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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로잡은 360년 된 씨간장의 비밀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청와대의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고려한 메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청와대의 국빈만찬 코스별 메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고려한 메뉴라고 소개했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화제가 된 건 ‘독도새우’와 360년 된 씨간장으로 구운 ‘한우갈비구이’였다.
  
일본 언론이 ‘독도’라는 산지 명칭 때문에 발끈한 반면, 서양 언론들은 간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AFP통신,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미국보다 오래된 간장이 메뉴로 제공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의 표현처럼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1706년 출생) 이전에 만들어진 간장”을 담근 주인공은 기순도 식품명인이다.  
 
기순도 명인이 자신이 직접 만든 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기순도]

기순도 명인이 자신이 직접 만든 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기순도]

전남 담양 장흥고씨 양진재 문중의 10대 종부인 기순도 명인은 1972년 시집오면서 시어머니께 배운 가문 전래의 비법으로 46년째 전통 장류를 빚고 있다. 2008년에는 ‘진장(5년 이상 숙성 간장)’으로 전통식품명인으로 선정됐다.   
 
“이번 만찬을 기획한 레스토랑 콩두의 한윤주 사장과는 오래전부터 장과 발효에 대해 고민하며 지낸 사인데, 며칠 전 전화를 하더니 1946년(트럼프 대통령이 태어난 년도)에 만든 장을 찾더라.”
 
담양군 창평면 유천길에 있는 종가 1000평 규모 마당에는 각각 이름표를 단 1200개의 장독대가 늘어서 있다. 10년 내외에 만든 장은 제조 년도까지 적어 두지만, 너무 오래된 것은 년도를 정확히 구별하기 힘들다.  
 
“간장을 찾는 이유를 듣고 잠시 고민하다 집안의 360년 된 씨간장을 내주기로 했다. 장은 우리 한식을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재료이니 미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전통 한식 맛을 봬주고, 이 기회에 세계적으로도 한식을 빛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순도 명인이 집안의 소중한 보물인 씨간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기순도]

기순도 명인이 집안의 소중한 보물인 씨간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기순도]

 
기 명인이 잠시 고민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씨간장은 집안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대물림하는 소중한 존재다. 매년 집안에서 만든 간장 중 가장 좋은 진장을 조금씩 첨가해 떨어지지 않도록 보관한다. 집안에서도 제사 등의 중요한 날에만 쓰이고 좀체 집밖으로 나간 적 없는 귀중한 보물이다.  
 
“우리도 항아리에 3분의 2정도만 남아 애지중지 한다. 큰 맘 먹고 선물하면서도 양껏 내주지 못해 미안했다.”
 
기 명인이 만든 간장은 문체부 우수문화상품에 지정되어 코리아 국가 브랜드로 홍보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CJ와 함께 1kg에 30만원짜리 명품장을 만든 적도 있다. 당시 CJ와 신세계 등 여러 그룹의 총수들이 구매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회장님 된장'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의 장맛의 비법 중 하나는 죽염수(죽염을 녹여 맑게 뜬 물만 사용)를 쓴다는 것. 천일염의 쓴맛과 불순물은 걸러지고, 대나무의 단맛과 감칠맛이 더해진다. 집 근처 167m 깊이의 우물에서 긷는 지하수 물맛도 비법 중 하나다. 일전에도 삼성가의 식재료를 책임지는 이가 물맛을 보러 직접 내려왔었다.  

 
"한식과 한식의 기본인 장맛을 제대로 알리는 게 바람"이라는 기순도 명인. [사진 기순도]

"한식과 한식의 기본인 장맛을 제대로 알리는 게 바람"이라는 기순도 명인. [사진 기순도]

기 명인의 손맛은 장뿐만이 아니다. 그가 만든 약과도 청와대 만찬에 쓰인 적이 있을 만큼 맛있다. 손님 맞을 준비를 늘 해야 하는 종부의 솜씨 덕분이다. 기 명인은 간장으로 김치도 담근다. 일명 ‘간장김치’다. 소금과 젓갈 대신 간장을 사용하는데, 김치의 아삭아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시켜주고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덕분에 수많은 세계적인 셰프들과 푸드 전문가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기 명인의 담양 집이다.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르 베르나댕의 셰프인 에릭 리퍼트,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의 셰프 르네 레드제피 등이 기 명인의 장을 맛보고 한국 장의 깊은 맛에 매료된 바 있다.  
 
“외국인 셰프들은 콩과 물, 소금만으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는지 무척 신기해하며 관심이 높다. 반면 우리는 장 담그는 문화가 대부분 사라져서 한식간장을 국간장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게 안타까워 한식간장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기회에 한식의 뿌리와 기본이 되는 한식간장의 맛과 품격이 널리 알려 졌으면 좋겠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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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