이어야 할 은행이 가계대출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반면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은행 여신이 막혀 제2금융권을 찾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기 위해 억지로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꺾기’에 시달리기도 한다.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에 실패해 ‘데스 밸리’를 넘지 못하는 혁신기업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9월 한국무역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에 불과하다.
 
혁신 성장으로 저성장 파도를 넘으려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 기업이 잘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은행은 자금공급을 회피하고 벤처캐피탈의 자본력은 취약하다. 정책자금은 우량기업과 창업 초기에 집중되고 있다. 초대형 IB가 새로운 자금 공급원으로 한국 경제에 꼭 필요한 이유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종합 경쟁력은 138개국 중 26위지만, 금융시장 발전도는 74위에 불과하다. 대출의 접근 용이성은 90위, 모험자금의 이용 가능성은 64위에 그쳤다. 한국 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이 얼마나 미흡한지 보여준다.
 
새로운 길을 가려는 자에게는 혹독한 비판과 견제가 존재했다. 4차 산업혁명을 꿈꾸며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혁신산업과 신성장동력을 말하지만, 모험자금 공급원인 초대형 IB는 이렇게 데스 밸리 앞에 우두커니 멈춰서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을 담은 자본시장법을 21세기 한국판 ‘적기 조례(Red Flag Act, 19세기 영국에서 마차산업 보호하려 시행했던 과도한 차량 규제)’의 사례로 남길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이 말뿐인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조명현 한국지배구조원 원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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