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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

REVIEW & PREVIEW
 
 

유화 6만 장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출연: 더글러스 부스 로버트 굴라직 제롬 플린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888년 그린 ‘아를르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그림 속 흰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말을 하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나를 찾아왔소?” ‘가셰 박사의 초상’(1990) 속 가셰 박사는 턱을 괴고 있던 팔을 풀며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진다. 귀를 자른 고흐가 입원해 있던 생 레미의 요양원. 사이프러스 나무 위 검은 하늘에 별들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반짝거린다.

 
액자 속 그림 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고흐의 유화가 살아 움직인다면? 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런 상상을 10여 년 간의 노력으로 현실화시킨 기발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내용도 화가 고흐의 이야기다. 실제로도 논란이 됐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주인공은 ‘우편배달부 조제프 룰랭의 초상’(1889) 모델인 조제프 룰랭의 아들 아르망 룰랭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뒤 1년, 아르망은 고흐의 절친이었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전달하고자 파리로 향한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니 테오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고흐가 말년을 보낸 오베르의 가셰 박사를 찾아간 아르망은 고흐와 애틋한 관계였던 가셰의 딸 마르그리트, 죽은 고흐를 처음 발견한 여관 주인의 딸 아들린 등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문을 품게 된다. 고흐는 정말로 자살을 한 걸까. 그렇다면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재밌는 건 룰랭 부자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이 모두 실제 고흐의 그림 모델이 되었던 사람들이란 것. 시얼샤 로넌, 제롬 플린, 더글러스 부스 등 영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마르그리트, 가셰 박사, 아르망 등 고흐의 초상화 속 인물을 연기한다. 오랜 기간 고흐의 열성적인 팬이었다는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4000여 명의 화가들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 중 선발된 107명의 화가들이 배우들이 연기한 실사 촬영 영상을 밑그림으로 삼아 인물과 배경을 한 장 한 장 유화로 그려냈다. 이렇게 2년 간 완성된 그림이 총 6만 2450여 장. 이 그림들을 움직여 95분 짜리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제작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고 싶어진다. 영상에는 ‘자화상’ ‘아를르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르망 룰랭의 초상’ 등 고흐의 작품들을 정성스런 붓 터치로 모사하고 있는 화가들이 등장한다.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한 화가도 있지만 요리사, 스페인어 교사, 클래식 자동차 복원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다. 이 작품은 이들이 존경하는 예술가에 보내는 따뜻한 연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커다란 스크린에서 만나는 고흐의 명작들이다. 쉬지 않고 등장하는 고흐의 작품 90여 점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에 휩싸인다. 붓 터치에 따라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담배 연기가 바람 속으로 흩어지고, 샛노란 밀 밭 위 까마귀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한 시각적 경험이다. 처음엔 조금 투박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볼수록 색다른 매력이 있다.
 
영화에서는 고흐라는 인물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미치광이”로, 누군가는 “더없이 친절하고 따뜻했던 사람”으로 그를 기억한다. 분명한 건 그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린 열정으로 가득한 예술가였다는 사실이다. 스물 여덟 살에 그림을 시작한 후 거의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규칙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8년 간 8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 중 죽기 전에 팔린 그림은 단 한 점에 불과했지만. 영화는 고흐의 이런 마지막 편지 문구로 막을 내린다. “나는 어둡고 유쾌하지 못한 사람인지도 몰라. 성공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언젠가는 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 보잘것 없고 별 볼 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퍼스트런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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