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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근로시간 단축,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야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근로시간 단축이 당장 눈에 잡힐 듯하다. 지난달 발표된 일자리 로드맵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주당 근로시간에 대해 공휴일을 포함해 52시간으로 명확히 하고, 주 5일제(40시간)의 예외적용이 가능한 운수업과 금융보험업 등의 특례업종 축소도 명시했다.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의 원인이 되는, 개괄적인 근로시간 계산 관행인 포괄역산임금제도 규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부작용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정책이 될 것에 틀림없다.
 

인간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 역사
현 정부, 일자리 나누기 추진하지만
근로시간 단축해도 고용증가 안 돼
생산성 향상과 과실 공정 배분 필수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일자리 창출이 아닌 근로여건의 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10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에 대하여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시에는 장시간 근로의 개선과 더불어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를 통한 고용창출도 강조되었다. 물론 지금도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자동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의 역사라 표현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식량 생산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여 예술과 문화 등 여가 활동을 늘려 왔다. 이후 인구증가로 실업문제가 발생하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시도가 고용증가로 이어진 사례는 없음을 이제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비교에서도 증명이 된다. 1960년대에 미국과 유럽의 남성들은 연간 2200시간 정도 일을 했으며 일하는 사람의 비중도 비슷하였다. 그러나 2000년에 이르러 일하는 비중인 경제활동참가율(남성)이 미국은 85%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75~80%로 줄었다. 연 근로시간도 미국이 1800시간, 유럽국들이 1400~1600시간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최고 소득세를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은 35%였고, 유럽은 60~70%였다.
 
그러나 이보다는 여가의 즐거움이 더 결정적 요인이다. 즉, 이전보다 가족 등 다른 사람들과 쉽게 여가를 즐겁게 같이 보낼 수 있어 높아진 여가의 기회 비용이 두 대륙 근로시간의 차이를 결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의 일자리 분담 실험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으로만 이어졌다.
 
이는 1990년대 독일의 유명한 폴크스바겐사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그 결과는 정규 근로시간의 단축이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을 증가시킴에 따라 결국 총고용수준의 감소를 초래하였다. 추가적인 고용은 임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사무실 공간 등 여러 가지 고정비용이 추가로 증가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시간의 감소는 고용수준의 감소뿐만 아니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존 근로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일자리 나누기 역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근로자의 소득은 유지되었지만 실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시켰다.
 
정부는 주당 근로시간의 기준을 52시간으로 재정립함과 더불어 연간 근로시간을 2016년 2052시간에서 2022년 1890시간으로 줄이고자 하고 있다. 바람직한 정책이나 이 정책대상이 전체 취업자가 아닌 현행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자들만 해당한다는 점은 제고가 필요하다. 그 대상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5인 미만 근로자와 앞에서 언급한 특례업종 근로자가 빠져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근로시간 단축은 이들 취약계층의 근로시간도 같이 적정화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인간의 역사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의 역사였다면 이 여정은 모두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그 과실의 공정한 배분이 필수적이다. 이 모든 과정이 잘 진행돼 근로시간 단축의 과실이 현행 근로기준법 대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적용이 제외된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고루 혜택이 가기를 바란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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