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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호텔]인피니티풀·차분한 객실…'적절함'이 뭔지 보여준 리조트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 한국의 여행시장을 뒤흔드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이 지역을 빗겨갔다. 인도네시아 롬복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섬 길리 트라왕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에피소드만 다루고 롬복을 다루지 않았다. 올해 대한항공이 롬복으로 직항편을 띄운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를 겨냥한 임시 전세기만을 운영했다. 역시 다행이다 싶었다. 남들은 잘 모르는 아끼던 여행지가 순식간에 대중적인 여행지로 변모해 예전의 모습을 잃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인도네시아 롬복은 옆에 있는 섬 발리와 달리 어딜가든 한가롭다. 셍기기 지역 망싯 해변에 있는 카타마란 리조트에서 아침을 먹으며 바라본 풍경. 이른 아침 마을 어민들이 고깃배를 몰고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

인도네시아 롬복은 옆에 있는 섬 발리와 달리 어딜가든 한가롭다. 셍기기 지역 망싯 해변에 있는 카타마란 리조트에서 아침을 먹으며 바라본 풍경. 이른 아침 마을 어민들이 고깃배를 몰고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

사실 롬복의 명성은 예전부터 자자했다. 롬복은 발리 옆에 있고 섬 크기도 비슷한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힌두 문화가 지배적인 발리와 달리 이슬람, 힌두, 토착 종교가 공존한다. 발리보다 깨끗한 해변이 많지만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다. 호텔이나 식당 등 인프라가 발리보다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한갓지다. 롬복으로 들어가는 항공편도 발리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롬복 사람들은 '발리의 20년 전 모습'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롬복과 발리를 모두 가본 사람이 인정하는 한 가지 사실. 바다만큼은 롬복이 발리보다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진은 롬복 남부 탄중안 해변.

롬복과 발리를 모두 가본 사람이 인정하는 한 가지 사실. 바다만큼은 롬복이 발리보다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진은 롬복 남부 탄중안 해변.

취재차 롬복을 간 건 2016년 10월 중순이었다. 늦은 밤 착륙하자마자 리조트가 있는 셍기기 해변으로 이동했다. 셍기기는 롬복에서 가장 상업화된 지역이다. 제주도 중문, 인도의 쿠타 해변을 생각하면 된다. 고급 리조트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식당·술집 등이 몰려있다. 그렇지만 들썩이지는 않았다. 몇몇 펍에서 라이브 음악이 들려왔고, 모터사이클을 탄 관광객이 천천히 거리를 달렸다. 다른 동남아시아 휴양지보다 확실히 한가한 분위기였다.
롬복 셍기기 지역, 망싯 해변에 있는 카타마란리조트. 한적한 해변에서 해지는 모습이 근사하다. [사진 카타마란리조트]

롬복 셍기기 지역, 망싯 해변에 있는 카타마란리조트. 한적한 해변에서 해지는 모습이 근사하다. [사진 카타마란리조트]

카타마란 리조트는 크지 않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망중한을 즐기기 좋다.

카타마란 리조트는 크지 않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망중한을 즐기기 좋다.

카타마란 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는 크지 않았다. 체크인 수속을 마치고 오션뷰 스위트 객실에 짐을 풀었다. 2016년에 개장한 리조트여서인지 깨끗했다. 원목과 대리석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우면서도 요란하지 않았고 방 구조나 시설이 편리했다. 이를테면 양쪽 머리맡에 플러그가 넉넉했고, 침대 바로 뒤에 원목 책상도 쓸만 했다. 휴양지 리조트 중에는 책상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많았는데 카타마란 리조트는 도시형 호텔처럼 편했다. 
창밖으로 살포시 바다가 보였고, 수영장과 레스토랑이 바로 앞인데도 시끄럽지 않았다. 호텔 예약사이트에서는 카타마란 리조트를 4.5성급으로 분류했는데 그 기준이 정확히 맞는 느낌이었다. 1박 가격은 비수기 기준 일반 객실이 10만원대 초반, 풀빌라가 20만원대 중반이다.   
 롬복 카타마란리조트 객실. 2016년에 개장해 깨끗하다. 저렴한 객실이든 조금 비싼 풀빌라든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원목 가구를 곳곳에 배치해 따뜻한 느낌이다. [사진 카타마란리조트]

롬복 카타마란리조트 객실. 2016년에 개장해 깨끗하다. 저렴한 객실이든 조금 비싼 풀빌라든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원목 가구를 곳곳에 배치해 따뜻한 느낌이다. [사진 카타마란리조트]

