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불거진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 문제나 한국의 3불(不) 원칙(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사드 추가 배치 검토, 한·미·일 군사 동맹 등 불가)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큰 부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08/aa5e05d6-8498-4be1-9b1e-ffcfd8d78778.jpg)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균형외교에 대한 질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외교 관계를 다변화해 균형 있는 외교 관계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3불에 대해선 양측이 공개적으로 부각하지 않는 것으로 피해갔다. 굳이 양국이 짧은 회담시간 동안 결론을 낼 수도, 낼 필요도 없을 뿐더러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다음날 중국으로 떠나는데 일부러 중국을 불편하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양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대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이행에 동참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가중하고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문제에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는 언급을 피했지만 양 정상이 공식 회담 뿐 아니라 비공개 일정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언급을 하지 않음에 따른 리스크도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지속한다는 대목이 있었으나 ‘강화한다’는 이전 정상회담 때보다 약한 언급이어서 3각 공조의 약화나 미·일 공조 강화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08/d9ec8f72-bb07-4f22-a4a2-38a62e0bdba8.jpg)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기자회견 내용만 봐서는 안에서 실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전략적 교감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정상회담보다는 두 정상의 산책이나 만찬장에서 더 중요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며 “실제 얼마나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갔는지는 앞으로 공조가 얼마나 더 잘되는지를 봐야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성과를 브리핑하며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너야할 강도 많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문 대통령은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에서 제대로 된 성적표를 받아보게 된다.
트럼프 방한을 앞두고 ‘3불’ 논란까지 빚어가며 어렵게 성사시킨 한·중 정상회담이다. 한·미 정상이 북핵 문제에서 중국 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도록 전략적인 대화를 나눴다면, 문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확실한 의지를 이끌어내야 미국의 의구심도 사라질 수 있다. 다만 중국 측은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 카드를 빌미로 ‘3불’ 원칙을 보다 명시적으로 약속해달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9일) 후 문 대통령을 만난다.

지난 7월 6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며 미소 짓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으로선 정상외교의 아주 중요한 시험무대에 오르게 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진정한 ‘균형’ 외교를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중 회담은 사드 갈등으로 인해 단절됐던 한·중 관계를 복원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절차로서의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어렵게 성사된 자리인데 줄타기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안보 현실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더 이상 타협 없다. 다만 중국과 잘 지내야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고 진지하게 설명하며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이날 오후 자카르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9일에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등 신(新) 남방정책 구상을 밝힌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는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 참석한 뒤 13~14일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EAS 등에 참석한다.
박유미·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