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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인구, '나 홀로 중년' 세대의 등장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요즘 우리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인구 현상을 꼽으라면 누구나 거침없이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라고 답할 것이다.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고령인구 비중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들어서니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미래 인구문제 중
미혼과 독신 중년의 증가가
저출산·고령화보다 더 크게
사회 정체성을 바꾸게 될 것
기존 인구정책 전환할 필요

그런데 인구학을 공부하는 필자가 더 주목하는 것은 미혼 인구와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성이다. 실제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10년도 넘은 해묵은 문제라면 미혼 인구와 1인 가구 문제는 그야말로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다. 물론 1인 가구의 증가는 선진국들이 다 같이 겪는 문제지만 대부분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상승 곡선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하다.
 
이에 대해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워낙 결혼을 늦게 하다 보니 미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느끼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미혼은 30대 연령의 미혼이 아니라 40대 미혼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만 40~44세 인구 중 남자의 22%, 여자의 11%가 미혼이다.
 
서울로 한정하면 40대 초·중반에 서울에 사는 남자는 4명 중 1명(26%), 여자는 5명 중 1명(18%)꼴로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현재 35~39세 인구가 5년 뒤 이 연령대가 되면 미혼 비율은 당연히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2005년에 이 연령대의 미혼 비율은 남녀 모두 5%를 넘지 않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미혼 인구가 늘고 있으니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1인 가구는 50대 1인 가구다. 역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50~54세 인구 중 혼자 사는 사람은 19%, 55~59세는 20%였다. 즉 50대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혼자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10년 전인 2005년에 이 비율은 12%였다. 홀로 사는 50대 인구는 그 비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절대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05년 약 19만 명이었던 나 홀로 50~54세는 2015년 약 43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55~59세도 2005년 약 18만 명에서 2015년 48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시론 11/8

시론 11/8

앞으로 나 홀로 50대 연령의 인구가 지금보다 크게 늘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1인 가구와 미혼이 특히 중년 세대에서 급증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정책의 측면이다. 지금까지 40대와 50대는 대부분 결혼했고, 자녀가 있고, 가족과 함께 산다는 전제 아래 이 연령대의 미혼 혹은 독신 인구를 위한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들을 위한 정책, 특히 보건과 복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요컨대 이 연령대의 건강관리는 주로 가족이 맡아 왔지만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경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거나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중년의 건강관리는 고령자가 됐을 때의 건강 상태와 연결되는데,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다. 나 홀로 중년을 위한 건강관리 정책을 정부가 어떻게 마련할지가 20~30년 뒤 자녀 세대가 지불할 보건·복지 비용의 규모를 결정할 것이다.
 
둘째, 시장의 측면이다. 지금까지 중년 가장을 둔 가구는 부부와 10~20대 초반의 자녀 등 3~4인 가족이 함께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연히 공산품·금융·부동산·교육 등 중년의 소비 시장은 이런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나 홀로 중년이 늘면 중년이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 시장은 변할 것이다. 기존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는 반면 나 홀로 중년을 위한 시장이 새로 나타날 것이고 그 규모도 점차 커질 것이다. 예컨대 혼자 사는 중년에게 중대형 아파트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청소년 자녀가 있으면 어느 집이나 교육비 지출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데, 혼자 사는 중년에게는 외식·여가·보험 같은 다양한 지출이 주가 될 것이다.
 
독신 중년층 인구의 증가는 이처럼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인구문제를 야기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인구정책은 온통 저출산과 고령화에만 매달려 있다. 특히 저출산 정책의 큰 틀은 결혼을 장려하는 것이다.
 
‘나 홀로 인구’가 대세인 시대에 혼인에과도하게 집착하는 저출산 정책은 시작부터 실패를 잉태한다고 할 수 있다. ‘나 홀로족’이 만들 변화는 정해진 미래다. 기존의 인구정책을 저출산·고령화 대책 일변도에서 리셋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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