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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주상복합이 가장 도시적인 건축"

건축가 황두진씨는 "바람직한 무지개떡 건축은 수직으로 재구성한 마을 같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건축가 황두진씨는 "바람직한 무지개떡 건축은 수직으로 재구성한 마을 같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익명의 선배 건축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건축가 황두진(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씨는 최근 『가장 도시적인 삶』(반비)이란 책을 펴내며 이렇게 헌사를 달았다. 그가 말한 익명의 건축가들이란, 1970년대 서울 홍제동의 원일아파트, 서울 신길동의 대신아파트 등의 건물을 설계했으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가리킨다. 건축물대장에도 설계자 이름이 명기돼 있지 않고, 주목 받지도 못했지만, 사람들이 사는 건물에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이들 말이다.    
 
 1970년에 지어진 원일 아파트와 71년에 지어진 대신아파트는 ‘오래됐다’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더 있다. 상가와 주거 공간이 결합한 건물 즉 ‘상가아파트’라는 점이다. 황씨가 ‘무지개떡 건축’이라 부르는 건물 유형이다. 황씨는 최근 국내에서 일찍이 지어진 상가아파트를 답사하고 분석한 내용을 담아 『가장 도시적인 삶』을 펴냈다.  
 
 2015년 그가 출간한 『무지개떡 건축』(메디치미디어)의 후속편인 셈이다. 전작에서 상가와 주거가 결합한 도심의 저층 건물을 '무지개떡 건축'이라 명명하고 실재 사례 8곳을 소개했던 그는 이번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는 '상가아파트'에 렌즈를 들이댔다. 황씨는 "살기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를 서울 서촌에 자리한 그의 설계 작업실에서 만났다.
'가장 도시적인 삶' 표지

'가장 도시적인 삶' 표지

 '밀도'와 '복합', '거리와의 소통'에 주목하라  
 
'무지개떡 건축'에 대한 두 번째 책이다.
“솔직히 2년 전 『무지개떡 건축』을 냈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이야기를 계속할 줄 몰랐다. 그런데 이젠 사명감까지 느껴진다.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할 건축 유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고도성장기가 끝났다. 고도성장기엔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구가 교외로 빠지고 도심 인구가 줄어들지만, 성장기가 끝난 이후에는 ‘원도심 회귀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대응할 건축 유형을 다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지개떡 건축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도시 안에 일터와 삶터가 함께 있는 게 도시의 지속 가능성 면에서 훨씬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도심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교외에 집을 두고 오랜 시간 걸려 출퇴근하는 것은 환경적인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단지형’ 아파트는 미래 도시 건축의 대안이 아니라고 했다.
“단지형은 녹지 확보 등 단지가 가진 장점도 있다. 하지만 각 단지가 각 덩어리로 나뉘어 도시의 섬처럼 존재하는 게 문제다. 일종의 도시의 ‘발칸화’(balkanization)현상이다. 단지형 아파트는 거리를 죽이는 경향도 있고.”  

 
아파트 연구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건물 중 하나인 서울 서소문아파트.도시건축으로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상가가 모두 앞의 도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진 황두진]

아파트 연구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건물 중 하나인 서울 서소문아파트.도시건축으로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상가가 모두 앞의 도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진 황두진]

 현재 모습이 초라하다고? 건물의 역사를 무시하지 마라 
 황씨가 답사한 국내의 '무지개떡 건축'은 크게 세 부류다. '단독형'(충정아파트,미동아파트,안산맨숀 등), '단지결합형'(연화아파트, 홍파아파트), '시장결합형'(낙원빌딩,원일아파트,성요셉아파트,숭인상가아파트)등이다. 
 -과거 사례를 굳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앞으로 보다 진화한 상가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라도 우리 곁의 상가아파트를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낡고 우중충한'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예전에 지어진 이 아파트들은 당대엔 ‘타워팰리스’였다. 예를 들면 서소문아파트는 한때 방송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로 불렸다고 하더라. 좋은 상가아파트를 짓는 것은 건축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과거엔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지어지고 빠른 속도로 외면당했는데, 현재 디자인 기술이면 훨씬 진화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 주거와 상업 기능이 거리와 맞붙어 있다는 점도 상기할 가치가 크다. 유럽 도시들은 물론 서울 서촌과 홍대,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요즘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거리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한 건물에 가게와 살림집이 같이 있다. 그 매력을 곱씹어봤으면 한다.”  
 - =
 -고 김석철(1943~2016) 건축가가 대구 명륜동에 설계한 대구의 한양가든테라스를 ‘수작’이라고 평가했더라.
“19세대 아파트와 상가가 적절한 비율로 어우러진 이 건물은 건축가의 명확한 철학을 보여준다. 8층이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건물 전면은 보행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있다. 중앙의 입구 부분도 쾌적하고 아기자기하고. 당대의 건축가가 설계한 상가아파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유명 건축가가 아파트 등 공동 건축에 참여한 사례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내가 이 책을 ‘익명의 선배 건축가들에게 바친다’고 했을까.”  
 
