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최장집 교수 "촛불이 만든 협치의 공간 활용해야 정치도 새 지평 열린다"

 “‘촛불 시위’는 6월 항쟁 이후 최대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자체는 혁명도 아니고, 어떤 큰 정치적ㆍ사회적 격변을 불러왔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촛불 시위’는 한국 민주주의의 경로와 내용에 커다란 잠재성 혹은 가능성을 내포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시민사회의 두 얼굴’을 지적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야누스(이중성을 뜻하는 그리스신화의 신)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권위주의적 국가에 대항해 민주화를 이루어냈을 만큼 강력한 시민사회를 가지고 있는데, 반면 다원주의를 포용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자율적 결사체로서 의미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승식 기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시민사회의 두 얼굴’을 지적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야누스(이중성을 뜻하는 그리스신화의 신)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권위주의적 국가에 대항해 민주화를 이루어냈을 만큼 강력한 시민사회를 가지고 있는데, 반면 다원주의를 포용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자율적 결사체로서 의미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승식 기자

 
한국 민주주의론의 거장으로 꼽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8일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란 주제로 발제를 한다. 7~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한국의 민주화 30년-세계 보편적 의미와 전망’에서다. 서울 광화문의 커피숍에서 7일 최 교수와 마주 앉았다. 그는 1주년을 맞이한 촛불 정국의 정치사회사적 의미를 ‘변화의 잠재성’이라 불렀다.  
 
-변화의 잠재성이라면.  
 
“한 나라의 민주화는 단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서구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전쟁과 반전과 실패를 거듭하다 2차 세계대전이 지나서야 오늘의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의 민주화는 87년 이후 꼬박 30년이다. 민주화 이후에도 많은 문제가 누적돼 왔다. 한국 사회는 그걸 정확히 보기 어려웠다. 촛불 시위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걸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그게 변화의 잠재성이다.”  
 
-현실 정치에서 예를 든다면.  
 
“한국 사회에는 권위주의로부터 물려받은 강력한 유산이 있었다. 대통령의 초법적 권력이다. 그런데 촛불 정국에서 헌법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이 탄핵 됐다.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도 헌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구체적 경험이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헌법을 무시하고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이다. 그런 게 변화의 잠재성이다.”
 
최 교수는 ‘정당 체제의 변화’도 촛불의 결과물로 함께 꼽았다. “87년 민주화 이후 30년간 한국 정치를 운용한 구도는 ‘민주 대 반민주’였다. 촛불 시위는 그걸 해체한다고 할까. 진보와 보수의 대립적 구도에만 머물다가 이제 ‘개혁적 보수’가 등장했다. 권위주의에 기초한 보수의 가치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음을 촛불 정국을 통해 확인한 까닭이다.”
 
-향후 진보와 보수의 관계 설정은 어떠해야 하나.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촛불이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돼야 한다. 그게 정치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개혁적 보수’를 내건 바른정당은 탈퇴와 잔류로 갈라졌다.  
 
“촛불 시위의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촛불의 정신을 계승해야 하지 않나. 촛불 정국에선 진보와 보수가 손을 잡고 함께 협력했다. 촛불이 진보와 보수가 협치할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을 활용할 때 새로운 지평에서 새로운 정치를 펼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내걸고 과거의 잘못을 척결하는 쪽으로 정치를 풀어간다. 이에 맞서 보수정당은 전열을 재정비하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바른정당이 쪼개졌다.”
 
최 교수는 “지금이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라 본다”고 했다. 그는 “지금껏 있던 ‘진보 대 보수’의 대립적 틀은 해체됐다고 볼 수 있다. 보수도 변하고, 진보도 변해야 한다. 이제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다른 차원이라면.
 
“보수정당은 좀 더 보편적인 보수와 민주적 가치를 내걸어야 한다. 더 개명된 보수, 세계적 규범에 병행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노동 문제에도 민주적 가치를 도입할 때 비로소 서구의 보편적 보수와 비교될 수 있다. 지금껏 한국의 보수는 대북문제도 그렇고, 경제운용 방식도 그렇고, 시대와 맞질 않았다. 권위주의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방식을 고집해 왔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만날 ‘적폐청산’만 부르짖을 수는 없는 거다. 진보도 보수의 변화에 대등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좀 더 질적으로 달라진 정부운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촛불 이후에 대두한 직접민주주의를 거론하며 “한국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징후라기보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과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현으로 이해된다”며 “정치는 의회와 정당을 중심으로 한 제도 안으로 수렴해야지,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의 정치를 더 확대하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추구는 커다란 방향 착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성호ㆍ노진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