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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알파고를 ‘개’(狗)라고 부르는 이유는

최근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을 펴낸 하영삼 경성대 교수. 김춘식 기자

최근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을 펴낸 하영삼 경성대 교수. 김춘식 기자

 
평소 한자를 쓸 일이 적었다면 한 한문학자의 다음 주장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4승1패)를 거둬 세상을 놀라게 했지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알파고를 ‘아법구’(阿法狗)라고 표현해요. ‘질서를 어기는 개’라는 뜻이지요. 이런 언어 사용을 살펴보면 중국 사람들이 시각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지난해 알파고와 바둑 경기를 펼치고 있는 이세돌 9단. [중앙포토]

지난해 알파고와 바둑 경기를 펼치고 있는 이세돌 9단. [중앙포토]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하영삼 중어중문학과 교수(55). 그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때 편찬된 한자자전(字典) 12종 16점을 묶은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를 최근 펴냈다. 제작 기간만 약 7년. 분량이 1만3450쪽에 달한다.
 
“한 마디로 ‘대형 옥편’이에요. 조선 말기에 쓴 『자류주석(1856년)』부터 일제강점기의『회중일선자전(1939년)』까지 여러 시대에 쓰인 옥편이 수록돼 있지요.”
 
하영삼 교수가 펴낸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 12종 16세트.

하영삼 교수가 펴낸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 12종 16세트.

 
그의 자전을 찬찬히 훑어보면 시대별로 한자가 어떻게 다르게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일’(一)은 ‘하나’라는 뜻이지만 조선말에는 ‘균일하다’ ‘진실되다’ ‘순수하다’란 의미도 있었답니다. 한자는 같지만 조상들이 이를 다른 의미로도 썼다는 점이 흥미롭지요. 또 서양 문물이 막 도입된 20세기 초반에는 미국 화폐 단위인 센트(cent)를 ‘신선 선’(仙)자로 표기했어요. 조상들이 서양에 대한 외경심을 가졌고, 발음이 흡사한 한자를 쓰려고 고민했던 흔적을 볼 수 있지요.”
 
중앙일보 본사를 찾은 하영삼 교수. 김춘식 기자

중앙일보 본사를 찾은 하영삼 교수. 김춘식 기자

 
하 교수가 평생을 중국과 한자 연구에 바친 계기는 무엇일까. “원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고교생 시절이던 70년 후반 모택동이 사망하고, 중국이 개방되기 시작됐어요. 각 대학에 중어중문학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요. 이런 가운데 ‘넓은 시야에서 한국의 현실을 공부하는 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94년 대만정치대 박사과정 때부터는 세 국가의 공통어인 한자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입했다고 한다.
 
하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협의로 『한국역대한자자전총서』의 콘텐트가 탑재된 인공지능(AI)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AI를 이용하면 한자 연구가 지금에 비해 더욱 효율적이고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 영문학 비평가인 아내로부터 자신의 연구 방향에 대한 조언을 종종 듣는다는 그는 “이 자전을 계기로 (한자와 관련된) 후속 연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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