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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낙태약 인터넷에 문의하니 "성공률 99.9% 선전"

청와대 홈페이지의 '낙태죄 폐지' 청원으로 낙태 합법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홈페이지의 '낙태죄 폐지' 청원으로 낙태 합법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코너에 낙태죄 폐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3만여 명에 달하면서 낙태 논란이 재연됐다. 이번에는 이들이 "자연유산 유도 약물을 국내에 도입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낙태약 도입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날 아이,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낙태죄를 폐지하고 자연유산 유도약(먹는 낙태약)을 도입해 달라”고 주장한다.

낙태죄 폐지 청원 계기로 본 낙태 실태
청원 23만명, "낙태 합법화·먹는약 도입" 주장
국내 도입돼 있지 않지만 온라인 거래 판쳐
판매자는 부작용 없다고 선전하지만
“불완전 유산·과다 출혈로 산모 위험 커”
낙태 시술 건수 연간 17만명
“공론화 장 마련해 해법 찾아야”

 낙태약(일명 미프진)은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다. 프랑스가 개발해 1988년 판매가 승인됐다. 이 약은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자궁을 수축시켜 유산을 유도한다. 미국을 비롯한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은 “외국의 경우 임신 9주(70일) 이내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약”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는 ‘임신 초기에는 낙태 수술보다 낙태약으로’ ‘쉬운 낙태, 안전 낙태’ ‘부작용·후유증 없는 먹는 낙태약’ 등 불법 광고가 판친다. 판매가 불법이지만 온라인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취재진이 3일 약 광고를 직접 확인했다. ‘정품 낙태약을 살 수 있다’고 광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문 약사라고 소개한 사람과 실시간 상담을 했다.
 

"먹는 낙태약을 구할 수 있나요.” (기자)
“임신 11주까지 복용할 수 있는 약을 판매합니다.” (판매자)  

“가격은 얼마인가요.” (기자)
“39만 원이고 선불제와 후불제 중 선택하면 돼요. 배송에 하루 이틀 걸립니다.” (판매자)  

“낙태약을 사도법에 걸리지 않나요.” (기자)
“한국은 낙태가 불법이라 낙태약을 사는 사람도 법에 걸릴 수 있어요. 그렇지만 구매자가 자수하기 전에는 못 찾아내요.” (판매자)  

“복용만 하면 낙태가 되나요. 부작용은 없나요.” (기자)
“성공률이 99.9%입니다. 발열·오한·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약효가 나고 있다는 뜻이지요. 자궁염·골반염이 생길 수 있지만, 낙태약 복용자 1만7000명 중 1명에게 발생합니다.” (판매자)  

 
부작용이 그 정도밖에 안 될까. 낙태약을 먹은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여성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제가 낙태약을 임신 8주차에 먹었어요. 약 복용 후 4일째인데 복부 전체가 아프고 터질 것 같이 빵빵한 느낌이 들어요. 배에 힘을 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합니다. 입덧이 사라져서 유산이 된 것 같긴 한데 통증이 너무 심해 불안해요.”
 
 보건복지부의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2011) 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인공임신중절 수술 추정 건수는 16만8738건이다. 인구 1000명당 추정 건수는 15.8건이다. 2005년 기준 각각 34만2433건(인구 1000명당 29.8건)에 비하면 줄었다. 낙태가 줄어든 이유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활동 때문이다. 2009년 일부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가 불법 낙태 거부를 선언했고, 2010년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낙태 시술 의사를 고발했다. 
 
그 이후 낙태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꽤 늘었다. 전북에 사는 30대 기혼 여성이 석 달 전 산부인과에 찾아왔다. 임신 10주였다. 그는 남편과 이혼할 생각이 있어 인공임신중절(낙태)을 원한다고 했다. 어렵게 낙태를 결정하고 몇몇 병원을 찾았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수술이 안 되면 수도권에 가서 수술할 병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환자가 '아기를 혼자 키울 자신이 없다'며 사정을 봐달라고 했지만, 그냥 돌려보냈다”며 “내가 아는 낙태 수술 산부인과가 모두 지금은 하지 않는다. 낙태 수술을 하는 병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낙태 찬성론자들은 미프진 도입을 강하게 주장한다. 노새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낙태 수술을 한 병원에서는 수술 후 출혈 같은 후유증이 심해도 낙태 자체가 불법이라 떳떳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항의하기 힘들다”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 때문에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은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육체·정신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며 “낙태는 여론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공론화 자리를 조속히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이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이번에야말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품낙태약을 판다고 광고하는 불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판매와 유통은 불법이다. [인터넷 사이트 캡처]

정품낙태약을 판다고 광고하는 불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판매와 유통은 불법이다. [인터넷 사이트 캡처]

 
 미프진 도입 찬반을 떠나 전문가들은 올바른 복약지도를 받지 않고 의사의 처방 없이 불법 구매한 약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주웅(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 기본적인 진단을 받은 뒤 약을 사용할 수 있을 때만 처방한다”며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 채 무분별하게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먹는 낙태약이 간편하고 안전한 낙태 방법인 것으로 선전하지만 이는 오해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 센터장은 “먹는 낙태약은 태반의 일부가 자궁에 남아 출혈을 일으키는 불완전 유산이 될 위험이 있다”며 “출혈이 심하면 산모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낙태 합법화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중앙포토]

낙태 합법화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중앙포토]

 생명 경시와 여성의 자주적 결정권이라는 틀에 박힌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만 처벌받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며 “여성이 출산을 결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생명과 여성의 자주권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해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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