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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쑈통',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며칠 전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0%대로 나타났다. 한때 60%대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 고공행진하는 지지율의 원인은 당연히 복합적이고 그 본질에 대해서도 정치 세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민적 소통 행보가 큰 원인이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문 대통령 높은 지지율은 정책보다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소통 때문
인간에게 정서적 정보 매우 중요
먼저 경험되는 정서적 평가 따라
그 뒤 인지적 정보처리에도 영향

모든 정책은 장단점이 있고 항상 찬반 논란이 뒤따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대한 지지보다는 일반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격의 없는 행동으로 일반 국민과 직접 접촉하고 소통하는 모습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호를 최소화해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스스로 셀카를 찍고 다른 사람의 셀카에 자연스럽게 찍히고, 명절을 앞두고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깜짝 출연을 하고, 프로야구 시구자로 깜짝 등판하면서 자연스러운 먹방 모습을 흘리기도 한다. 그 행위 자체는 어찌 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별거 아닌 일상의 모습일 수 있지만, 워낙 직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거리감을 경험한 국민들에게는 참신하고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대부분의 행동이 잘 짜인 각본에 의한 연출이라는 비판도 있다. 흔히 소통이 아닌 ‘쑈통’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인 대통령이 대국민 정치를 아무런 계획과 연출도 없이 100% 즉흥적으로 한다거나 해야 한다는 기대는 너무 순진하다. 더구나 그것이 만약 연출로 되는 것이라면, 그런 연출마저도 기획하지 못하고 실행할 수도 없었던 지난 정권의 무능을 탓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그러니 만약 그것이 실제로 쑈통이라면, 그것을 기획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은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있다고 생각된다.
 
인간의 판단과 선택은 기본적으로 정서적 평가에 근거한다는 관점이 현재는 우세하다. 과거의 심리학에서는 한때 인간을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그 인지적 정보처리의 원리를 기본적으로 객관성, 논리성, 합리성으로 보았다. 그래서 인간은 객관적인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면 그 정보들에 근거한 최적의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고, 하려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규범적인(normative) 기대대로 인간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정설이 됐다. 인간은 일상에서 그런 이상적인 정보처리를 하려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는 관점으로 최근에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과 불완전한 정보처리의 과정에서 정서적 정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긍정과 부정이라는 정서적 평가는 비교적 자동적이고 즉각적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먼저 경험되는 그 호오감정은 그 뒤에 따라오는 인지적 정보처리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도 모르게 선택적 정보처리를 일으켜, 처음 경험한 호오감정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그 판단과 선택을 이끈다. 이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최종 판단과 선택이 결코 처음의 순간적인 정서적 경험 때문에 결정됐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 후의 인지적 정보처리를 통해 매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국가정책이나 외교적 결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판단이나 선택의 합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결국은 처음의 정서적·감성적 경험에 의해 결정되지만, 단지 그 비합리적 경험을 더 많이 정당화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환대는 매우 현명하다. 특히 뉴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를 아베 총리가 직접 접대하고 이미 지난 생일까지 총리가 챙기는 모습은 굉장히 이상하고 지나친 것 같지만, 오히려 그 정서적 효과를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딸이 환대받고, 아베 총리와 골프를 같이 치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으며 네 차례나 식사를 같이했다고, 설마 중요한 외교 현안이나 북핵 문제가 영향을 받을까? 그렇다. 인간이기에 영향을 받을 거다.
 
그 지나친 정서적 환대를 경험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왔다. 25년 만의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다.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는 의전에 맞춰 환대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반미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시위를 하고, 국회 연설 저지를 시도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쑈통으로 오해받을 만큼 뛰어난 감성적 소통 능력을 자랑한다. 이번엔 어떤 파격 쑈통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 소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못한 걸까 안 한 걸까….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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