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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독립운동 이유, 인종 →경제불균형…카탈루냐 수반은 자수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

 스페인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각료 4명이 5일(현지시간) 벨기에 경찰에 자수했다. 앞서 카탈루냐 자치정부 각료 8명을 구속한 스페인 검찰은 이들에게 최대 30년형이 가능한 반역 혐의 등을 적용했다. 벨기에 법원이 푸지데몬 전 수반 등을 구금할 지, 석방할 지 여부를 6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이들을 체포하기로 결정하면 최대 60일 이내에 스페인으로 송환하게 된다. 푸지데몬 등이 법률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송환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스페인 정부가 사법처리에 나섰지만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체포영장 발부된 푸지데몬 카탈루냐 수반 등 자수
EU 수도이자 독립파 플랑드르 있는 벨기에로 피신
브뤼셀 법원이 구금할 지 석방할 지 결정할 예정

유럽의 분리독립운동 지역 대부분 부유한 곳
독일 바이에른주 독립시 EU 경제생산성 10위권
"못 사는 지역 위해 왜 우리가 세금 더 내나" 불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족주의 성향 유럽 대륙 휩쓸어

독립시 집값 하락에 기업 본사 이전 등 미래 불투명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정치 리더들 타협해야

 우선 카탈루냐 문제가 스페인을 넘어 전 유럽의 고민거리로 번졌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대다수 이웃 국가들은 “스페인 내부 문제"라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하지만 푸지데몬이 벨기에로 피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브뤼셀로 온 것은 유럽의 수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에는 EU 본부가 있다. 더욱이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은 독립을 추진해왔다. 벨기에 연방정부에서 가장 큰 정당도 독립을 선호하는 뉴 플랑드르동맹(N-VA)이다. 이 정당 소속 테로 프란켄 이민부 장관이 푸지데몬의 망명 가능성을 먼저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과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시위 [AP]

카탈루냐 자치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과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시위 [AP]

 벨기에 정부가 스페인 정부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시기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푸지데몬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사법부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벨기에 검찰청은 아직 구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체포되더라도 푸지데몬이 송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해 대비 중이다.
 특히 푸지데몬 전 수반은 12월 21일 치러지는 카탈루냐 지방선거를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며 “정치적 수감자들의 자유와 카탈루냐 공화국을 위해 모든 민주주의자가 단결할 때"라고 강조했다. 분리독립 지지 후보들을한데 모아 단일 명단을 구성하자는 온라인 청원을 제기했는데, 1시간 만에 1만5000명이 서명했다.
 ◇유럽의 독립운동, 인종적 배경서 세계화 따른 지역 불균형이 주요인으로 부상
카탈루냐 사태는 유럽 대륙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독립운동은 인종이나 종교적으로 불공평한 대접을 받아온 소수 약자층이 추구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가 내에서 경제적으로 잘 사는 지역이 분리독립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자신들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을 살리는 데 사용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런던정경대 안드레스 로드리게스-포세(경제지리학) 교수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독립운동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분리독립 운동의 성격이 정체성 문제에서 경제적 문제로 바뀌었다"고 미국 잡지 어틀랜틱에 말했다.
유럽의 분리독립 추구 지역 [가디언 캡처]

유럽의 분리독립 추구 지역 [가디언 캡처]

 카탈루냐 독립 찬성 집회에선 ‘마드리드가 우리를 강탈한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의 25%를 차지하는데, 연간 돌려받는 것보다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가량을 중앙정부에 세금으로 더 내고 있다.
 벨기에 플랑드르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EU 평균보다 120%나 높다.  이 곳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립파 정당이 득세했다. 독일에서 독립 움직임이 있는 바이에른주 역시 만약 독립한다면 EU에서 경제 생산성이 10위권에 들 정도로 부유하다. 
 최근 자치권 강화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이탈리아 북부의 두 개 주에는 각각 풍요로운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속해 있다. 못 사는 지역을 위해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민족주의 성향이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 후 미래가 무조건 장미빛은 아니다. 에린 젠 헝가리 중부유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경제 불평등이 독립운동을 달아오르게 할 순 있지만 중대 정치적 위기나 다른 국가로부터의 군사적 지원이 없이는 끓어오르긴 힘들다"고 말했다. 
 독립을 하더라도 경제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독립 움직임을 보였던 캐나다 퀘벡에선 집값이 하락했고, 카탈루냐에선 예금 인출 사태가 빚어졌다. 카탈루냐의 무역도 대부분 스페인 국내나 EU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번에 본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기업이 속출했다. 젠 교수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원만하게 분리됐지만, 슬로바키아 경제가 회복되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독립 과정에서 갈등이라도 생기면 회복에 한 세대가 걸릴 수 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의 정치적 리더들이 타협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페인 바스크지방 빌바오에서도 수만명이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여는 등 선거 후에도 갈등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카탈루냐는 헌법에 어긋나는 독립 선언을 재고하고, 스페인 정부는 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철회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가디언 등 외신들은 조언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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