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제31차 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장 앞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리커창 총리 회동서 "관계 정상궤도 최선" 공감
문 대통령, 구체적 경제 분야 거론하며 "협조 요청한다"
리커창 "한·중 관계 미래 자신…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
문 대통령은 특히 투자 활성화를 위한 경제 분야 고위급 협의체 재개, 한국 기업의 배터리 보조금 제외 철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철회 등 구체적 항목까지 나열했다. 문 대통령의 요구에는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 발전과 금융협력은 물론 미세먼지 대응까지 확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제31차 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날 회담은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은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 총리와 연속 회담이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한ㆍ중 관계의)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며 사드로 인한 경색 국면의 ‘끝’을 알린 상태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가 예고돼 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부터 “중국 고전에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며 “총리와의 회담이 다양한 실질 협의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 총리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시 구절을 인용해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경제 전 분야에 걸친 사드 갈등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사드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이 “‘구보 진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의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 역시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보복 철회로 봐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해석을 달지 않겠다. 회담 내용 자체만으로 봐달라”도 답했다.
이날도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가한 경제보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보복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과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다만 사과가 없더라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최고 지도부가 ‘전면 관계 개선’의 제스처를 보인 자체가 경제 보복 해제의 신호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제31차 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회담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 관계 발전과 필리핀 내 한국민 보호 문제 등을 협의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이어간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예정된 30분을 23분 넘겨 진행된 이날 회담 말미에 “할 말은 너무 많이 남아 있지만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논의하자”며 추후 보다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편 리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 관계 발전과 필리핀 내 한국민 보호 문제 등을 협의했다.

아세안 플러스 3 회의 참석차 필리핀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현안을 논의 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공동체 구상’에 대해 “인구 6억3000만 명, GDP 2조5000억 달러, 중위연령 28세, 연 5% 성장의 젊고 역동적이고 잠재력이 큰 시장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구성을 위한 아세안과의 4대 중점 협력 분야로는 ^교통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을 제시했다.
마닐라=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