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와 기념공원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보수단체 회원과 진보 시민단체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박정희 재떨이까지 모아서 유물 전시관을 지어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에 동의할 수 없다!"
14일 100돌 기념식 열린 박정희 대통령 생가, 보수 ·진보 충돌
'태극기 부대' 300여명 집결해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외쳐
구미 시민단체 "박정희 우상화 그만하라"며 역사자료관 건립 반대
오전 11시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 화환 '눈길'…청중은 야유
전직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욕설과 고함소리로 얼룩졌다. '한국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돌 기념식 이야기다.
14일은 박 전 대통령의 탄생일이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는 숭모제가 열렸다. 생가 옆 기념공원 특설무대에서는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기념식도 열렸다. 하지만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했고, 기념식은 이념대립의 장으로 변했다.
이날 숭모제가 열리는 동안 박 전 대통령 생가 앞 우측 인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동시에 좌측 인도에는 구미참여연대, 구미 YMCA 등 6개 시민단체가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가 신고됐다.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오전 집회 장소를 바꾸기를 건의했고 이 과정에서 두 단체는 집회 전부터 실랑이를 벌였다.

박정희 대통령 100돌 행사에서 구미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이 "박정희 대통령 우상화를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백경서 기자
박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은 구미시가 200억원을 들여 2018년 6월까지 지을 계획이다. 생가 인근 터 3만5000여㎡에 연면적 4000㎡에 박 전 대통령의 유품 5670점을 보존·전시한다.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 전 대통령 유물전시관을 반대하는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이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과 기념식 참석자들이 시민단체의 해산을 요구하며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 기념공원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적힌 화환이 행사장에 세워져 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 기념공원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추억에 젖어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박정희 대통령 영정 앞에서 절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행사가 좀 더 성대하지 못해 아쉽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김미향(65)씨는 "그래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난해보다는 분위기가 낫지만 여전히 침체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 바로 앞집에 살았다는 한상태(85)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어머니께서 당시 (대통령을) 임신했을 때 저 위 동산에서 몇번을 굴렀다는 얘기를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다. 가난해 애를 키울 자신이 없어 유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애가 안 떨어져서 어른들이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는 얘길 했다. 정말 우리나라를 일으킨 대단한 인물이 돼지 않았느냐. 그런데 행사는 너무 조촐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숭모제가 열리고 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한편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경북 구미시에서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주간'을 운영했다. 연극, 토크콘서트 등 13개 행사가 열렸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사진·휘호 전시회와 국민 자유 발언대, '박정희 대통령 흔적 찾아 구미 투어' 행사가 진행됐다.
구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