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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BT 영화의 전설 브라이언 로빈슨이 말하는 '사회를 바꾸는 영화제'

브라이언 로빈슨 수석 프로그래머 / 사진=라희찬(STUDIO 706)

브라이언 로빈슨 수석 프로그래머 / 사진=라희찬(STUDIO 706)

 
 

영국 BFI 플레어:런던 LGBT 영화제
브라이언 로빈슨 수석 프로그래머 인터뷰

[매거진M] 올해는 영국의 ‘동성애 처벌법’이 폐지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이하 SPFF, 11월 2~8일)는 이를 기념해 영국문화원, BFI 플레어(British Film Institute Flare) : 런던 LGBT 영화제(이하 BFI 플레어)와 공동으로 핫핑크 섹션을 영국 퀴어영화로 꾸렸다. 
 
이 협업 프로젝트의 가운데에 전 세계 퀴어영화제 중 역사와 규모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BFI 플레어의 수석 프로그래머 브라이언 로빈슨(58)이 있다. 퀴어매거진 ‘스퀘어 페그’(1982~1991)의 창립멤버이자 17년째 BFI 플레어의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그는 영화제의 산증인이자, 유럽 내에서 영화와 성소수자 운동을 연결하고 조명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브라이언 로빈슨 수석 프로그래머 / 사진=라희찬 (STUDIO 706)

브라이언 로빈슨 수석 프로그래머 / 사진=라희찬 (STUDIO 706)

-한국은 첫 방문인데 인상이 어땠나. 
“서울은 현대와 전통이 혼재되어 있는 놀라운 도시인 것 같다. 고층 빌딩과 목재 찻집이 함께 있어 마치 내가 ‘블레이드 러너’(1982, 리들리 스콧 감독)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웃음). 어제 SPFF 개막식에 참석했는데, 영화제 기획력에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해외 영화제와 협업하는 일이 잦은가. 
“주로 단편영화 순회 상영을 기획하는 편인데, 이번이 가장 큰 프로젝트인 것 같다. 동시대 영화뿐만 아니라 영국의 오랜 영화 제작의 역사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
 
'_어게인스트 더 로'

'_어게인스트 더 로'

-총 15편이더라. 이 중에 딱 한 편을 봐야한다면. 
‘어게인스트 더 로’(퍼거스 오브라이언 감독). 올해 BFI플레어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했다. (1950년대) 한 남자가 왜 2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었는지 그 여정을 따라간 작품이다. 그는 단지 남자를 사랑했을 뿐이다. 미디어에서 이 사안에 관심을 갖게 됐고 (동성애 처벌법 폐지에 불을 붙인) 일종의 순교자 역할을 한 실제 인물이다. 극영화와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가 교차하는데, 이를 통해 1950년대에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전한다. 80~90대가 된 그들은 여전히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며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BFI 플레어에 관해 묻고 싶다. 규모나 위상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영화제인데 1년에 몇 편을 검토하나. 
“현재 나를 포함해 다른 배경, 다른 감식안을 가진 다섯 명의 프로그래머가 있다. 올해만 장편, 단편을 합쳐 750편의 영화를 검토했다(이 중 50여편의 장편, 100여 편의 단편을 상영했다). 10~20년 전만 해도 ‘이 영화 괜찮네’ 싶으면 프로그램에 포함했는데, 지금은 선택지가 많아서 좋은 영화도 탈락된다. 어떻게 보면 최고의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인 거다. BFI 플레어의 역할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데서 벗어나, 보다 많은 교류와 대화를 이끌고 영화적 도발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LGBT에 대한 폭넓은 담론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120 BPM'

'120 BPM'

-1986년 시작한 이래, 지난 31년간 영화제는 영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1977년 내가 런던 사우스뱅크에 있는 내셔널 필름 시어터(지금 BFI 플레어의 본부)를 방문했을 때, 당시 ‘동성애 영화’란 제목 하에 35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런던이 유일했다. 9년 후에 BFI 플레어가 시작했고, 처음엔 홍보 담당으로 일하다 프로그래머가 됐다.
BFI 플레어의 역할이라면 ‘커뮤니티’와 ‘가능성’이다. 영화제 초기만 해도 어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도 LGBT 문화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선구자 역할을 하면서 그들에게 영감을 줬다. 대영박물관, 국립초상화미술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등. 최근엔 테이트 갤러리에서 전시도 기획 중이다. 
1980년대 에이즈 공포가 퍼졌을 때 이를 진정시키는 역할도 했다. 우리는 동성애자 역시 우리 삶의 일부라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특히 25년~30년 전 거리에서 동성애자 인권 투쟁을 하던 사람들이 현재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어, 그들이 앞장서서 여러 문화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올해 오스카에서 흑인 게이가 주인공인 ‘문라이트’(2월 22일 개봉, 배리 젠킨스 감독)가 작품상을, 칸국제영화제에선 (에이즈를 안고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이야기) ‘120BPM’(로빈 캉필로 감독)이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는데, 무척 고무적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프로그래머로서 많은 영화를 볼텐데, 올해 퀴어영화의 큰 흐름은 무엇인가. 
“단순히 커밍아웃에 관한 영화는 없다. 점점 복잡해지고 한 단계 더 들어가는 이야기가 많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한 ‘신의 나라’(프란시스 리 감독), 올해 제가 가장 수작으로 꼽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을 추천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게이는 게이 버스를 타고 게이 음식을 먹고 게이 바에서 술을 마시면서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이제는 많은 감독이 그것을 이해하고, 단순히 동성애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기보다,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려 한다.”
 
'아가씨'

'아가씨'

-지난 3월에 열린 2017 BFI 플레어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를 초청했다. 한국 퀴어영화, 아시아 퀴어영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아시아영화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고전 서사를 과감하게 비틀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용기도 인상적이다.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재해석한 ‘아가씨’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1997)도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후회하지 않아’(2006, 이송희일 감독)다. 김조광수 SPFF 집행위원장이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BFI 플레어는 아시아영화를 충분히 상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관객의 수요는 늘고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일정이 만만치 않지만, 틈틈이 한국영화를 보고 갈 생각이다.”
 
브라이언 로빈슨이 직접 말하는 인생영화 3편
'희생자'

'희생자'

‘희생자’ (1961, 배질 디어든 감독)
 
“영국 사람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한 작품. 장편영화에서 최초로 ‘호모섹슈얼’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그동안 클리셰처럼 동성애자를 우울하고 불행하게 묘사했다면, 이 영화는 친구도 많고 연애도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곁에 있는 인물로 그렸다. 
이 영화는 ‘동성애자는 당신과 다르지 않다’는, 당시에는 매우 혁명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영국 검열 기관은 ‘퀴어 인물이 너무 많다’ ‘영화 속 퀴어라는 그래피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으로 트집을 잡았다. 하지만 1967년 동성애 처벌법 폐지를 주도했던 한 의원이 ‘희생자’ 제작자에게 편지를 보내 ‘이 영화 덕분에 100만명의 남자가 두 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비거 스플래쉬'

'비거 스플래쉬'

‘어 비거 스플래쉬’ (1973, 잭 하잔 감독)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직접 등장하는 일종의 전기 영화. 하지만 그의 사연을 이용해서 허구의 이야기를 창작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런던 프라이드'

'런던 프라이드'

‘런던 프라이드’ (4월 27일 개봉, 매튜 워처스 감독)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집권 당시 석탄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이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인 게이, 레즈비언들의 활동과 연대를 그린 작품) 내가 실존 인물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애틋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당시 그들의 활동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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