서울 신길동 대신아파트. 반층이 엇갈린 스킵플로어 형식의 계단실이 밝고 개방적인다.[사진 황두진]

서울 신길동 대신아파트. 반층이 엇갈린 스킵플로어 형식의 계단실이 밝고 개방적인다.[사진 황두진]

답사한 사례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례라면.  
“시장과 결합한 무지개떡 건축, 낙원상가와 신길동 대신아파트다. 낙원상가는 보행자 친화성이나 형태(조형감각이 투박하다), 규모(주변에 비해 과하다)에서는 아쉽지만 실로 다양한 기능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신아파트는 Y자형의 단일 건물(242세대)인데 한국 상가아파트 계보에서 가장 실험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Y자 평면에 반층씩 서로 엇갈린 스킵플로어를 시도했다. 대신아파트는 특히 '즐거운 발견'으로 기억남는데, 설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더 아쉬웠다.”   
 
 -낮은 층에 상가가 있으려면 주차 문제는 큰 과제로 남을 것 같다.
"중요한 포인트다. 상가아파트가 갑자기 사라진 데에는 주차장법이 생긴 것도 한몫했을 거다. 그래서 무지개떡 건축은 너무 작은 필지에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최소한 지하에 주차장을 지을 규모(150~200평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보다 작은 규모면 1층이 주차장이 돼야 하니까. 주차장도 앞으로는 지역 단위로 관리하는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지역 공용 주차장에 상가도, 주택도 같이 결합해 '무지개떡 건축'으로 지을 수도 있지 않을까.
 
 
타워팰리스

타워팰리스

 타워팰리스를 진짜 '주상복합'이라 할 수 있을까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은 엄밀히 말해 ‘주상복합건축’이 아니라고 했다.
 "40여 층 건물에 상가가 1~2층에만 있지 않나. 이것은 상업 지역의 높은 용적률을 이용해 고급아파트라는 부동산 상품을 개발한 경우다. 타워팰리스는 거리와의 관계에도 많은 신경을 썼더라. 하지만 '세련되게 폐쇄적'이라고나 할까. 이런 유형이 대안일 수는 없다."    
황 씨는 이번 책에 직접 설계한 사례는 소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광장히 중요하고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나만의 것, 유니크한 것을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필요한 건축에 대한 답을 찾아다니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는 설명이다. 
 
 -상가아파트의 옥상을 가리켜 '교외의 대안'이라고 했다. 
"안산맨숀을 갔을 때 옥상 전체가 경작지나 다름없어 놀랐다. 그곳 주민들은 서울에서 가장 멋진 텃밭을 소유하고 있더라. 그곳을 보면서 옥상이 교외의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을 가꾸려고 교외를 오가며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보내는 데 비하면 이 얼마나 도시적이고 친환경적인 해결인가. 바람직한 무지개떡 건축은 한 개 건축물이 아니라 수직으로 재구성한 마을과도 같은 공간이다."
 
건축가 황두진씨가 무지개떡 건축의 모델의 하나로 소개한 인천시 구월동 앤하우스(서가건축 설계). 이 건물은 2016년 인천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노영

건축가 황두진씨가 무지개떡 건축의 모델의 하나로 소개한 인천시 구월동 앤하우스(서가건축 설계). 이 건물은 2016년 인천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노영

 -그렇다면 가장 도시적인 삶이란.
 " '복합'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가까운 거리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가게, 병원, 어린이집, 학교를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일상 업무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도시적인 삶이 아니다. 내가 지금 사는 도시를 사랑할 수 있어야 진짜 도시적인 삶이다."  
 
황두진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웨스트빌리지'(2011). 그에게 무지개떡 건축의 단초를 제공한 건물이기도 하다. 지하와 1층은 상업 공간, 2,3층은 주거 공간이다. ⓒ 박영채

황두진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웨스트빌리지'(2011). 그에게 무지개떡 건축의 단초를 제공한 건물이기도 하다. 지하와 1층은 상업 공간, 2,3층은 주거 공간이다. ⓒ 박영채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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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