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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전 지검장에 500만원 구형…'돈봉투 만찬' 3가지 쟁점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중앙지검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사가 논고를 읽는 동안 이 전 지검장은 시선을 떨궜다. 그의 왼편에 앉은 변호인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이 전 지검장은 최후 진술에서 "엊그제까지 검찰을 지휘하던 피고인이 되어서 검찰과 법리를 다투는 모습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4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기소
이 전 지검장 최후 진술서 "참담한 심정"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 상급자인지 쟁점
법조계 "김영란법 위력 가를 재판"

'참담함'의 시작은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수본 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지검장이 지난 4월 특수본 수사 종료 후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연 법무부 검찰국과의 회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들에게,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특수본 검사들에게 인당 70~100만원의 '수사비' 또는 '수고비'를 지급했고 이 전 지검장이 밥값을 냈다. 
 
한 언론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자 검찰은 지난 6월 법무부는 이 전 지검장을 면직 처분했고 검찰은 부정청탁금지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로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사례다. 선고가 예정된 12월 8일 이 전 지검장의 운명을 가를 3가지 쟁점을 짚었다.
 
쟁점1: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보다 ‘상급자’인가
 
청탁금지법상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주는 것은 인사나 승진 등 청탁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잘 보여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전 지검장 측은 문제의 식사자리는 대가 없이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검장의 변호인 임영호 변호사는 “선배가 후배 검사에게 밥을 사주는 것은 국민 일반의 관습으로 봐도 당연지사다”면서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이 전 지검장을 상급자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지검장은 고검장급으로 서울고검 소속 파견 검사 신분인 법무부의 과장들보다 상급자임은 명백하다”며 '상급자인 검사장님이 하급자를 격려하신 것이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 말한 법무부 과장들의 진술 내용을 제시했다.
 
반면 검찰은 법무부 과장들이 이 전 지검장의 하급자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전 지검장에 대한 구형 의견을 밝히며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있는 법령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파견의 결과로 소속이 법무부와 검찰로 나뉜 상황이니 명확히 상‧하급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검찰국 과장 등은 예산과 인사 등에 대한 실무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도 이어 말했다.
 
쟁점2:공식 행사인가, 비공식 만찬인가
 
공식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등은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 임 변호사는 “공식 행사였는지 여부는 그 자리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느냐의 여부와 같다”며 식사 자리는 업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행사의 목적은 특수본 수사결과 발표 이후 부장검사들과 법무부 국장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였다. 참석자들의 대화 내용도 국정농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 유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의 업무협조 등 공적인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모임의 경위‧성격‧이면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공식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검찰은 “제공된 액수가 과연 사회상규에 부합하느냐의 문제인데 사회상규란 일반인의 법 감정이다”고 강조했다. 인당 9만5000원어치 식사를 하고 현금 100만원을 수고비 조로 주고받는 것은 법 감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쟁점3:선례 없는 새 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500만원의 구형에 대해 검찰은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공여자를 처벌한 판례가 없고 검찰 내부 사건처리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청탁금지법상 100만원 초과 300만원 미만의 금액을 수수한 사람에게는 '받은 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약식으로 구하도록 돼 있다. 뇌물 공여의 사건처리 기준과 청탁금지법상 제재 기준 전반을 고려해 500만원의 벌금이 적정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지난 9월 대전지법에서 청탁금지법에 대한 확장해석‧유추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면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사례를 들었다. 또 다른 변호인인 함윤근 변호사는 “청탁금지법 8조는 공무원 행동강령 14조와 판박이인데 청탁금지법은 처벌규정이 있다. 이는 칼과 같아서 어떤 사람들도 다 벨 수 있고 피를 흘리게 할 수 있다. 확정되지 않은 개념이 많은 청탁금지법을 현실 세계에 적용할 때 법원이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면 큰 피해와 혼선을 불러올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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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정년 퇴임 기념으로 제자들로부터 수백만 원 대 골프채를 선물 받은 혐의를 받는 서울대 의대 교수 사건 등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지난 4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다. 한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향후 청탁금지법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도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처벌 여부와 그 정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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