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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검장에 "절차 어겼다"…여검사의 반란, 결과는

제주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제주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제주지검의 한 여검사가 지검 서열 1, 2위인 검사장과 차장검사에 대해 "절차를 어겼다"며 대검에 감찰을 요청해 파문을 일으킨 '제주사건'이 넉 달여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대검이 지난 8일 법원에 접수시킨 압수수색 영장을 담당 검사 모르게 회수한 김한수 전 제주지검 차장검사(51·현 전주지검 차장검사)에게 감봉 수준의 징계를 내릴 것을 법무부에 청구해서다. 대검은 이석환 전 제주지검장(53·현 청주지검장)에게는 검찰총장 경고 조치를 했다. 이는 대검 감찰위원회의 권고를 따른 결정이다.

대검 감찰위, 김한수 차장검사에 감봉 결정
지난 6월 제주지법에 낸 압수수색 영장을
지검장·담당 검사와 협의 없이 회수해 논란
여검사 '전관예우' 의혹 제기하며 감찰 요청

대검 "통화내역 등 확인 결과 근거 없다" 결론
검찰 내부 "중징계 아니지만 인사상 타격 커"
김한수 차장검사 "내 행동 되돌아 볼 것" 자숙
임은정 검사 "부적절한 지휘 문책한 첫 사례"

 
검찰 밖에서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이 생명인 검찰 조직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치받는 '항명(抗命) 사건'치고는 "징계 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검찰 안에서는 "예상보다 징계가 무겁게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유가 뭘까.
 
10일 대검에 따르면 김 차장검사는 지난 6월 14일 오후 5시쯤 A검사(41·여)가 법원에 낸 사기 혐의 사건 피의자의 휴대전화 문자 송수신 내역과 e메일, 카카오톡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를 A검사 모르게 회수해 왔다. 뒤늦게 이를 알고 반발한 A검사는 "지휘부를 감찰해 달라"고 대검에 요청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8월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8월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지검 측은 "직원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검찰 지휘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A검사는 문제의 영장 관련 사건 변호인인 김인원(55) 변호사가 제주지검에서 근무한 검찰 간부 출신인 데다 이 지검장과 사법연수원 21기 동기라는 점을 들며 '전관예우'를 문제 삼았다.
 
문무일(56) 검찰총장도 지난 7월 취임 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사례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해가 쉽지 않다. 엄정히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감찰 결과가 주목됐었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영장 청구를 재검토하라는 이 지검장의 지시가 있었는데도 검찰 직원이 결재가 끝난 것으로 착각해 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냈고, 김 차장검사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30분 만에 영장을 회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감찰 결과 이 지검장도 기록 재검토 지시를 불명확하게 내렸다.      
 
문무일(오른쪽)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이 7월 25일 오후 대검청사에서 열렸다. 문 총장과 봉욱 대검차장(왼쪽)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무일(오른쪽)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이 7월 25일 오후 대검청사에서 열렸다. 문 총장과 봉욱 대검차장(왼쪽)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검은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전관예우 증거는 찾지 못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과 김 변호사 간 휴대전화 및 사무실 전화 통화 내역과 검찰 내부 폐쇄회로TV(CCTV)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이 연락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 감찰위는 "김 차장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이 불필요하게 청구된 사실을 발견하고 바로잡으려 한 행동은 정당하지만 지검장이나 담당 검사와 상의 없이 이미 접수된 영장을 회수한 것은 검찰 결정의 공정성 등 신뢰를 훼손했다"며 감봉을 결정했다.
 
대검의 이번 조치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애초 논란이 됐을 때의 충격파에 비해 잠잠한 분위기다. 
"감봉이 법률상 중징계(정직·해임·파면)는 아니지만 검사장 승진을 앞둔 차장검사에겐 인사상 타격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검찰 역사상 형사상 비위 사건이 아닌 업무 처리 실수로 감봉 처분을 받은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여론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 B씨는 "감봉은 검찰 내부에선 굉장히 무겁다. 수당 등 월급이 깎이는 데다 감봉 이상 처분을 받으면 다음 인사 때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영장 회수 논란' 당시 "(검찰 지휘부가) 안이하게 해명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드나 싶어 비참했다"고 비판한 임은정(43·여)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9일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사검사의 이의가 받아들여져 지휘권자의 부적절하거나 위법한 지휘권 행사에 책임을 물은 첫 사례로 검찰사(史)에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경찰의 영장을 '반려의 의미'로 찢은 혐의(공용서류손상)로 입건돼 벌금형이 확정된 검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견책이었다는 사실과 비교했다. 견책은 김 차장검사에게 청구된 감봉보다 한 단계 낮은 경징계로 업무상 과오를 저지른 공무원을 꾸짖고 타이르는 징계 처분이다.
 
A검사의 김 차장검사에 대한 배려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임 부부장검사는 "제주(지검) A검사가 적법 절차의 원칙 등 헌법상 원리보다 상명하복이 상위 개념인 듯한 조직문화 탓이니 자신도 제도 개혁을 원할 뿐 개인의 징계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호소해 그리(경징계) 된 것"이라고 전했다. 
임 부부장검사는 "턱없이 아쉽지만 그래도 (대검의 이번 조치가) 너무나 소중한 한 걸음, 첫 걸음이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검찰의 자정 능력이 되살아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주지검 전경. [중앙포토]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주지검 전경. [중앙포토]

실제 대검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상급자가 영장을 반려하는 경우 그 사유를 명시하고 담당 검사의 이의 제기 절차를 구체화하는 등 결재 제도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수 차장검사는 '대검의 감봉 방침을 납득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위원회에서 나온 결정인 만큼 제 행동을 되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택 전주지검장은 "(김 차장이) 검사장이 검토하라고 한 부분을 수사검사에게 전달했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건이다. 그동안 (감찰) 답변 준비 때문에 고생했다"며 말을 아꼈다. 
 
A검사가 근무하는 제주지검 측은 "대검 조치에 대해 지검 지휘부나 평검사들의 반발 등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전주·제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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