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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CEO 뽑을 때 정부 간섭 줄이고 주주 추천 이사 늘려야

금융회사 경영 선진화하려면
리셋 코리아 기업지배구조분과 제안

낙하산 근절해 이사회 독립성 제고
국민연금 등 주주 역할 확대해야
경영진 추천 사외이사 3년 단임으로



 

은행들이 시끄럽다. 회장 연임 문제 때문이다. 2014년 주전산기 교체로 불거진 KB 사태나 2010년 신한지주를 떠들썩하게 한 신상훈 사태가 모두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 최근엔 회장들의 임기 종료가 정권 교체와 겹쳐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연임 문제를 떠나 비자금이나 채용 비리 문제도 걸려 있다. 은행 안팎에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는 등 의혹이 있는 사람이 최고경영자(CEO)가 될 자격이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은행 회장들의 연임은 기정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윤 KB금융 회장은 이미 연임을 확정지었고, 내년 3월로 예정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도 큰 이변이 없을 전망이다. 물론 이들이 내세우는 건 경영 성과다. 매출과 순익이 예전보다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연임을 가능케 하는 건 기존 이사진의 지지다. 회사 내에서 선출된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도 대부분 회장 편이다.
 
금융회사 경영 선진화 하려면

금융회사 경영 선진화 하려면

럴 수밖에 없는 데엔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에선 경영진이 추천해 임명된 사외이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주주 추천으로 이사가 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이 때문에 회장과 친분이 있는 명망가나 정부가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가 사외이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융권 전체로 신한은행의 재일동포 주주 대표, 몇 개 외국계 펀드의 대표자를 빼면 대개 경영진 추천 이사다. KB지주는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주주들이 이병남, 김유니스경희, 스튜어트 솔로몬 등 3명을 추천해 사외이사가 되게 해 금융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주요 의사 결정에서 이들의 팔이 안으로 굽는 게 당연하다. 회장과의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이 작용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 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이 아들 주례를 선 중소기업 대표를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미국에선 업계의 권위자 혹은 영향력 있는 상장법인 CEO 등이 이사회를 구성한다. 애초에 회장 한마디에 순순히 거수기 노릇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 또 이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의사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임기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임기는 3년인 데 비해 사외이사 임기는 기본 2년이다. 법적으로 최장 5년까지 연임할 수 있지만 기본 임기가 지나면 1년 단위로 이사회의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떤 사외이사든 회장 재임 기간 중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외이사가 회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자기편으로 사외이사를 갈아 치울 수 있다. 지분이 하나도 없는 회장이 자기 마음대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리셋 코리아 기업지배구조분과

리셋 코리아 기업지배구조분과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기업지배구조분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회장을 견제하고 주주 이익을 지키면서도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이사회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건 낙하산 근절이다. 4대 은행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금융사엔 지배주주가 없다. 따라서 정부가 전리품처럼 회장이나 사외이사를 내려보내는 비정상적 관행이 당연시돼 왔다. 경제개혁연구소의 ‘2016년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에 따르면 금융회사 전체 사외이사 447명 중 친정권 정치 활동 경력이 있거나 고위공직자·금융연구원 출신인 사람이 76명에 달했다.
 
째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의 수를 늘리고 다양화하는 것이다. 이래야 주주 중시 경영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민영화한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5명을 모두 주주들이 추천한 사람들로 임명했다. 몇 년간 1만원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1만6000원대까지 뛰었다. 모두가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도입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와 더불어 국민연금 등 대주주가 이사를 직접 추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주주총회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액주주 추천 이사가 쉽게 선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진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임기를 3년으로 하면 자신을 임명한 회장의 눈치를 덜 볼 가능성이 커진다. 어차피 연임도 안 되니 소신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사외이사들이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자신들끼리 ‘사외이사의 천국’을 건설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부 간섭은 줄이되 감독은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 시중은행은 2012년 미국 소규모 교포은행을 인수하고 뉴욕 지점장 출신을 은행장으로 앉혔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로부터 딱지를 맞았다. 새 은행장이 영어를 못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다시 내부 인물을 추천했지만 또 임명을 거절당했다. 현지법인이라도 미국 금융회사인 만큼 현지 기준에 맞아야 한다는 거였다. 금융지주사 회장을 지낸 한 인사는 “금융회사 임원은 도덕성과 자격 모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지 임명을 거부하는 미국처럼 한국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김아현 인턴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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