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수능 모의고사 필적확인 문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은 시험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필적확인란’부터 채워 넣는다. 필적확인이란 과목별 시험지 표지에 적힌 11~17자의 간단한 문장을 답안지인 OMR 카드에 손글씨로 옮겨 적는 것을 말한다. 필적확인은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 때 처음 도입됐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필적확인 문구는 여러 자음과 모음이 섞여 있어 수험생의 글씨체를 판별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밝고 희망찬 의미가 담긴 문장으로 고른다”고 말했다.
이틀 뒤 수능을 치를 고3 수험생들은 올해 7번의 수능 모의고사를 치렀다. 시험지를 받아들 때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읽고 적었을 일곱 개의 필적확인 문구를 통해 수험생의 2017년을 되돌아봤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필적확인 문구는 여러 자음과 모음이 섞여 있어 수험생의 글씨체를 판별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밝고 희망찬 의미가 담긴 문장으로 고른다”고 말했다.
이틀 뒤 수능을 치를 고3 수험생들은 올해 7번의 수능 모의고사를 치렀다. 시험지를 받아들 때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읽고 적었을 일곱 개의 필적확인 문구를 통해 수험생의 2017년을 되돌아봤다.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지난 3월 서울교육청이 주관한 3월 모의평가 국어영역 표지. [사진 서울교육청]](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4/3a7c4aa9-7c88-4833-ae1a-9e50abb289b7.jpg)
지난 3월 서울교육청이 주관한 3월 모의평가 국어영역 표지. [사진 서울교육청]
시 구절에 위로받은 그 경험은 다음 달인 4월 시험을 앞두고 너를 은근히 기대하게 했다. 너는 여전히 불안하고 긴장됐지만 이번에도 그때처럼 괜찮을 거라고 다독일 수 있었다.
'내 안의 두 눈과 마음 문을 활짝 열고'
3월 같은 감동은 아니지만, 시험지 앞에서 잔뜩 위축된 너의 마음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도 너는 인터넷을 통해 시 전문을 찾아봤다.
법정 스님이 쓴 '번뇌'라는 시의 한 대목이었다. 쉽지 않은 내용의 긴 시였는데, 너는 꼼꼼하게 읽었고 뭔가 알 것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시 속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하나 더 찾고는 왠지 뿌듯해했다. 네가 수첩에 적었던 구절은 '차라리 나를 잊은 내 안의 나를 그리워하세'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매 시간 영역별 문제지 표지에 기재된 '필적확인 문구'를 답안지에 적어넣은 뒤에 문제 풀이를 시작한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4/fe2443de-0a73-4c3d-83b6-96151adb4c54.jpg)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매 시간 영역별 문제지 표지에 기재된 '필적확인 문구'를 답안지에 적어넣은 뒤에 문제 풀이를 시작한다. [중앙포토]
그래서였을까. 너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쿵쾅대는 심장으로 받아든 시험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한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 가형 표지.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4/dd286892-f8af-44f3-83fd-57c21dff6cae.jpg)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한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 가형 표지.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아름다운 네 모습 잃지 않았으면'
그리고 여름방학은 순식간에 지나 가버렸다. 좀처럼 올 것 같지 않았던 2학기가 시작됐고, 교실은 1학기 때보다 훨씬 어지러워졌지.
친구 중 하나는 '포기했다. 재수할 거다'라며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나는 특기자전형으로 갈 거니까 수능은 필요 없다'며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수능 공부에 집중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모두가 열심히 하던 1학기 때와 달리 너 혼자만 수능에 매달리는 것 같아,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부끄럽다고도 느꼈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지난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한 9월 모의평가 국어영역 표지.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4/66982d82-9f46-4136-b409-b39a41c75ce8.jpg)
지난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한 9월 모의평가 국어영역 표지.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리고 그때 너는 선배들이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 10월 시험은 언제나 쉽게 출제된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음을 조금은 놓았던 것 같다.
'당당하게, 겸손 잃지 않은 채 피어나는 꽃'
![지난 10월 서울교육청이 주관한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영역 표지. [사진 서울교육청]](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4/bf14ca48-8e41-42e0-9543-aded3dae592e.jpg)
지난 10월 서울교육청이 주관한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영역 표지. [사진 서울교육청]
이번엔 연습 아닌 실전이기에 너는 두렵고 떨리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당당하고 겸손하게, 밝고 푸르른 마음으로, 눈과 마음을 활짝 열고 매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 펜 뚜껑 꾹 눌러 닫고 시험지를 제출한 뒤 교문을 나서는 너의 얼굴은 예쁜 꽃과 같을 것이다.

지난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서 고사장에서 나오는 수험생을 마중나온 가족이 안아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