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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발표 ‘인도·태평양 라인’ … 청와대선 “동의 안해”

청와대가 8일 밤 공개된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 중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는 것에 15시간 만인 9일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현철 경제보좌관, 공동발표 다음날
“일본이 구축, 우린 편입할 필요 없다”
청와대선 “발표문의 주어는 트럼프”

“시진핑과 정상회담 바로 앞인데
중국 견제 전략을 어떻게 동의하나 ”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 중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브리핑에서 “일본이 ‘인도·퍼시픽 라인’이라고 해서 일본·호주·인도·미국을 연결하는 외교적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양국이 함께 공개한 발표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한 것과 다른 기조다.
 
인도 태평양 라인 논란

인도 태평양 라인 논란

◆인도·퍼시픽, 미의 대중 견제 전략=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확립했다.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을 중심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골자다. 인도 학자가 고안한 개념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07년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대아시아 정책 기조로 확정했다. “일본이 구축한다”는 김 보좌관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기자들이 “한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역할하겠다는 취지로 발표문에 이 내용을 넣은 것 아니냐”고 묻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해명했는데 오히려 강도가 세졌다.
 
그는 “공동 발표문에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동 발표문상의 주어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어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를 경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것을 ‘사실상 처음 듣는 개념’”이라며 “해당 부분이 합의문에서는 빠지는 것으로 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양 정상’이 주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선 합의가 아니라는 취지다. 더 나아가 한국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공동 발표문이지만 “트럼프만 한 말”=하지만 공동 발표문이나 공동 성명에 포함되는 내용은 상호 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의견 차가 있더라도 공동 문안에 포함된 이상은 최소한 한 쪽의 묵인이나 암묵적 지지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외교 관례다. 고위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한국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아예 공동 발표문에 포함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견이 있었다면 ‘문 대통령의 생각은 이렇게 다르다’는 문장도 병기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8월 한·중 정상회담 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두고 “(한·중 정상 간) 이견이 있다”고 적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전문가는 “미국 입장에서 해당 문구를 공동 발표문에 넣은 것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문서로 확실히 남긴 것”이라며 “이제 와서 청와대가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개념을 처음 들었다는 설명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일본에 도착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한 뒤 수차례 육성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조했다. 청와대 자체도 7월 한·호주 정상회담 뒤 “양국은 인도·태평양시대의 핵심 협력파트너”라는 표현을 썼다.
 
◆외교부는 “우리 정책과 일맥상통”=게다가 공동 발표문 문안 교섭의 실무를 맡았던 외교부는 또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김 보좌관 발언 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새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두 시간여 뒤 외교부 당국자가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발표문에 미측의 설명으로만 명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입장을 바꿨고, 그 뒤 2시간 후 청와대도 같은 입장을 공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했다’는 정도로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할 계획이었는데 김 보좌관의 발언으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당장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자는 개념에 어떻게 동의를 하느냐.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유지혜 기자, 자카르타=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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