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 비안키와 바르바라 그로시가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국악인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구례의 이색 '예술인촌', 예술·힐링마을 각광
서울·경기 출신 등 30명이 2008년부터 지리산 자락에 둥지
김태호 전 홍대 교수와 제자들 주도로 조성 시작
2010년부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로 다변화
매주 토요일엔 회화·도자기·인형 체험장 변신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인형박물관을 운영하는 김춘동씨가 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과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구운 피자를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산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건물에서는 서양화가와 동양화가·도예가·조각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작품 활동을 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과 재능기부 차원에서 토요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 함께 시간을 보낸다. 원래 지리산 속 오지(奧地)였던 8만5950㎡ 면적이 하나의 예술 체험장이자 작품 전시관으로 거듭난 것이다.

구례 예술인마을의 촌장인 김태호 전 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마을이 형성된 과정과 의미, 향후 조성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 전 교수는 “지리산 자락이 좋겠다던 제자의 말을 듣고 구례를 찾았는데 작품 활동을 하기에 최상의 입지여건을 갖춘 곳이란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현재 김 전 교수는 구례 예술인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다.

국악인 조선하씨가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에서 이탈리아 가수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예술인마을은 2010년 이후 마을 조성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지리산에 예술인촌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은 서울과 경기도 쪽 예술인들이 잇따라 합류를 한 것이다.

구례 예술인마을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지난달 28일 오픈 스튜디오 2주년 공연이 끝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주민들이 만든 ‘마을 규약’도 예술인마을이 빠른 속도로 자리 잡는데 한몫을 했다. 규약의 주된 내용은 ^부지 구매 후 6개월 내 반드시 건물을 착공해야 한다 ^건물은 최소한 25평 이상 지어야 한다 ^저가의 자재를 사용해서 건물을 지어서는 안 된다 등이다. 도예가 최범창(51)씨는 “천혜의 자연여건과 깐깐한 마을규약 등을 보면서 모범적인 예술인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구례 예술인마을에 입주한 박기웅 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마을이 형성된 과정과 입촌을 결심한 계기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12년 4월 개촌한 마을을 널리 알린 것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 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이 입주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예술 활동을 체험하거나 공유하는 이벤트다. 현재는 도자기·회화·인형·판화 등 작업실 7곳이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객을 맞는다.

구례 예술인마을 내 ‘한갤러리’에서 서양화가인 손한희 대표가 아들 김준기씨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서양화가인 손한희(60·여) 대표의 작업실을 겸한 카페 한쪽에는 아트숍도 꾸며져 있다. 마을에 입주한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와 수공예아트 등을 판매한다.

구례 예술인마을을 찾은 독일인 관광객과 어린이들이 인형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각국의 인형들을 만져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평생 음식과 문화를 연구해왔다"는 그는 이곳 오픈 스튜디오 참가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임금희 대표가 운영하는 구례 예술인마을 내 ‘아뜰리에 뷰(View)’를 찾은 학생들과 탐방객들이 추상화와 야생화 등 현대미술을 체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희원(15·구례여중2)양은 “2년째 그림지도를 받고 있는데 서울 등 대도시를 가지 않고도 미술에 대한 수준 높은 안목을 키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도자기를 체험할 수 있는 ‘화수분’을 찾은 탐방객들이 직접 자기를 빚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 내 ‘판공방’을 찾은 탐방객들이 김경희 대표에게 '규방공예'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구례 예술인마을 내 ‘갤러리 풀(Full)’을 찾은 외국인 가수들과 탐방객들이 세계 각국의 옻공예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갤러리 풀(Full)’은 옻공예 작가인 김나래(29·여)씨의 옻칠 예술작품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도자기와 금속을 결합해 다양한 색감이 돋보이게 한 옻공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중간에 자리한 ‘굿데이 갤러리펜션’은 마을의 쉼터 역할을 한다. 서정수(68) 대표와 화가인 부인 손영숙(58·여)씨가 마을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시설을 운영한다. ‘그림이 있는 방’을 테마로 꾸며진 갤러리에서 손 작가와 해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구례 예술인마을 ‘굿데이 갤러리펜션’의 서정수 대표와 부인 손영숙 화가가 펜션 마당에 있는 ‘제비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관광두레’의 경우 이 마을의 오픈 스튜디오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부터 창업 멘토링, 기념품 제작 등을 지원해왔다. 신연숙(48) 구례 관광두레 PD는 “2015년 하반기부터 주민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2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주민이 만드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례 예술인마을 내 조형물.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오픈 스튜디오는 지리산 둘레길을 낀 천혜의 풍광 속에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체험할 수 있어 예술인들이나 가족 단위 탐방객에게 인기다. 마을 인근에는 화엄사와 수목원·휴양림·온천 등 지리산 주변의 문화·관광자원도 많다.
마을의 부촌장인 김동환(68) 전 청주대 교수는 “마을에 입주한 예술가들 모두가 2년째 진행 중인 오픈 스튜디오나 재능기부 등을 통해 지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지리산 둘레길'을 낀 마을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