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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용보험위서 경총 퇴출 … 점점 입지 줄어드는 사용자 대표

고용노동부가 허가한 유일한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보험기금 정책을 정하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퇴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노사정 합의에 따라 고용보험위가 설립된 이후 이곳에서 경총이 빠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고용보험위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보수에서 일정액을 떼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의 운용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고용부, 전경련 산하 한경연도 해촉
노동계 대표 양대 노총 4명은 유임

노사정 합의로 만든 고용보험위
정부가 인정한 대화 파트너 내쫓아

전문가 “노사 쌈짓돈으로 만든 기금
정부가 마음대로 쓰려는 것 아닌가”

경총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위원 자격을 잃었다. 4명의 공익위원도 모두 교체됐다. 반면 노동계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 4명(각 2명)은 유임됐다.
 
고용보험위원회 위원 교체 현황

고용보험위원회 위원 교체 현황

고용부와 경총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9월 28일 경총 등에 고용보험위원 임기(2년) 만료에 따라 위원 자격을 해촉한다고 통보했다. 그 자리는 여성벤처협회와 중견기업연합회 임원으로 바로 채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배정된 정부위원 한 자리는 여성가족부로 바꿨다. 고용보험위원회는 고용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위원, 사용자대표, 노동자대표, 공익위원 각 4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고용부 장관이 위촉한다.
 
고용부는 위원 교체를 단행한 다음 날(9월 29일)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보험 적용 범위 확대와 실업급여 강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라고 했다.
 
문제는 대표성이다. 경총은 고용부가 허가(1970년)한 유일한 전국 단위 사용자단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협상 파트너라는 얘기다. 경총이 노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다루는 각종 위원회와 협의체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자는 “정부가 인정한 대화파트너를 내쫓고 어떻게 운용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고용보험기금은 노사가 일정액을 매달 총보수에서 떼 조성한다. 정부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실업급여나 직업훈련비 지원 등에 사용한다. 올해 고용부 소관 일자리 예산 가운데 7조8000억원이 기금에서 지출된다. 내년 일자리 예산 중 주요 사업에 들어가는 9조6000억원 가운데 89%인 8조6000억원도 기금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 투명한 운용을 위해 2004년 노사정 합의로 고용보험위가 설립됐다. 경총 관계자는 “기금의 성격상 경총의 참여는 모든 위원이 인정하는 관행”이라며 “일방적으로 해촉 통보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여성위원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총 관계자는 “여성위원 추천요청 같은 절차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용부는 경총 측 위원을 해촉하고 새로 고용보험위를 꾸린 지 3주가량 지난 10월 18일 여성위원 추천을 의뢰하는 공문을 경총에 보냈다. 위원회 구성이 끝났는데 뒤늦게 공문을 보내 근거를 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노동계 위원은 “(경총은) 유일하게 전문성을 갖춘 단체여서 사용자 측 간사를 맡았는데 회의에 갔더니 갑자기 바뀌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총이 퇴출당한 뒤 사용자 위원들은 경총에 기금 운용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자문을 구하고 있다. 9조6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의 모금에서 집행까지 운용과정이 워낙 복잡해서다. 더욱이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연평균 7.2%씩 지출이 늘어나 2025년에는 15조8000억원에 이른다.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25년에는 2조6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추계했다. 자칫하면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지원조차 못 받는 상황에 내몰리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 공익위원은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다고 해서 노동계를 배제시킨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익위원을 지낸 학자는 “근로자와 기업이 쌈짓돈으로 조성한 기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쓰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며 “편향적이고 무리한 정책에 기금이 동원되면 그 피해는 근로자가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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