롬복은 한국의 시차는 1시간. 잠을 푹 자는데 문제는 없었다. 이튿날 아침, 야외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다. 뷔페식이 아니라 계란과 빵 종류만 선택하면 되는 식이었다. 과하지 않아 좋았다. 이슬람 문화 때문인지 돼지고기 대신 내준 소고기 베이컨과 소시지가 다소 질긴 건 흠이었지만 쪽빛 바다를 감상하며 크로아상과 열대과일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따금 작은 고깃배를 타고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롬복 카타마란 리조트 조식. 거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충분히 든든하다. 쪽빛 바다를 보며 먹으면 더없이 좋다.

롬복 카타마란 리조트 조식. 거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충분히 든든하다. 쪽빛 바다를 보며 먹으면 더없이 좋다.

사흘간 이 리조트에 머물며, 길리 트라왕간·린자니산 국립공원·탄중안 해변 등 롬복 곳곳을 쏘다녔다. 셍기기 해변은 롬복 여행의 거점으로 삼을 만한 곳이었다. 길리 트라왕간으로 가는 방살 항구가 15분 거리로 가깝고, 린자니산이나 남부 해변을 가기에도 적절한 위치였다.    
롬복 섬 서쪽에 있어 일몰도 아름다웠다. 길리 트라왕간을 다녀오는 길, 셍기기해변 언덕에서 발리 옆쪽으로 저무는 해를 봤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도 멋있었지만 낙조와 함께 드러난 발리 아궁산의 실루엣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최근 화산 폭발 조짐을 보이다 사그라든 그 산 말이다. 정작 발리 안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아궁산이 삿갓처럼 또렷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롬복 북쪽에 있는 린자니산 국립공원에는 근사한 폭포가 많다.

롬복 북쪽에 있는 린자니산 국립공원에는 근사한 폭포가 많다.

롬복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길리 트라왕간은 배낭여행자에게 인기다. 최근 한국인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롬복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길리 트라왕간은 배낭여행자에게 인기다. 최근 한국인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롬복 남부에 있는 탄중안 해변.

롬복 남부에 있는 탄중안 해변.

셍기기 해변 언덕에서 바라본 발리 아궁산. 삿갓처럼 생긴 봉우리 중 가장 높은 게 아궁산이다.

셍기기 해변 언덕에서 바라본 발리 아궁산. 삿갓처럼 생긴 봉우리 중 가장 높은 게 아궁산이다.

카타마란 리조트에서 마지막 밤은 풀빌라에서 보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형 빌라 안에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 신혼부부나 커플을 위한 공간인데 출장으로 풀빌라를 쓰는 일은 머쓱했다. 
직접 묵어본 느낌은 '추천할 만하다'이다. 취재와 개인여행을 몇몇 풀빌라를 가본 일이 있다. 한데 비싼 값을 못하는 풀빌라가 있는가 하면 잔뜩 멋을 부려 놓았지만 불편하기 만한 풀빌라도 있었다. 가령 풀빌라에는 욕조와 샤워기, 변기 등이 야외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냉방이 안돼 덥고 벌레가 들끓을 수 있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곳 중에는 문이나 창문 잠금장치가 허술해 객실 안으로 모기와 해충이 자연스레 드나들기도 한다. '완벽한 사생활 보장'은 곧 불편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프론트나 다른 편의시설까지 거리가 멀어 움직이기가 귀찮을 수 있다. 그러니 인터넷에 떠도는 근사한 사진만 보고 풀빌라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갖는 건 조심해야 한다. 
카타마란 리조트 풀빌라에 딸린 개인 수영장.

카타마란 리조트 풀빌라에 딸린 개인 수영장.

독채형으로 돼 있는 카타마란 리조트 풀빌라.

독채형으로 돼 있는 카타마란 리조트 풀빌라.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인피니티풀.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인피니티풀.

그런가 하면 카타마란 리조트 풀빌라는 요란하지 않다. 모든 게 적절하다. 수영장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열대식물이 우거져 있지 않아 벌레도 많지 않다. 선베드와 카바나가 풀 옆에 있어 조용히 책을 읽기에도 좋다. 객실 크기도 부담스럽게 크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다.
빠뜨린 게 있다. 리조트 공용 수영장이다. 망싯 해변이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위치에 수영장이 계단식으로 두 개 있다. 정확히 요즘 유행하는 인피니티 풀이다. 수영장 테두리가 유리로 돼있어 팔을 걸치고 있으면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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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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