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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하소연도 때론 힘…을을 위한 구조대 ‘직장갑질119’

"이틀 동안 사장 집안의 김장을 하라는데, 근무시간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가요? 직원들이 목·금에 김장하면 임원들이 토요일에 사장 친척들에게 배달 간다더군요."(식품제조회사 직원)

"사장이 CCTV로 계속 일하는 걸 감시합니다. 청소하고 나온 곳에 물기가 남아있는 동영상을 보내주며 '청소 제대로 안 했다'고 하는 식입니다."(스크린골프장 아르바이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들이다. '직장갑질119'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알바노조 등 비정규직 운동 단체의 활동가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변 등의 변호사·노무사 등 241명이 참여해 지난 1일 출범했다.
 
상담은 주로 오픈 카톡방과 메일을 통해 진행된다. 오픈 카톡방은 카카오톡에서 방 이름을 검색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카톡방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노무사, 변호사, 노동전문가 등이 상담을 맡는다. 경우에 따라 고용노동부 진정이나 인권위 제소, 공정위 신고,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지원으로 이어진다.
간호사 '춤 공연' 강요 논란의 시발점
한림대 일송재단 가족이 운영하는 6개 병원(한강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소속 직원들의 직장 내 갑질 고발도 여기서 시작됐다. 오픈 카톡방을 연 다음 날부터 한림대 병원 직원이 한두 명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틀 만에 성심병원 직원만 100명 넘게 참여했다. 직장갑질119는 성심병원 직원을 위한 온라인 모임을 따로 만들었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익명으로 가입 받은 뒤, 병원 측 관리자가 아닌지 참여자들의 연락처로 일일이 확인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체육대회를 위해 간호사들에게 밤 10~11시까지 춤 연습을 하게 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외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간호사 갑질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성심병원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체육대회 중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모습[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이미지 캡처=연합뉴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체육대회를 위해 간호사들에게 밤 10~11시까지 춤 연습을 하게 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외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간호사 갑질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성심병원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체육대회 중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모습[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이미지 캡처=연합뉴스]

 
이렇게 쌓인 제보는 언론 보도로 공론화됐다. 매년 10월 열리는 재단 행사 '일송가족의 날'에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하고, 장기자랑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추게 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임산부에게 야간 근무를 시키고, 수당 없는 업무를 강요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장기자랑 때 성악도 하고 뮤지컬도 한다. 댄스 공연 호응이 좋아 요즘 가수들 무대의상을 따라 입고 오는 경우가 많다. 참여한  팀 안에서 해보자 한 것이지 병원이나 재단 차원에서 지시를 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갑질119 카톡방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힘들다"  
직장갑질 119 스태프인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광화문 촛불집회 때 밤 10시쯤에야 촛불을 들고나오는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토요일에 야근까지 하고 나오는 친구들은 누구일까', '정권이 바뀐다면 저 친구들의 삶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게 직장갑질119를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조를 조직할 여력이 없는 이들의 권리를 찾을 방법이 무엇일까 5개월 동안 토론했고, "일단 오픈 카톡방을 열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는 "중앙일보의 '민주주의는 생활이다' 기획 설문도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13일 사무실에서 만난 '직장갑질119' 운영진인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오픈 카톡방을 통해 갑질에 상처 입은 노동자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고 가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현 기자

13일 사무실에서 만난 '직장갑질119' 운영진인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오픈 카톡방을 통해 갑질에 상처 입은 노동자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고 가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현 기자

 
'직장갑질119'는 지난 12일 열흘간 쌓인 상담과 고발 사례를 모아 '2017 시다들의 이야기'를 발행했다. 591건의 상담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했더니 임금을 못 받거나 수당 없이 초과 근로를 한 사례가 19%,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왕따가 된 사례가 18.3%,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야근을 강요당하는 등 노동 시간에 대한 불만이 15.4%로 많았다. 오픈 카톡방에서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1위가 '힘들'(192건), 2위가 '괴로'·'괴롭'(71건), 3위가 '모욕'(47건)이었다.
 
 
오픈 카톡방 참여 인원은 13일 현재 600명을 넘겼다. 카톡방 정원이 1000명으로 제한돼있어 카톡방을 추가로 개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어린이집 교사나 중소병원 간호사, 출판디자인업계, IT업계 등 제보가 많은 업종은 별도의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대응할 계획이다. 박점규씨는 "직장 내 존댓말 캠페인도 구상 중이다. 위계를 드러내는 반말 대신, 사장님부터 고객들까지 모두 존댓말을 써보는 것이다. 함께할 회사를 찾아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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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직장인 갑질 대응 매뉴얼
① 관련 내용을 그때그때 적어둔다.(업무일지를 쓰면 좋다)
② 녹음·녹취를 한다.(당사자가 참여한 대화는 몰래 녹음해도 불법이 아니다)
③ 통장, 월급명세서, 입금내역, 영수증 등 모든 문서나 증거를 모아 둔다.
④ 직장 안에서 목격자, 동료발언을 모아두고,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바로바로 말해둔다.  
⑤ CCTV 위치를 알아둔다.
⑥ 혼자 끙끙대지 말고 동료들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⑦ 직장갑질119를 비롯한 전문상담 단체를 바로바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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