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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출소 반대에 호칭 개선까지…너도나도 “청와대로”

#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박4일 일정으로 바레인으로 출국한 12일, 이날 하루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이하 국민청원)에는 1500여개의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된 글의 80%가량은 "MB 출국을 금지하라"는 내용이었다. 
 
# 지난 9월 국민청원에는 '조두순 출소 반대'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제발 조두순 재심해서 무기징역으로 해야 합니다"는 한 문장으로 된 이 청원 47만여명이 서명했다. 강간 상해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은 2020년 12월 만기 출소 예정이다.
최근 국민청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두 장면이다. 2만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만 해도 '여성 집값 지원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부터 '남녀 가족 호칭 차별 해소',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폐쇄 요청' 등으로 다양하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주제별로 갑론을박이 한창인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청와대 게시판으로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민청원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개설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국민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현재까지 정치·사회·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4만1500여 건의 청원이 등록됐다.
 
이전 정부들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온라인 게시판 '국민 신문고' 를 통해 심사을 거쳐 우수 제안을 선정해 정책에 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5월 10일)이후 11월 12일 현재까지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우수제안은 단 한 건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일인 2013년 2월 25일부터 같은 기간(187일) 시민들이 올려 채택된 우수제안은 24건으로 이중 각 기관에서 자제적으로 포상한 사안은 7건이다. 시민들의 구체적 대안을 담은 국민 신문고는 쇠퇴하는 반면 단순한 요구에 그치는 국민청원은 주목받는 셈이다.  
 
해외에도 국민청원과 비슷한 소통 창구가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백악관 홈페이지에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란 청원 게시판을 열었다. 10만 명 이상이 서명할 경우 백악관이 의무적으로 답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2014년 12월 미국 국가안보국(NSA) 내부고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 사면 청원과 성탄절 다음날인 12월 26일 공휴일 지정 청원이 각 10만명을 넘기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노든 석방 불가, 26일은 행정명령으로 하루 쉬라"고 밝혔다.
180만명 이상이 서명한 트럼프 방문금지 청원 의회 토론 장면. [영국 의회 홈페이지 캡쳐]

180만명 이상이 서명한 트럼프 방문금지 청원 의회 토론 장면. [영국 의회 홈페이지 캡쳐]

영국에선 온라인 청원에 1만명 넘게 서명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고, 10만명이 넘으면 의회가 논의해야 한다. 180만여명이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국 금지 청원에 대해 올 2월 영국 의회가 토론을 벌여 '이 청원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도 청소년 흉악범죄가 잇따른 뒤 지난 9월 3일부터 39만 6891명 서명한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과 윤영찬 홍보수석 등이 12분30초 분량의 동영상 답변에서 "단순하게 소년법을 바꿔 청소년 범죄를 해결하겠다는 건 착오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현재 23만 5372명이 서명한 낙태죄 폐지 청원이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여론 쏠림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참여마당' 제작에 참여한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국민과 직접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올라오는 의견을 제도화시켜 처리하는 방식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노무현 정부시절 국민참여마당은 담당 부서가 시민들의 제안을 검토해 해당 부서에 이첩해 구체적 대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주목받는 상위 의견만 관심이 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묻힌다. '높은 데 호소해야 약발이 든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중앙일보 '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위원)는 "보여주기 단계에 머물지 않으려면 의제 설정, 의견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와 기구, 전문가의 역할을 고민해야한다"며 "여론몰이 대신 공론이 실현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선 청원이 답변에 그치지 않기 위한 보조적 설명이나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규진·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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