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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귀농인이 선생님…옥천 동이초 마을교사 프로젝트 현장 가보니

지난달 17일 옥천 동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적하리 마을 선생님인 김태형 이장과 함께 벼 말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17일 옥천 동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적하리 마을 선생님인 김태형 이장과 함께 벼 말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17일 충북 옥천군 동이면 적하리. 마을에서 약 3㎞ 떨어진 충혼탑에서 김태형(53) 이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이장 주위에는 동이초등학교 1~6학년 학생 12명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마을 주민이 동네 역사·유적지 등 설명…향토기업과 관공서 탐방도
역사적 유적을 옛날 이야기하듯 재밌게 풀어내며 인기 만점
교문 밖 수업 진행…동네 곳곳 돌아다니며 현장 학습

 
“이 충혼탑은 동이면 출신 전몰군경과 호국용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98년 건립했어요. 비석 뒤에 81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요. 여러분들도 나중에 커서 동이면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해요. 알겠죠.”
 
김 이장의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은 “예! 선생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적하리에는 1937년 동이면 사람들이 건립한 구휼비(救恤碑)도 있다. 김 이장은 “이 구휼비는 1800년대 후반 배고픔에 시달리던 이웃을 도운 김동시 어르신을 위한 비석”이라고 설명했다. 백발이 성성한 김인호(78)씨는 마을 유래를 얘기했다. 그는 “원래 마을 이름은 적령(赤嶺·붉은 고개)이었다. 저기 보이는 언덕에 나무 한 그루도 없이 빨간 흙이 잔뜩 있어서 그리 불렀다”며 “나중에 아랫마을까지 행정구역에 포함되면서 적하리(赤下里)란 이름으로 바뀌었지”라고 설명했다.
적하리 주민 김인수씨가 옥천 동이초 학생들에게 마을 지명 유래와 구휼비에 얽힌 사연을 소개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적하리 주민 김인수씨가 옥천 동이초 학생들에게 마을 지명 유래와 구휼비에 얽힌 사연을 소개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마을 이장과 귀농인이 선생님으로 나서 교문 밖 수업을 하는 학교가 있다. 전교생이 39명에 불과한 옥천 동이초 얘기다. 이 학교는 올해 6명의 ‘마을 선생님’이 참여하는 마을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보다 마을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동네를 둘러보며 역사와 설화, 미담 등을 공부한다. 학생들은 딱딱한 교실을 벗어나 마을 곳곳에 있는 유적을 살펴보고 관공서와 기업체 탐방도 했다.
 
충북교육청이 지역사회와 손잡고 추진하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충북은 동이초가 있는 옥천군을 포함해 7개 시·군에서 진행 중이다. 마을 교사 양성과 마을탐방 프로그램, 마을 방과 후 교육 등 지역 특색에 맞게 학교 측과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만들고 있다.
마을 선생님과 함께 적하리 탐방에 나선 옥천 동이초 학생들이 황금색 들녘에서 뛰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마을 선생님과 함께 적하리 탐방에 나선 옥천 동이초 학생들이 황금색 들녘에서 뛰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동이초 주변 안터마을은 매년 5~7월 반딧불이가 펼치는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겨울에는 빙어낚시와 썰매를 즐기는 겨울문화축제를 열어 한해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 학생들은 1학기에 안터마을에 들러 반딧불이 생태를 탐구하고 블루베리 농장에서 열매를 수확하는 체험을 했다. 2학기에는 적하리·평산리·금암리·청마리에 사는 마을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역사·문화탐방을 했다. 모두 22시간 교육으로 마을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일정으로 짜였다.
 
동이면 솟대·장승 문화 유적지 방문뿐만 아니라 면사무소·파출소·보건소 등 관공서와 향토기업, 옛 학교 터 방문까지 교육장소는 다양하다. 아담하게 꾸며진 마을 정원도 때론 배움터가 된다. 적하리 마을 한복판에는 이 마을 주민 김명순(64·여)씨가 3년에 걸쳐 완성한 화단 5곳이 있다. 다리가 불편한 김씨가 전동차를 타고 틈날 때마다 하천에서 주운 조약돌을 옮기고 집에서 정성스럽게 기른 꽃으로 조성한 정원이다. 동이초 임정연(8)양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봉사하는 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동이초는 2학기부터 마을 선생님과 함께하는 마을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충혼탑과 마을 구휼비 유적을 탐방한 아이들이 김태형 적하리 이장과 함께 벼 말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동이초는 2학기부터 마을 선생님과 함께하는 마을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충혼탑과 마을 구휼비 유적을 탐방한 아이들이 김태형 적하리 이장과 함께 벼 말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마을 선생님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직 교사 이낙순(67)씨는 비석 하나로 아이들에게 조선말 역사를 쉽게 설명했다. 그는 “동이면 평산리에 있는 이기윤 망북비(望北碑·국상을 당할 때 지방 유림들이 북쪽을 보며 절을 하던 곳)를 통해 조선이 망하게 된 배경과 당시 상황을 알려줬다”며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들이 작전회의를 했다는 마을 인근 옛 서원 터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혜숙 동이초 교사는 “서울 경복궁이나 경주 불국사 같은 유명 유적지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역사 유적·유물을 탐방하며 아이들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며 “내년엔 마을 선생님 프로젝트 범위를 옥천군 전체와 금강유역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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