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미래 인구문제 중
미혼과 독신 중년의 증가가
저출산·고령화보다 더 크게
사회 정체성을 바꾸게 될 것
기존 인구정책 전환할 필요
이에 대해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워낙 결혼을 늦게 하다 보니 미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느끼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미혼은 30대 연령의 미혼이 아니라 40대 미혼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만 40~44세 인구 중 남자의 22%, 여자의 11%가 미혼이다.
서울로 한정하면 40대 초·중반에 서울에 사는 남자는 4명 중 1명(26%), 여자는 5명 중 1명(18%)꼴로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현재 35~39세 인구가 5년 뒤 이 연령대가 되면 미혼 비율은 당연히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2005년에 이 연령대의 미혼 비율은 남녀 모두 5%를 넘지 않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미혼 인구가 늘고 있으니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1인 가구는 50대 1인 가구다. 역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50~54세 인구 중 혼자 사는 사람은 19%, 55~59세는 20%였다. 즉 50대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혼자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10년 전인 2005년에 이 비율은 12%였다. 홀로 사는 50대 인구는 그 비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절대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05년 약 19만 명이었던 나 홀로 50~54세는 2015년 약 43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55~59세도 2005년 약 18만 명에서 2015년 48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시론 11/8
첫째, 정책의 측면이다. 지금까지 40대와 50대는 대부분 결혼했고, 자녀가 있고, 가족과 함께 산다는 전제 아래 이 연령대의 미혼 혹은 독신 인구를 위한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들을 위한 정책, 특히 보건과 복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요컨대 이 연령대의 건강관리는 주로 가족이 맡아 왔지만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경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거나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중년의 건강관리는 고령자가 됐을 때의 건강 상태와 연결되는데,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다. 나 홀로 중년을 위한 건강관리 정책을 정부가 어떻게 마련할지가 20~30년 뒤 자녀 세대가 지불할 보건·복지 비용의 규모를 결정할 것이다.
둘째, 시장의 측면이다. 지금까지 중년 가장을 둔 가구는 부부와 10~20대 초반의 자녀 등 3~4인 가족이 함께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연히 공산품·금융·부동산·교육 등 중년의 소비 시장은 이런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나 홀로 중년이 늘면 중년이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 시장은 변할 것이다. 기존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는 반면 나 홀로 중년을 위한 시장이 새로 나타날 것이고 그 규모도 점차 커질 것이다. 예컨대 혼자 사는 중년에게 중대형 아파트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청소년 자녀가 있으면 어느 집이나 교육비 지출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데, 혼자 사는 중년에게는 외식·여가·보험 같은 다양한 지출이 주가 될 것이다.
독신 중년층 인구의 증가는 이처럼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인구문제를 야기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인구정책은 온통 저출산과 고령화에만 매달려 있다. 특히 저출산 정책의 큰 틀은 결혼을 장려하는 것이다.
‘나 홀로 인구’가 대세인 시대에 혼인에과도하게 집착하는 저출산 정책은 시작부터 실패를 잉태한다고 할 수 있다. ‘나 홀로족’이 만들 변화는 정해진 미래다. 기존의 인구정책을 저출산·고령화 대책 일변도에서 리셋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