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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부진한 삼성 갤럭시…4년 만에 점유율 1위서 9위로

2015년 9월, 한 신용평가회사가 낸 보고서에 국내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NICE신용평가의 '중국의 도전에 직면한 국내 전자산업 전망' 보고서에선 2017년 이후부터 삼성전자 등 국산 스마트폰이 중국 제품보다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프리미엄 폰은 애플에, 중저가 폰은 중국산에 밀려 '샌드위치'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요지였다.
 
2년 전 이 신평사의 전망이 중국 시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중국시장 점유율 1위(19.7%)를 기록했던 때가 불과 4년 전이지만, 이젠 간신히 10위권을 턱걸이하는 모습이다.
 
7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9%(7위)에서 올해 3분기 2%(9위)로 하락했다. 올해 4분기 점유율 예상치도 1.6%로 점유율 순위로는 10위로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시장 선두권은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에 빼앗겼고, 군소 제조사에 불과했던 지오니·메이주·메이투보다도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날 처지다.
 
애플은 지난 2013년부터 6~8%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고, 올 4분기에도 10.7%대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아이폰8과 아이폰X 등 올 3·4분기 공개된 신제품들의 선전으로 시장 내 입지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9월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발표회에서 "중국은 삼성전자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월 7개 지사와 광역단위 판매조직으로 2단계로 운영되던 영업조직을 중간 관리조직을 없앤 22개 분공사 체제로 바꾸기도 했다. 현장 밀착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고전 이유를 '사드 보복' 이슈나 현장 마케팅 전략이 아닌 더 근본적인 데서 찾는다. 우선 중국산 스마트폰이 더는 기술력이나 사양에서 국산 폰에 뒤지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솔루션 빅스비 중국어 버전 출시를 올 연말로 늦추는 사이, 화웨이는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메이트10'을 출시했다. NPU는 반도체 업계에서 "인간과 가장 비슷하게 사고하는 칩"이라 일컫는다. 애플 시리나 삼성 빅스비처럼 음성 명령을 클라우드에 보낸 뒤 그 결과를 받아 처리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NPU에서 곧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적고 실행 속도도 빠르다. 이 칩이 탑재된 화웨이 메이트10의 출고가는 80만원(4499위안·128GB) 수준으로 비슷한 시기 출시된 삼성 갤럭시노트8 중국시장 출고가 127만원(7388위안)의 3분의 2 수준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의 올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3850만대로 4100만대를 기록한 애플을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이런 추세라면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2위 업체로 등극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인공지능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을 출시했다. 이 제품 출고가는 우리 돈 약 80만원 수준이다. [사진 화웨이]

화웨이는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인공지능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을 출시했다. 이 제품 출고가는 우리 돈 약 80만원 수준이다. [사진 화웨이]

 
소비자가 충분히 설명을 들어야 지갑을 여는 스마트폰 특성에 맞게 현장에 밀착한 다단계식 유통망도 중국 제조사만의 강점이다. 오포와 비보는 총판이 그 아래 도매상을, 도매상이 소매상을 피라미드 형태로 거느리면서 자사 제품에만 보조금을 푼다. 이 피라미드식 영업망은 막 도시화가 진행 중인 지역에 뿌리를 박고, 소비자를 기다리기보다 찾아가는 영업으로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리지 않고 폰 안에 쌓아두길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 특성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의 내장 메모리 사양을 갖춘 중국산 스마트폰의 특성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먹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산 저가폰에는 최저가 폰으로, 애플 등 고사양 폰에는 프리미엄 폰으로 승부하는 등 제품군을 크게 두 가지로만 구성하는 전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소비자 정서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는 중국 구이저우 성에선 방수 기능을, 날씨가 추운 동북 지역에선 추위에도 정상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으로 지역에 따라 차별화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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