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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치의 미술상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논설위원

영화 ‘모뉴먼츠맨’은 제2차 세계대전 후반 연합군에 의해 조직된 특수부대의 실화를 그렸다. 미술·건축·문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대가 히틀러가 약탈한 미술품의 흔적을 따라 온 유럽을 헤맨다는 얘기다. 그들의 노력은 독일의 어느 소금광산에 감춰져 있던 수많은 미술품을 발견하면서 보상을 받는다. 여기엔 미켈란젤로의 성 모자상과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 같은 유럽 미술의 정수가 포함돼 있었다.
 
2차대전 때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은 수십만 점에 이른다. 독일을 떠나는 유대인에게 헐값에 사기도 하고, 법으로 몰수하기도 하고, 아예 강탈하기도 했다. 미술 지망생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세계를 정복한 뒤 오스트리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지으려고 수많은 미술품을 수집했다.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도 300여 점의 회화를 비롯해 2000점의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 양이 하도 많고 중요해 연합군은 1950년대까지 작품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느라 고생했다.
 
나치의 미술품 약탈은 많은 전문가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그중 한 명이 힐데브란트 구를리트다. 나치를 위해 수집할 명화를 선별해 주는 역할을 맡았던 그는 절박한 유대인에게서 수많은 그림을 ‘구입’했다. 전후 잠시 조사를 받았던 그는 그 작품들을 아무도 모르게 드레스덴 근처에 저장했다가 큰아들 코르넬리우스에게 남겼다. 그 아들이 2012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작품 하나를 경매에 내놓으면서 출처를 수상히 여긴 전문가들에 의해 거대한 컬렉션이 탄로 났다. 전후 67년 만의 일이었다. 그가 살던 허름한 뮌헨 아파트엔 마티스, 샤갈 등 거장들의 작품 1300여 점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이른바 구를리트 컬렉션이라 부르는 이 미술품들이 5년 만에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나치가 혐오해 금지했던 작품 450점을 먼저 전시한다고 한다. 모네의 ‘워털루 다리’, 로댕의 ‘웅크린 여자’를 비롯해 뒤러와 들라크루아의 걸작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고유의 작품성 외에도 시대성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갖게 됐다.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악행은 잊히지 않는다는 산증인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려는 독일의 꾸준한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이 지점에서 다시금 이웃 나라 일본을 돌아보게 된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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