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JSA를 통한 북한군의 귀순은 이번이 세 번째다.

김훈 중위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
당시 기무사령부가 변 상위를 조사한 결과 그는 적공과(적군을 상대로 공작을 펴는 조직) 요원이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JSA 경비를 서는 한국군 4명이 북한 적공과 요원에게 포섭됐고, 카투사 병사가 김일성 생일 때 선물까지 했다고 한다.
변 상위는 진술 과정에서 상급자로부터 들은 내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기무사는 이를 ‘과장 또는 허위 진술’로 판단해 내사종결처리했다. 아무런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기무사가 확보한 정보는 북한군은 접촉 정도에 따라 ▶단순친분유지상태 (1단계) ▶번호 및 가명부여단계 (2단계) ▶상부보고승인단계 (3단계)로 나눠 한국군을 포섭한다. 1단계는 5~10회 접촉한 단계고, 10~30회 접촉이 2단계, 3단계는 대상자의 신상자료를 수집.완전포섭하는 단계다. 접촉과정은 야간에 1대1 단독으로 이뤄진다.
변 상위와 같은 적공조 요원은 그에게 “책 (나의 인생전환기.김일성 선전책자) 을 전해줬는데 달아난 놈이 지난번 먹은 포도주를 준 이 일병”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공작원은 “이 일병은 롤렉스시계까지 선물했는데 뜻대로 잘 안된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기무사 조사 결과 이 사병은 이미 전역한 오모 병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는 당시 오 병장의 대공 용의점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변 상위는 한국군 포섭경쟁에서 밀리면서 귀순을 결심했다고 당시 기무사는 판단했다. 변 상위는 북한군 적공과장이 “판문점 배치라는 특별배려까지 받았는데 국군을 1명도 포섭 못 했다” 고 질책하자 불안에 싸였다고 진술했다.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
김훈 중위는 98년 2월 24일 JSA 최전방 소초(GP) 안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김 중위가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과 언론을 중심으로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진실 공방 속에서 JSA 경비부대 소속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과 교류했고, 김 중위가 이를 제지하다 살해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의 시신은 19년 만에서야 안식처를 찾았다. 김 중위는 지난 9월 국방부로부터 순직을 인정받은 뒤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국방부는 지난 8월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받은 김 중위에 대해 순직으로 결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건 사망의 진상을 밝히기 어렵지만 그가 임무 수행 중 ‘사망 형태 불명의 사망’인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만들어졌다. 변 상위 귀순은 김훈 중위 사망 사건과 함께 영화의 소재를 제공했다.
둘째 JSA 귀순은 2007년 이뤄졌다. 이 귀순은 지금까지 보도가 전혀 안 된 사항인데 지난 13일 귀순 사건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당시 귀순한 북한군은 하급전사(병사)로 MDL을 넘어 JSA 인근 지역에서 발견됐다. 군 당국은 그를 상대로 한 심문과정에서 JSA를 통해 넘어왔다는 진술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당시 군 당국이 경계소홀 지적을 받을까 이런 사실을 감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13일 JSA 귀순처럼 총성도 들리지 않았던 점으로 미뤄 북한군도 귀순 사실을 뒤늦게 안 것으로 추정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na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